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 한 김에 ‘진도아리랑’도 불러봅시다. 원래는 장구가 있어야 하는데 북치며 불러보죠.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짬을 내 양천공원으로 나온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녹음이 짙은 공원 한가운데서 카메라를 의식 않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노래하니 신선이 따로 없다 싶은가 보다.
“혼자 이렇게 북치고 노래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북소리가 크게 울리니 잡념이 겁나서 들어오질 못하죠. 허허.”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이동기(李東햖·49) 검사장은 지난 2월 부임했지만 지척의 양천공원에 나와 보긴 처음이다. 지난해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재직하며 부동산 투기사범을 강도 높게 수사했던 그는 ‘21세기 전략 검찰청’으로 지정된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10년, 20년 뒤 검찰청의 모습을 미리 구현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검찰청 지하 체력단련실에 북과 장구를 갖다놓은 지 이미 오래지만 장단에 맞춰 노래할 겨를이 없었는데, 야외에서 북채를 잡고 노래까지 부르니 흥이 절로 나는 모양이다.
이 검사장은 2004년 6월 전주지검장으로 부임하면서 북과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전북 정읍 출신인 그는 고향에서 지내는 동안 뭔가 의미 있는 걸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 전북도립국악원 임청현 교수로부터 국악수업을 받았다. 일주일에 세 번 임 교수가 관사를 직접 방문했다.

잠깐 짬을 내 검찰청 인근 공원에 나온 이동기 검사장은 소풍 나온 아이처럼 마냥 즐거워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노래가 절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