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호

워싱턴 정치 전문매체의 ‘오바마 북핵 접근법’전망

“핵심과제는 북한의 ‘최종적 지위’와 핵무기 처리법”

  • 입력2009-02-03 1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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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정권교체기를 맞아 숨고르기에 들어간 북핵 협상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책은 과연 무엇인가. 이에 대해 미국의 워싱턴 정치 전문매체인 ‘CQ투데이’는 2008년 11월말 분석글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2기 부시 행정부의 협상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최종적 지위(final status)’를 고려한 장기전략 개발에 관한 워싱턴 인사이더들의 분석을 전하고 있다. 에둘러 표현한 이 주제가 간단치 않은 것은 ‘최종적으로 북한을 핵 능력을 보유한 나라로 인정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 기사를 작성한 조쉬 로진 기자는 수년간 동북아 문제에 천착해온 안보분야 전문기자다. 6자회담의 전망과 함께 주요 직책 라인업 예상,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대북 특사의 분리 방침 등을 다룬 기사를‘CQ투데이’측의 허락을 받아 번역, 소개한다.‘편집자’
    워싱턴 정치 전문매체의 ‘오바마 북핵 접근법’전망

    앨 고어 전 부통령(오른쪽),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왼쪽)와 함께 정권 인수팀 사무실에서 회동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

    태평양 주변 6개국이 냉전의 마지막 장(章)을 종식시킬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 협상 재개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2008년 12월 열린 제6차 6자회담의 합의 실패로) 동북아 핵 문제가 중대고비를 맞았다. 부시 행정부의 협상 진전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북한이 오바마 당선자가 취임하는 1월20일까지 6자회담 진전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들은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 등장 이후 지난 8년간 협상을 어렵게 했던 부시 행정부와의 상호 불신을 해소하고 새롭게 협상을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동북아 문제를 다루는 싱크탱크인 미국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부시 행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으며 현재 관망상태에 있다”고 언급했다. 플레이크 소장은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의 자문역을 맡은 바 있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오바마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차기 대북특사로 누구를 지명할 것이냐는 점이다. 대북특사는 그동안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추진해왔던 북핵 협상 기조를 지속하도록 하고, 북한의 ‘최종적 지위(final status)’를 고려한 장기전략을 개발하며, 지역 동맹국들과의 손상된 관계를 복원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당선자의 대선기간 자문단 구성원들이나 한국 내 전문가들은 차기 북핵협상 대표가 정치가 전술가 책략가의 자질을 고루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북핵 위기 해결은 여러 해에 걸친 힘겨운 장기전이 될 것이므로 이러한 덕목이 필수적이라는 것. 플레이크 소장은 “북핵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마술 같은 해법이나 비밀스러운 협상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북핵 문제가 단기간에 쉽게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은 금물”이라고 잘라 말했다.

    “부시 행정부 정책 이어갈 것”



    그러나 대선 캠페인 기간에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의 최근 북핵 전략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재조치라는 위협수단을 유지하는 한편 6자회담의 진전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기본노선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2008년 10월 부시 행정부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를 환영하는 성명을 통해 “지난 8년은 북한의 위협과 맞서기 위해 적극적이고 지속적이며 직접적인 양자 및 다자 외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기간이었다”고 평했다. 또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동맹국들과의 효율적인 협력체제 구축에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하면서 “그간 소외감을 느껴온 일본 한국 등 동맹국과의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힐 차관보의 지휘로 진행돼왔던 북핵 협상이 성과와 한계를 모두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힐 차관보는 단계적인 접근방식과 ‘행동 대 행동’ 원칙을 통해 북한의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 국제기구 핵사찰 요원의 복귀 허가, 북핵 검증 문서화 합의 등의 성과를 도출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 과정에서 시간 벌기와 무력시위를 번갈아 구사해왔고, 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제출한 검증 문서가 매우 불완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각한 식량 부족,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 등 북한의 내부문제 역시 점차 악화되고 있다.

