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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의 Total English

같은, 어떤, 약간의… 하나이면서 하나가 아닌 a와 an

  • 이윤재 번역가, 칼럼니스트 yeeeyooon@hanmail.net

같은, 어떤, 약간의… 하나이면서 하나가 아닌 a와 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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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 대담프로 ‘한국 한국인’에 임권택 감독이 출연했다. 진행자가 “사모님과 자녀들은 몇 명입니까?” 하고 묻자 임 감독이 “사모님 한 명과 자녀들 둘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임 감독의 충실한(?) 답변이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우리말은 부정관사를 챙겨 쓰면 웃음거리가 되는 반면, 영어는 부정관사를 챙기지 않으면 낭패를 볼 때가 대부분이다. 이 달엔 부정관사 a와 an의 다양한 쓰임새를 알아본다.
같은, 어떤, 약간의… 하나이면서 하나가 아닌 a와 an
아서 밀러(Arthur Miller)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1949년에 초연된 이래 지금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는 걸작이다. 원제는 ‘Death of Salesman’이 아니라 ‘Death of a Salesman’이다. 우리말은 단수이더라도 굳이 ‘하나의’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 반면 영어는 단수와 복수를 엄격하게 구분해 쓴다.

영국의 재즈 · 팝 피아니스트 제이미 컬럼(Jamie Cullum)이 지난 3월 초 청바지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무대에 올랐다. 그가 선사한 곡 ‘What A Difference A Day Made’의 가사 몇 소절을 보자.

What a difference a day made. Twenty-four little hours brought the sun and the flowers where there used to be rain. (하루는 큰 변화를 가져다주지요. 스물넷의 짧은 시간이 지나자 비가 왔던 곳에 태양이 빛나고 꽃들이 피었어요.)

What a difference a day makes. There’s a rainbow before me. Skies above can’t be stormy since that moment of bliss, that thrilling kiss. (하루는 큰 변화를 가져다주지요. 내 앞에 무지개가 떴어요. 저 하늘에는 모진 비바람이 사라졌어요. 그 황홀한 순간, 그 짜릿한 입맞춤을 하고 나니.)

What a difference a day made는 감탄문이다. what이 감탄문에 사용되면 ‘대단한’이라는 뜻이 된다. 평서문 구조로 바꾸면 A day makes a big difference(하루는 큰 변화를 가져온다)다. ‘외관상으로는 같아 보이지만 한 해는 큰 변화를 가져온다’를 영작하면 ‘It may look the same from the outside, but what a difference a year makes’다.



가사 중 a difference의 a는 우리말로 옮기지 않으나 a day의 a는 우리말로 반드시 옮겨야 한다. 부정관사 a·an은 one에서 나온 것으로 기본적으로 ‘(많은 또는 여럿 중에서) 하나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매우 다양하게 활용된다. a·an을 부정관사(indefinite noun)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활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라는 의미가 밖으로 드러나는 지시적 의미(denotative meaning)일 때와 ‘하나’라는 기본적인 의미와 함께 여러 다른 의미를 내포하는 함축적 의미(connotative meaning)를 지닐 때다.

a와 an의 강한 지시적 의미(strong denotative meaning)

‘one(하나의)’의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날 때를 살펴보자. It is killing two birds with a stone(일석이조(一石二鳥)). A picture is worth a thousand words(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百聞不如一見)). If you want to be happy for a year, plant a garden; if you want to be happy for life, plant a tree(1년간 행복하려면 정원을 가꾸고, 평생 행복하려면 나무를 심어라-영국 속담).

A straw shows which way the wind blows(한 잎의 낙엽으로 가을이 왔음을 안다). 하나의 단서로 어떤 사건의 전모를 짐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A swallow does not make a summer(제비 한 마리가 여름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란 문장이 있다. ‘한 번만 봐줘’를 영어로 표현하면 ‘Have a heart(‘따뜻한 가슴을 가져달라’에서 발전한 의미)’ ‘Give me a break(‘그만해둬’에서 발전한 의미)’ ‘Gimme a chance’가 된다.

I didn’t sleep a wink last night(간밤에 한숨도 못 잤다). Have a good time(좋은 하루 보내세요).

A: We never go out for a drink like we used to(우리 예전처럼 한잔하러 나가지 않는 것 같아). B: OK, then I’ll stand you a drink today(좋아, 오늘 내가 한잔 살게). * stand는 미국구어에서 ‘~의 비용을 치르다’ ‘한턱내다(treat)’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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