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호

물건 벌떡 세운 ‘세우미 5형제’의 덤 효과

  • M&L 세우미(世優美) 클리닉 원장

    입력2009-01-30 14: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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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건 벌떡 세운 ‘세우미 5형제’의 덤 효과

    일러스트레이션·조은명

    위대한 발견은 종종 ‘우연’에서 비롯된다.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지극히 당연한 물리 현상에서 만유인력(萬有引力)의 정체를 찾아낸 뉴턴이 그렇고, 귀항하는 선체(船體)의 가시(可視) 형태를 보고 구형(球形)의 지구를 유추한 발상이 그렇다. 현대 의학의 발달사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1982년 프랑스 의사 로날드 비락(Ronald Virag)은 하지(下肢) 혈관수술 도중 작은 혈관을 쉽게 봉합하기 위해 혈관 확장제 ‘파파베린(papaverine)’을 주사했다. 그러자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환자의 ‘물건’이 느닷없이 우뚝 일어선 것이다. 남자의 ‘물건’이 특수 혈관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순간이다. 이 사건(?) 이후 파파베린은 풀 죽은 물건을 되살리는 신통한 약물로 명성을 날렸다. 발기부전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파워 스미스(Power Smith)라는 정신과 의사는 우울증 환자에게 프로작(Prozac)이라는 항우울제를 투약했다. 세로토닌(serotonin) 재흡수 억제제인 프로작은 우울증 치료제로 사용되던 약물이다. 하지만 이 약물을 복용한 남자의 여자들이 주치의사를 찾아와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조루증 치료제 ‘프로작’의 탄생이었다. 식욕 억제 효과가 있는 프로작은 비만 치료제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비아그라는 애당초 파이저(Feizer)사(社)가 개발한 협심증 치료제였다. 하지만 임상 실험 과정에서 물건이 일어서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져 ‘남성 세우미’로 변신했다. 1998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그해 4월 출시된 비아그라는 1999년 10월 한국시장에 실체를 드러낸 후 대표적인 해피드럭(happy drug)으로 정착했다.

    피임약과 더불어 불멸의 명품으로 제약사(製藥史)에 그 이름이 기록된 비아그라는 시알리스, 레비트라, 자이데나, 엠빅스 등 아우들도 낳았다. 이름 하여 ‘세우미 5형제’. 요즘에는 이들을 모방한 짝퉁이나 이들 성분을 위장한 건강식품도 쏟아져 나와 사타구니가 취약한 사내들 사이에서 내밀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특정 질환을 표적으로 개발되어 허가받은 약물이 원래 용법과 용량을 변형시키거나 용처(用處)를 바꾸어 투약함으로써 의외의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를 흔히 ‘덤 효과’라 한다. 앞서 소개한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 자이데나, 엠빅스 같은 포스포디에스테라제 억제제(PDE-5Is·phosphodiesterase inhibitor)가 대표적인 경우다.

    비아그라는 이미 레바티오(Revatio)라는 폐성 고혈압 치료제로 허가된 바 있다. 또한 손, 발가락, 귀, 코의 세동맥(細動脈)이 수축되는 레이노 병(Raynaud´s disease), 울혈성 심장 질환, 항암 화학요법에 의한 심장 손상, 비행기 여행에 따라다니는 시차 증후군, 야근에 의한 피로, 저산소증에 의한 산행(山行) 곤란을 경감시키는 도우미로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비아그라를 위시한 ‘세우미 5형제’는 필요할 때만 복용하는 1회성 온디맨드(on demand) 약물이다. 어쩌다 만날지 모를 노상(路上) 횡재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지갑 속의 비상 약품’인 셈이다. 실제로 비아그라는 수출용, 외빈 접대용, 원나잇 스탠드(one night stand) 용으로 쓰인다.

    그렇다면 휴대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일까? 이와 관련 최근 의학계에선 교접 행사와 관계없이 평소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방식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매일 복용하면 생리적 고유 발기력이 회복된다는 문헌도 연달아 발표되고 있다. 비아그라 25mg을 매일 밤, 2주 동안 복용하면 발기 강직도와 발기 지속 시간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성행위와 무관하게 매일 밤, 취침 전에 50mg의 비아그라를 1년 동안 복용하여 정상적인 성 능력을 구사한다는 논문(Frank Sommer)도 나와 있다. 비록 비아그라에 반응하는 사람으로 제한한 연구 결과이긴 하나 매일 밤 복용 방식의 임상 효과는 앞으로 주시할 만하다.

    80세 고령인 필자의 지인은 자이데나(Udenafil)를 전신 혈액순환 촉진제라고 믿고 있다. 폐동맥 고혈압, 전립선 비대증, 고산증(高山症), 시차 극복 등에 대한 자이데나의 ‘덤 효과’를 신봉해 매일 저녁 식사 2시간 전에 100mg씩 복용한다. 식사 시간과 가까우면 음식물 때문에 자이데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특히 골프나 산행하는 날에는 25mg을 별도 복용한다. 그간 9홀로 끝내던 체력의 한계가 18홀 종료 후까지 연장됐다는 것이다.

    세우미 5형제는 모두 기능성 약물이다. 세우미 5형제가 남몰래 지갑 속에 감추어야 하는 비상약에서 책상이나 문갑 등 열린 공간에 떳떳하게 비치할 수 있는 다채로운 상비약으로 변신할 날을 기다린다. 지갑에서 행운을 꺼내는 옹색함 대신 자신감과 품위를 채워 넣을 수 있는 시니어의 멋과 여유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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