    오공단 브루킹스연구소 비상임연구원은 차기 협상대표가 부시 행정부의 공과(功過)를 모두 계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악용할 수 있는 빌미가 될 그 어떤 초조감도 내비치지 말고 신중하게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오 연구원은 차기 미국 협상대표가 성과 과시를 위한 형식적인 진전을 지양하고 장기적인 관점을 견지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핵 확산 방지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지금까지 다뤄지지 않았던 북한의 ‘최종적 지위’와 핵무기 처리 등 핵심적인 과제로 협상을 이끌고 나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의 대선기간 자문역이었던 조엘 위트 컬럼비아대 객원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의 협상기조를 유지하되, 북한의 핵무기 문제를 직접 다룰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면서 “이는 현재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중국의 우려, 일본의 불만

    그러나 아시아 전문가들은 역내 강대국들의 입장과 이해관계의 차이 때문에 동맹국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제임스 릴리 전 주중·주한 미 대사는 “미국은 무엇보다 자국의 정책 우선순위인 핵 개발·확산 저지와 한국이나 중국이 염려하는 북한 체제의 안정성 문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에 인접한 국가들로서는 무엇보다 김정일 정권의 붕괴가 끔찍한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릴리 전 대사는 또 “북한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것은 한·미·중 공조”라며 “지금까지는 북한이 이들을 이간시키는 데 성공해왔다”고 평했다.

    차기 대북정책 담당자가 누가 되든 역내 미국의 핵심 우방국인 일본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일본 측은 북한 공작원들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6자회담 협상타결의 선결과제로 제시한 상태다.

    노부요시 사카지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일본 당국자들은 미국이 일본과의 적절한 사전조율 없이 독자적으로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조치를 발표한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으며, 오바마 행정부가 일본을 존중해줄 협상대표를 임명할지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사카지리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과 힐 차관보가 2기 행정부 기간 내내 일본을 홀대한 탓에 일본 국민들 사이에는 일본이 미국의 심부름꾼 노릇을 그만둬야 한다는 정서가 확대되고 있다. 6자회담에서 일본의 입지가 점차 줄어든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새 대북특사 임명은 우선 외교안보분야 고위직에 누가 기용되느냐에 좌우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오바마 당선자의 정권 인수팀 소식통은 아직 이에 대한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전문가들이나 선거캠프 인사들, 정치평론가들은 비공식적으로 대북협상 특사 후보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대북정책 라인업 전망

    현재 유력한 인사로는 제프리 베이더 브루킹스연구소 소장과 상원 외교위원회의 프랭크 자누지 전문위원이 거론되고 있는데, 자누지 위원은 최근 북한 외무성의 리근 미국국장과 만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국무부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 관련 직책을 맡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자누지 위원은 조 바이든 부통령 지명자의 핵심 브레인이다. 이 때문에 자누지 위원이 부통령실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이며 부시 행정부에서 대북특사를 역임한 잭 프리차드 같은 한반도 관련 싱크탱크 전문가들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가 학계인사를 중용할 것이라고 보는 관측도 나온다. 후보군으로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애쉬튼 카터 교수(전 국방부 차관보)와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스티븐 보스워스 학장(전 주한 대사)이 언급된다.

    일부에서는 행정부 내부의 의견조율과 관련국들 간의 협력 강화를 위해 전직 고위 외교관 출신의 중량급 인사들이 기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 조정관이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렇듯 시각이 엇갈리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한 가지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산적한 과제를 고려할 때 오바마 행정부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직과 대북협상 특사 직책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공단 연구원은 “대북특사는 평이하거나 낭만적인 일이 아니다. 매우 힘들고 지리하며 불쾌한(dirty) 자리”라고 말했다.

    원문은 ‘CQ투데이’ 웹사이트

    www.cqpolitics.com/wmspage.cfm?docID=news-00000299063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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