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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대국 꿈꾸는 인도의 두 얼굴

막강 IT파워·전문인력 양극화·대량실업 시름

  •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초강대국 꿈꾸는 인도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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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들이 대접받는 데에는 뛰어난 손재주도 한몫 한다. 우리처럼 정교한 ‘젓가락 기술’을 갖진 못했으나, 손가락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데다 기계가 하는 일을 손으로 해야 하는 삶의 조건이 그들의 손재주를 발달시켰다. 정교하고 꼼꼼한 손길이 요구되는 반도체 산업에 인도인의 손재주가 힘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도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한동안 저렴한 인건비에 매력을 느껴 외국 기업들이 너도나도 인도에 직접 투자를 하거나 일거리를 맡기기도 했는데, 최근 들어 인도의 임금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이데라바드에서 발행되는 ‘선데이 타임스 오브 인디아’ 1월16일자 ‘인도의 인적 자원은 과연 창의적인가’ 제하의 특집기사에 따르면, 특히 잘나간다는 IT, 금융, 유통업, 반도체 분야에서의 임금상승률은 세계 최고 수준(20% 내외)이라고 한다.

우리에겐 ‘임금상승’이라고 하면 부정적 이미지가 느껴지지만 인도에선 반드시 그렇게 볼 것만도 아니다. 임금이 크게 오르면 우수한 인력이 그곳으로 몰릴 것이고, 이는 또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게 되어 많은 이에게 일자리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둔 듯, 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정책을 쓰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고도성장의 그림자

인도 경제가 잘나간다고 하지만 거기에도 어두운 면은 있게 마련이다. 높은 실업률이 그 하나다. 해마다 대학을 졸업하는 360만명 가운데 취업자는 겨우 0.9%에 지나지 않아 인도의 실업자 수가 4000만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인도과학리포트’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실업자 중 이공계가 63%를 차지한다.



노동력의 신규 수요가 적지 않은데도 현실적으로 실업자가 많은 이유는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 인력의 ‘미스매치’현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숙련노동력을 필요로 하는데 대학이 그런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 예를 들어 IT와 금융분야에서는 실제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인재를, 날로 항공망을 늘려가고 있는 항공업계에선 경험 많은 조종사를 원하는데 대학에서 이런 요구를 모두 충족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인도 최대의 리쿠르트 회사이자 인력 전문 컨설팅 회사인 마 포이(Ma Foi)의 판디아 라잔 전무는 “대학생들이 회사가 원하는 만큼 분석적이지도 못하고, 문제 해결 능력도 부족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같은 실업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인도의 장래가 밝다고만 할 수 없다. 그러나 인도 정부의 정책을 살펴보면, 현재 잘나가는 기업이나 산업을 계속 키워서 그들로 하여금 더 많은 인력, 더 우수한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듯하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칙에 더 맞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이렇게 계속 가다간 양극화 문제로 사회 갈등이 빚어질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양극화라면 인도보다 더한 나라가 이 지구상에 또 있을까. 인도에는 길에 신문지를 깔고 거기서 평생 살아갈 것 같은 홈리스들이 길에 널려 있다. 이들에게는 밤낮이 따로 없다. 이런 부류를 포함한 극빈층이 2억∼3억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가 하면 연소득이 2만달러를 넘는 중산층이 3억명에 달하고, 대궐 같은 저택에 왕처럼 수백명의 하인을 거느리며 숲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원을 가진 대지주 계급도 허다하다. 그런데도 이들에겐 양극화가 아직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지 않은 듯했다.

외국 유학시절 하층계급 출신의 인도 학생과 가까이 지내던 사람이라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오를 수 있는 자리가 한정돼 있다”며 신세 한탄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으리라. 이런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 잣대로 인도인을 흔히 ‘가난의 대물림을 운명(카르마)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자 피동적인 민족’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필자는 여행기간이 짧아서였는지, 아니면 인도인과 그리 가깝게 지내지 못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놓는 이를 만나지 못해서였는지 그런 이야기는 한번도 듣지 못했다.

자신의 불우한 신세를 한탄하며 가난과 낮은 신분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기보다는 “다른 사람도 하는데 내가 못할 게 뭐 있냐”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게 필자의 눈에 비친 요즘 인도 젊은이들이다. 우리가 한때 ‘하면 된다’고 부르짖었던 것처럼 말이다. 따지고 보면 이런 인도인의 자세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이들은 적(敵)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어려움이 아니라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믿어왔다. 그들이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라는 구절을 되뇌이며 마음을 다스리는 데 열중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인도인들이 이런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지금의 실업 문제는 조만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인의 강점 중 하나는 능숙한 영어 구사력이다. 필자가 1990년대 초 사용자측 대표단의 일원으로 몇 차례 참석한 바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도 인도 대표의 발언은 그 어느 나라 대표들보다 길었다. 그만큼 영어에 자신이 있는 듯했다. 초대 유엔 주재 인도대사가 유엔 총회에서 장장 9시간이나 쉬지 않고 연설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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