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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의 그린 필드 ⑨

쿠바 아바나 골프 클럽(Club De Golf La Habana)

‘카리브海 천국’ 에서 쏘아올리는 열정의 드라이버 샷

  • 김맹녕한진관광 상무, 골프 칼럼니스트 kimmr@kaltour.com

쿠바 아바나 골프 클럽(Club De Golf La Hab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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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아바나 골프 클럽(Club De Golf La Habana)

구 아바나 시가지 전경. 낡은 건물들로 인해 폐허처럼 보이지만 쿠바인들을 만나면 진한 생동감이 전해온다.

아바나 구시가지의 관광명소로 스페인 시대의 대성당이 있는데 주위에는 인형과 공예품을 파는 노점상, 중고 서점, 기념품 가게, 쿠바의 독특한 그림을 파는 노상 화랑이 늘어서 있어 고풍스러움을 더한다. 시내는 낡은 건물들로 인해 폐허처럼 보이지만 정열적인 재즈 음악과 춤을 즐기는, 낭만적인 사람들이 있어 마른 대지 위에서 솟아나는 잡초처럼 진한 생동감을 맛볼 수 있다.

밤이 찾아들면 아바나 신시가지는 환락의 거리로 바뀐다. 카페에서 요란한 트럼펫 소리와 색소폰, 드럼 소리가 어우러진 재즈가 연주되고 관능미를 자랑하는 18세 전후의 배꼽티 차림 아가씨들이 요염하게 몸을 흔들면서 외국인들의 눈길을 끌기에 여념이 없다.

럼주에 설탕과 민트를 섞어서 만든 모히토, 혹은 럼주와 콕을 섞은 럼콕을 마시고, 아로스 꼰 뽀이요(닭고기밥)나 쿠바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랍스터 요리, 콩을 곁들인 쌀요리인 콩그리 등을 먹으며 쇼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댄서들과 친해져 풋사랑에 빠진다고 한다. 악단의 신명 나는 연주가 흘러나오면 카페 종업원들은 물론 지나가는 행인들도 엉덩이를 흔들고 허리를 실룩거리면서 이념과 역경의 굴레를 집어 던지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 간밤의 흥청거림은 간 곳이 없고 도시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쿠바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라면 트로피카나 쇼를 들 수 있다. 1939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공연되고 있는데, 파리의 리도쇼만큼이나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스페인 리듬과 아프리카 리듬이 섞여 묘한 흥취를 자아내기에 잊지 못할 추억거리로 간직된다.

아바나 시내 유일한 골프장



쿠바에는 골프장이 두 개 있다. 세계 10대 해변으로 손꼽히는 바라데로 비치 옆에 있는 바라데로 골프장은 아바나 시에서 2시간 거리. 주로 유럽의 부호들이 즐기는 곳으로 18홀이다.

또 하나는 아바나 시 가운데에 자리잡은 ‘클럽 데 골프 라 아바나(Club De Golf La Habana)’로 쿠바 주재 외교관들이 주로 이용하는 9홀 골프장이다. 아바나 시내에 있는 유일한 골프코스여서 늘 골퍼들로 붐빈다고 한다. 공산국가인 쿠바에서 골프를 친다는 호기심에 들떠 관광 가이드와 함께 시내호텔에서 25분 거리에 있는 이 골프장을 찾았다. 1948년 영국 외교관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코스로 처음엔 ‘브리티시 클럽’으로 불리다가 1959년 카스트로에 의해 친미(親美) 정권이 무너지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등록창구에서 그린피 24달러와 골프채 사용료 5달러, 캐디피 8달러를 쿠바 페소로 환전해 지불하자 캐디 한 명을 배정해준다. 큰 눈에 곱슬머리, 건강한 체격의 흑인청년이 다가와 인사를 하는데 공항 직원처럼이나 표정이 없고 무뚝뚝하다.

빌린 골프채는 1960년대 것으로 브랜드가 각기 다른 잡동사니 클럽이었다. 도색 부분은 모두 벗겨져 있고 그립은 너무 오래 사용한 탓에 반들거려 과연 라운드를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스코어카드를 집어들고 코스를 살펴보니 백 티(back tee) 기준 5892야드로 국제규격에는 많이 모자라지만 그런 대로 기준을 갖춘 골프장이었다.

1번홀 티로 내려가 함께 라운드할 멤버들과 인사를 나눴다. 드라이버를 건네받아 힘차게 티샷을 날리니 그립이 불안해서인지 오른쪽 팜트리 방향으로 슬라이스가 났다.

쿠바인 골퍼들은 ‘나이스 샷’을 외치는 등 친근감을 표시하며 공을 찾아주기 위해 낙하지점으로 다가왔다. 쿠바인들은 이웃마을 사람이든 지구 반대편에서 온 사람이든 타인을 가족과 같이 대하는 인간미를 지녔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얼굴 표정과 눈빛으로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골프라는 국제 언어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푸른 잔디를 가로지르는 백구를 따라 담소를 나누다 보니 금방 십년지기가 되어버렸다.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필드에서 만나면 사상과 이념,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 모두 순박해지고 정이 오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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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한진관광 상무, 골프 칼럼니스트 kimmr@kal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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