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그에게는 학생시절부터 품어왔지만 어디서도 답을 찾을 수 없던 질문이 하나 있었다. 말하자면 ‘로마인 이야기’는 그 답을 스스로 찾기 위한 항해였다. 왜 로마인만이 민족이나 종교를 넘어선 보편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냐는 게 그 질문이었다.
그는 다른 일을 일절 끊고 로마 역사 살려내기에만 몰두해 지난해 말 제15권 ‘로마시대의 종언’을 펴냄으로써 약속을 지켰다. 그 사이 50대 중반이던 그는 어느덧 70세가 됐다.
로마가 건국된 기원전 753년부터 서기 565년 로마 황제 유스티니아누스의 죽음까지, 1300년 동안의 로마사와 더불어 살면서 그는 유럽 생활에서는 당연한 여름휴가 한 번 쓰지 않고 취재와 저술, 편집에 몰두했다. 완간 인터뷰에서 그는 “혹 나쁜 병이라도 발견되면 일을 중단해야 하고, 일단 중단하면 다시 시작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간 병원에도 한 번 가지 않았다고 고백해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취재 자료는 그 20년 전부터 모았다니, 말 그대로 ‘라이프 워크’인 셈이다.
15년 동안 병원도 안 가
시오노씨와는 네 번 만났다. 첫 번째는 지난해 말 제15권 완간을 기념해 도쿄에서 한 단체 인터뷰 때였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3월26일과 28일, 그가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 모두 4시간에 걸쳐 대화했다. 4월2일에는 그로서는 15년 만에 한다는 도쿄의 하나미(花見·벚꽃놀이) 모임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까다롭고 기가 세기로 유명한 그이지만 자신의 방에 기자를 부르고는 “여자라서 좋은 점은 이럴 때”라며 손수 차를 끓여주는 모습은 이웃집 할머니 같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여느 할머니처럼 때때로 질문내용과 상관없이 옆길로 빠지는 얘기를 한참 하기도 했다. 26일에는 인터뷰 중간에 다른 약속이 있다며 벌떡 일어나 가버리기도 했다.
‘세계인’으로서 자유분방하고 열린 자세로 말하는 그에게서는 1300년 로마 역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작가다운 통찰력이 느껴지는 동시에 ‘역시 일본인’이란 점도 행간에서 읽을 수 있었다. 로마의 역사 빼고는 잘 모른다는 걸 전제로 하긴 했지만, 국제 문제라든지 한일관계 등에 대한 언급에서는 일본 중심적인 대목도 적지 않았다.
▼ 완간 이후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지난 연말보다 얼굴이 좋아진 듯합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실직상태라고 할 수 있죠. 아직도 얼이 빠진 상태입니다. 1년간은 쉴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