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곳이 맨해튼의 타임 스퀘어다. ‘세계의 중심’ 뉴욕에서도 가장 중심지다. 그런데 타임 스퀘어라는 지명은 ‘뉴욕 타임스’가 예전에 있던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이 신문의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했는지 보여준다.
‘신문왕국’ 일본마저…
이처럼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신문기업이 최근 미국을 강타한 경제위기로 인해 비틀거리고 있다. 16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카고 트리뷴’의 모기업 트리뷴 컴퍼니(Tribune Company)는 지난해 12월 델러웨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트리뷴 컴퍼니는 미국 내 발행부수 4위(73만9000 부) ‘LA 타임스’와 발행부수 8위(54만2000 부) ‘시카고 트리뷴’을 포함한 12개 신문사, 23개 방송사,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를 소유한 대형 미디어 그룹이다.
‘Gray Lady(밋밋한 여성·글이 많은 신문)’ 임을 자처하며 1면에 광고를 싣지 않아왔던 ‘뉴욕 타임스’는 1면 하단에 광고를 게재했다. 공교롭게 동종 미디어 기업인 CBS 광고였다. 이 신문은 자사 사옥을 담보로 2억250만 달러의 대출을 신청해야 했다. 5월까지 갚아야 할 빚만 4억달러에 이른다. 이미 ‘스탠더드&푸어스’에 의해 신용등급이 ‘투자적격등급’ 이하로 판정받는 수모를 겪고 있다. 뿐만 아니다. 미국 내 3위의 신문발행 체인인 맥클래치도 경영악화에 직면, 흑자 신문사 ‘마이애미 헤럴드’ 매각에 나섰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 신문업계 최고 수익률에 800만 부수를 자랑하는 ‘아사히신문’이 지난해 가을 창사 130년 만에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신문왕국’ 일본에서 신문업의 쇠퇴와 미디어 시장의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신문업계도 올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경제성장의 둔화는 기업 실적의 부진, 광고 시장의 위축, 신문사 광고 수입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문은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지만 체감 위기는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문의 위기는 경제난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지금의 신문 위기는 상당부분 ‘신문사 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신문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트리뷴의 경우 최고 경영인이 미디어 기업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한 점이 실패의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디어기업도 기업이니만큼 전문 경영인이 나서야 된다는 주장도 있다. “business of business is business(비즈니스 중의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란 영어 표현이 있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1971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한 말이다. 기업이란 비즈니스(돈벌이)가 최고의 목적이 되어야 하며 신문사도 기업일진대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별 보며 길 찾던 시대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신문사는 본연의 윤리(저널리즘)보다 경영에 더 치우치는 모습을 보이면 사내외적으로 혹독한 비판에 휩싸이는 특수한 기업이다. 미국 북동부 미니애폴리스의 ‘스타 앤 트리뷴’에서 30년 넘게 일한 찰스 W. 베일리는 회사가 경영난으로 조·석간을 하나로 통합하고 기자 수를 대폭 줄이자 사표를 던지면서 “편집 간부들은 신문 내용에 관심을 가져야지 회사 경영에 기웃거려서는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루카치는 “별을 보며 길을 찾던 시대가 행복했다”고 말한다. 신문사는 그 동안 별만 바라보며 살다 발밑의 웅덩이를 보지 못했는지 모른다. ‘좋은 신문’이면서 ‘좋은 기업’이어야 하는, 새로운 언론 경영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