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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공천=당선’, 한나라당 5·31 영남 공천 요지경

“능력보다 ‘충성서약’ 주효, 약발 안 먹히면 의원 물먹이기!”

  • 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3457@naver.com

‘공천=당선’, 한나라당 5·31 영남 공천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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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당선’, 한나라당 5·31 영남 공천 요지경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에 실패한 뒤 불출마 선언을 한 경주시장 출마 희망자의 홍보 간판을 철거하고 있다. 영남지역에서 한나라당 공천은 곧 당선을 뜻한다.

이들 가운데 주목받는 이들은 역시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의 눈 밖에 나는 바람에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직 단체장들이다. 이들은 단체장으로서 다져온 기반을 근거로 현역 의원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셈이다. 지역 의원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단체장을 제압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그렇다면 무소속 후보들은 힘을 얼마나 발휘할까. 대도시에서는 대체로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기초 단체장 선거의 경우 유권자들이 후보를 비교하기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부산의 이인준 중구청장은 두 차례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 후보를 누른 저력이 있다. 이번에도 무소속으로 3선에 도전했다. 그러나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대개의 도시지역 기초 단체장, 기초·광역 의원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후보들에겐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한 구청장 후보는 “서울 등 대도시의 기초단체장 선거는 주로 정당 지지율과 광역시장의 지지율에 연계돼왔다”며 “아무리 지역 기반을 다져왔다고 해도 지역 주민들 가운데 구청장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현직 구청장이 자신이 다져둔 조직을 움직이더라도 ‘무소속’이라는 타이틀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한나라당은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을 당선시키면서 구청장 25곳 가운데 22곳을 싹쓸이 했다. 이런 상황이라 무소속이 들어설 여지는 적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농촌지역은 사정이 다를 것으로 본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도시지역의 경우 바람이 한번 불면 그것으로 끝이다. 줄줄이 2번(한나라당)을 찍는다. 하지만 농촌지역은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지역 무소속의 힘을 “10원짜리가 보통예금에 쌓여 있는 꼴”이라고 표현했다. 농촌은 지역 단체장이 종친회 같은 각종 모임을 통해 지역민들과 ‘그물망’ 인연을 맺고 있다. 가끔 한 번씩 얼굴을 내비치는 의원보다 단체장의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다. 특히 지역에 막 뿌리내린 초선 의원이라면 지역에 터 잡고 성장해온 단체장의 기반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까닭에 현직 단체장을 잘라낸 해당 지역 의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일찌감치 지역에 내려가 어느 때보다 열성적인 선거운동을 벌였다. 만약 무소속의 반기를 든 단체장을 제압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무소속 단체장이 자기 지역구에 들어선다면 의원의 남은 의정활동이 극도로 피곤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천엔 동문(同門)도 없다

자신에 대한 로열티가 절대적 기준이 되다 보니 두 명의 국회의원이 한 명의 기초단체장을 공천해야 하는 경우엔 의원 간 다툼도 종종 벌어진다. 다선(多選)과 초선(初選)이 지역을 분점하는 경우엔 다선의 뜻대로 단체장 공천이 이뤄진다. 문제는 초선들이 분점하는 경우다. 시장 공천을 놓고 해당 지역에 소속된 두 의원이 날카롭게 대립했던 경남 진주시가 대표적이다. 진주고 선후배인 최구식(진주 갑), 김재경(진주 을) 두 의원은 진주시장 공천자를 두고 정영석 현 시장 지지와 반대로 갈라섰다.

“현 시장에게 공천을 안 주기로 합의해놓고 김 의원이 갑자기 말을 바꿨다.”(최 의원측)

“최 의원이 현 시장을 배제하고 특정 인사를 밀려고 해서 반대했을 뿐이다.”(김 의원측)

결국 현 시장이 공천을 받는 것으로 결론이 나기까지 두 의원은 심각하게 갈등했다. 최 의원은 공천이 끝난 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끝까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가 보낸 편지 내용은 대충 이렇다.

“진주시장 공천 문제로 염려를 끼쳐 송구합니다.… 제 기준은 대선(大選)이었습니다. 대선 국면에서 권력의 위협에 맞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이냐,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진주 시민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장 잘못 뽑아도 진주는 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 잘못 뽑으면 망한다. 나라 망하면 진주도 자동적으로 망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대선과 관련해 너무나 중요한 선거입니다. 약점 있는 사람, 약점 잡힐 위험 있는 사람, 탈당 가능성 있는 사람은 원천 배제해야 합니다. 1%의 위험이라도 배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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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34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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