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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09년 2월호 별책부록 Brand New|Hangang

‘항구도시’ 서울, 세계로 이어지다

CHAPTER _ 3 동아시아 경제 통합의 코어

  • 최영철 |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ftdog@donga.com

‘항구도시’ 서울, 세계로 이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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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은 바다로 이어진다. 이 간단한 진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한강이 바다로 이어진다면 한강을 달리는 배는 바다로 나갈 수 있다. 한강의 사람들은 배를 타고 중국과 일본, 먼 대양으로 나갈 수 있다. 한반도 내륙 깊숙이 자리한 서울을 대양으로 이어지는 ‘항구도시’로 만들겠다는 꿈은 한강으로 인해 꿈이 아닌 현실이 된다.
부활하는 한강주운의 꿈, 경인운하 타고 흐를까

‘항구도시’ 서울, 세계로 이어지다
인간의 문명은 예외 없이 강을 중심으로 탄생했다. 한반도의 젖줄인 한강도 마찬가지다. 고조선 이래 많은 부족과 국가가 한강을 중심으로 흥망을 계속해왔다. 이렇듯 인간이 강을 중심으로 모여들게 된 것은 강의 여러 효용 때문이다. 한강은 수천년 동안 사람들에게 식수와 농사지을 용수를 제공했고,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날랐다. 그래서 고대국가로부터 지금까지 국가의 큰 임무 중 하나가 바로 치수였다. 홍수와 가뭄 등 재해를 막고 강의 운송 기능을 제대로 살린 국가는 선진국이 됐다.

한강은 지금도 서울과 경기도 일원에 식수와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과 자원을 실어나르는 운송 기능, 즉 하천 주운(river canal)의 기능은 거의 상실했다. 도로와 철도, 자동차와 기술의 발전은 가장 느린 운송수단으로 전락한 수로(水路·waterway)를 교통수단의 역사에서 끌어내렸다. 한강에서 배가 사라진 것이다. 선진국의 아이들에게 강을 그리라고 하면 그 그림에는 우선 큰 배와 요트가 등장하지만, 요즘 우리 아이들의 그림에는 배가 없다. 관광수단으로 전락한 유람선 외에는 실제로 강에 배가 다니는 광경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항구도시’ 서울, 세계로 이어지다

2007년 4월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린 행사에서 형형색색의 유등(油燈)으로 붉을 밝힌 모형 배들이 서울 한강시민공원 여의지구 앞을 시험 운항하고 있다. 중국 돛배, 타이타닉, 고대 북유럽선, 스위스 범선 등 세계 각국을 상징하는 이 배들은 페스티벌이 열리는 동안 여의도 특설무대 앞을 지나며 ‘유등 선박 퍼레이드’를 펼쳤다.

한강주운의 영광과 몰락

한강도 일제강점기 이전까지 하천 주운의 기능을 충실히 해왔다. 조선시대 말기까지 소금, 새우젓을 실은 배가 충주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가 그곳에서 다시 목재나 곡물을 실어서 내려왔다. 임금께 진상되는 각종 조공도 한강주운을 통해 마포나루에 내려졌다. 고려시대 이래 경남 일대와 전남 일대에서 만들어진 자기류들도 뱃길을 타고 마포나루까지 들어왔다. 서해안 곳곳에서 자기류를 실은 배들이 발견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한강은 조선시대 말기까지 대(對)중국 무역의 전진기지 노릇을 톡톡히 했다. 조선시대 최대의 상업중심지였던 한양 종로 육종가가 마포나루와 인접해 있었고, 마포나루는 충주 남한강과 낙동강에서 남해와 서해를 거쳐 올라온 각종 자원과 물품의 집산지였다. 마포나루 인근에는 시장이 번성했다. 배들은 김포를 지나 강화 인근에서 임진강 물길을 타고 서해로 빠져나갔고, 거꾸로 양쯔강 주운을 타고 나온 중국의 배들은 서해와 임진강, 한강을 거쳐 마포나루로 들어왔다. 당시 한양은 바다를 끼고 있지 않았지만 한강 자체가 항구의 기능을 하고 있었다.

한강이 다른 선진국의 대표적 강과 달리 하천 주운의 기능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일제의 수로교통 통제정책이나 무분별한 남벌(濫伐)과 무관치 않다. 철도와 신작로를 새로 만든 일제는 육로교통에 비해 통제가 어려웠던 수로교통을 막기 시작했다. 일몰 이후에 배의 운항을 금지하는 도선법(渡船法)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는 동안 일제에 의해 자행된 한강변에 대한 무차별적인 남벌도 배가 다니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었다. 산에서 무너져 내린 토사는 강바닥을 채웠고 한강은 조각배가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수위가 낮아졌다. 이후 분단체제가 고착화되면서 서해로 이어지는 한강 물길은 완전히 막혔고, 남한강 꼭대기에 팔당댐이 지어지면서 강의 수위는 더욱 낮아져 한강은 더 이상 배가 다닐 수 없는 강이 돼버렸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 하천 주운은 비록 1등 교통수단의 자리는 내줬을지 모르지만 문화관광의 메카로서, 생태환경의 보고로서 그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와 미국, 중국 등이 이동시간의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수백년에서 수천년 된 하천 주운을 유지, 보수, 신설하기 위해 매년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는다. 주운이 가진 막대한 환경적 효용과 항구와의 밀접성, 물 그 자체와 주변의 친수공간이 인간에게 주는 안식과 문화적·관광적 기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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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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