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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북한 HEU 의혹은 美 네오콘의 정보조작?

근거는 ‘러시아 강관 수입’, 그러나 CIA의 ‘선 넘은’ 과장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2002년 북한 HEU 의혹은 美 네오콘의 정보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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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강관 150t은 약 2600기의 원심분리기에 해당하는 분량이고, 이는 1년간 2기 정도의 HEU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CIA의 계산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물론 이는 오로지 외부용기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북한이 다른 핵심 부품들을 얼마나 반입했는지에 따라 진척상황 평가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대량생산 단계까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추진에 대한 증거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2003년 5월 부산에서 열린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연차총회에서는 “북한이 4월 원심분리기 부품 가운데 하나인 안정화직류공급장치를 태국으로부터 도입하려고 했으며, 일본 관계기관이 관련국과 협조해 이를 저지했다”는 일본측 발표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던 강관과 동일한 알루미늄 강관 22t을 독일 회사로부터 수입하려고 했으며 이를 운반하던 화물선을 찾아 관련물품을 압류했다”는 독일과 프랑스 대표의 보고가 있었다.

2004년 초 파키스탄 핵개발의 주역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파키스탄과 북한 사이의 핵-미사일 기술 교환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도 이를 한미 양국에 확인해준 바 있다. 당시 큰 뉴스가 됐던 ‘칸 네트워크’의 폭로 자체는, 그러나 정보 당국자들에게는 기존 정보와 평가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한다. HEU 개발 프로세스상 러시아로부터의 강관 수입보다 진전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의미 있었던 것은 칸 박사가 북한에 제공했다고 밝힌 P2 개량형 원심분리기의 구체적인 제원이었다. 1960년대 독일에서 개발된 원심분리기를 모델로 한 이 원심분리기 외부용기의 사이즈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알루미늄 강관과 ㎜단위까지 일치했기 때문. 러시아로부터의 강관 수입이 HEU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는 심증이 추가된 셈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구체적인 추가증거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각국은 북한의 관련물품 수입 여부와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오히려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핵 폭탄 개발이 현안이 되면서 HEU는 잊혀져갔다. 특히 2005년 2월10일 핵 보유 공식 선언이 나오면서, 북한이 HEU 능력을 갖고 있는지 따지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 됐다고 당시 관계자들은 말한다.



결국 북한의 HEU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2002년 6월 당시의 수준에서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HEU 연구개발 단계에 해당하는 정보는 구체화됐고, 대량생산을 위한 물품구입 시도가 확인됐지만 각국의 단속으로 좌절된 것뿐이었다. 남아 있는 분명한 정보는 러시아로부터 수입된 알루미늄 강관 150t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양국 관계자들의 일치된 설명이다.

‘2000년대 중반’이 됐지만…

이제 질문은 ‘러시아로부터의 강관 수입을 북한 HEU가 ‘현존 위험’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결정적인 증거로 본 CIA의 판단은 정확했을까’로 넘어간다. 과연 그 근거는 충분했던 것일까.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3월28일 열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토론회에서 “알루미늄 강관 얘기를 하지만, 그게 꼭 HEU에만 쓰이는 배타적인 증거로 보기는 어려웠다”고 잘라 말했다. 북핵 위기 초기 청와대에서 관련업무를 담당했던 한 고위직 인사는 “구멍이 너무 많았다”며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우리는 전문가들과 정보기관의 분석을 취합해 HEU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물품의 리스트를 만들고 개발 프로세스상 필요한 대로 순서를 매겼다. 한미 양국의 정보교류를 종합해 북한이 이미 입수했거나 자체 생산이 가능한 것에는 ○, 입수하다 좌절된 것에는 ×, 명확하지 않은 것에는 △를 쳤다. 리스트는 무척 길었고, 원심분리기 샘플이나 설계도는 리스트의 맨 앞에 해당했다.

러시아로부터의 강관 수입이 이전의 정보에 비해 리스트에서 가장 높은 단계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그간 파악된 다른 물품에 비해 프로세스가 더 진전된 후에 필요한 물품이라는 뜻-편집자). 그러나 그 뒤에도 여전히 긴 리스트가 있었고, 그 앞에도 여러 물품이 ×로 남아있었다. 예를 들어 원심분리기를 돌리는 회전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마레이징강 초합금은 강관보다 훨씬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었지만, 이미 도입 좌절이 확인됐다. 리스트는 수많은 회의를 통해 업데이트 됐어도 의미 있는 정보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제원자력기구 사찰관을 지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CIA의 2002년 6월 NIE를 보다 직접적으로 반박한다. 그는 지난 2월28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CIA는 이라크를 공습하기 전에도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는 알루미늄 강관이 원심분리기 생산용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재까지 이라크 내 어디에서도 핵개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북한 관련 정보에서도 똑같은 오류를 범한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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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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