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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공격진의 세계 경쟁력

조재진·박주영 궁합, 안정환 집중력, 박지성 진화가 최대 자산

  • 장원재 숭실대 교수·연극학,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j12@ssu.ac.kr

한국 축구 공격진의 세계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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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에게 연결되는 공을 보자. 일반적인 패턴은 일단 공을 자기 앞에 멈춰놓고 드리블을 하든 슛을 하든 패스를 하든 결정하는데, 박주영은 공이 흘러가는 결에 자기의 리듬을 맞춰 공을 건드리지 않고도 전진 후진을 한다. 이건 탁월한 재능이다. 석수(石手)도 돌의 결을 알면 작업하기 훨씬 편하다는데, 박주영은 공이 굴러가는 결을 한눈에 알아보는 능력을 타고난 것인지 공에 발을 대지 않고도 유효한 플레이를 한다. 이건 어지간한 자신감 없이는 펼치기 어려운 기술이다.

한편으로는, 정말 한 사람밖에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수비수 3명이 압박해오는 상황에서도 몸을 360。 회전하며 발꿈치, 발등, 발바닥 등을 이용해 공을 빼고 돌고 난관을 타개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이제까지 한국 축구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시간과 공간을 매우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박주영은 약점이 없는가. 있다. 몸싸움 능력은 확실히 떨어진다. 그는 수비벽을 우회할 망정, 어지간해서는 정면돌파를 감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재진이 수비를 흔들어주면 박주영의 약점을 자연스레 치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두 공격수의 호흡과 궁합이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느냐에 한국의 2006년 월드컵 성적이 결판날 터다.

최전방 공격수라면 안정환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최초의 두 체급 세계제패(1974년 WBA 밴텀급, 1977년 WBA 주니어 페더급)에 빛나는 영원한 챔피언 홍수환은 “어떤 선수가 세계 챔피언이 될 가능성이 높은가”라는 질문에 “링 밖에선 얌전하다가도 일단 링 위에 올라가면 돌변하는 선수”라고 답했다. 자신의 재능과 집중력을 응축시켜 경기장 안에서 폭발시킨다는 건 어느 종목을 막론하고 일류 선수가 간직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같은 비방일 터다.

축구로 치자면 바로 안정환 같은 선수가 아닐까. 그는 어떤 경기든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욕으로 충만하다. 세계적인 강호와 맞붙으면 경기장에 서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긴장이 지나쳐 두 다리에 힘이 빠진다. 그럴 때 선천적 자신감으로 무장한 누군가가 공격을 이끌고 나간다면 그보다 더한 천군만마(千軍萬馬)는 없을 것이다.



월드컵 16강전 같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결사저지의 정신으로 육탄돌격하는 상대 수비를 오른쪽으로 가볍게 젖히며 침착하게 슛을 날린다는 건 보통의 강심장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박주영 못지 않게 안정환의 슛도 낭비가 거의 없다. 큰 경기에서 페널티킥 실패와 연장전 골든골이라는, 천국과 지옥을 오간 적이 있다는 것도 그의 자산이다.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극한 경험을 한 선수들은 웬만한 상황에서는 흔들리지 않는다.

안정환은 경기시간을 25분 남겨두고 한국 축구가 세계의 강호들을 향해 도발적으로 던질 수 있는 최고의 히든카드다. 조재진을 정점에 놓고 박주영과 안정환이 번갈아 전방으로 투입되며 득점을 노리는 전략. 2006년 한국의 주 득점포는 이 루트를 따라 가동될 공산이 크다.

우리에게는 세계 축구계에 내놓을 주무기가 아직도 많다. 지면관계상 딱 한 사람만 더 소개하겠다. 맨유(‘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약칭)의 신형엔진 박지성이다.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뛰던 박지성은 지난해 6월2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4년 계약에 합의했다. 이것은 단순한 이적(移籍)이 아니라 한국 축구의 장엄한 성취다.

박지성의 끝없는 진화

세계 최고(最古)의 프로축구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유는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구단이다. 리그 우승 15회, FA컵 우승 11회…. 그래서 홈 경기장인 올드 트래포드는 ‘꿈의 생산공장’이라는 별호를 얻었다. 맨유의 경기만 중계하는 방송국이 만들어졌고, 구단 매각설이 나돌자 수만명의 시민이 시청 앞 광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1994년 가을 맨유에 시즌 티켓 신청서를 보냈는데 대기자가 20만명이 넘는다는 답장이 날아왔다. 30년쯤 기다리면 혹시 구입할 기회를 잡을지도 모르겠다.

박지성의 맨유 입단이 세계 축구계의 관심을 끈 이유는 퍼거슨 감독이 그를 콕 집어 선택했기 때문이다. 선수를 보는 눈에 관한 한, 그리고 원석(原石)의 잠재력을 정확히 판단하는 안목에 관한 한, 이 스코틀랜드 출신의 거장을 따라올 사람이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퍼거슨이라는 세계적인 명장의 마음을 호려놓은 박지성의 장점은 무엇인가.

아인트호벤 시절 동료들이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했을 만큼 그는 90분 내내 전력투구에 가까운 에너지를 뿜어내는 강철심장의 소유자다. 네덜란드 리그에서 뛸 당시, 활동량 기준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라는 평가를 받은 건 기록이 뒷받침한다. 주행거리가 가장 길면서도 효율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점이 퍼거슨이 박지성을 스카우트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 다음에는 멀티플 플레이어, 즉 여러 가지 포지션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다는 특징을 높이 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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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숭실대 교수·연극학,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j12@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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