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와 옴팔레’, 1730년경, 캔버스에 유채, 90×74cm, 모스크바 푸슈킨미술관 소장
침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그림으로는 부셰의 ‘헤라클레스와 옴팔레’가 대표적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중 헤라클레스와 옴팔레의 이야기 중 정사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다. 침대에서 헤라클레스는 옴팔레의 풍만한 가슴을 움켜잡고 열정적으로 키스를 한다. 옴팔레의 다리가 헤라클레스의 허벅지에 놓여 있는 것은 정욕에 빠져 있음을 암시하는 동시에 헤라클레스가 옴팔레의 노예임을 나타낸다. 두 눈을 감고 황홀경에 빠져 있는 두 남녀의 관능적인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프랑수아 부세(1703~1770)는 이 작품에서 육체의 욕망을 찬미했는데 음화(淫畵)를 용서하지 않는 당시 사회 분위기 때문에 큐피드와 헤라클레스를 상징하는 사자가죽, 옴팔레의 물레를 그려 넣어 신화의 한 장면을 나타냈다(이 작품은 현재 예술의전당 ‘서양미술 거장전’에서 볼 수 있다).
늘 사랑받기 위해, 혹은 사랑하기 위해 섹스를 하는 것은 아니다. 섹스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도 섹스를 한다. 사랑보다는 섹스에 매료된 남자와 여자를 그린 작품이 샤드의 ‘모델과 자화상’이다. 이 작품은 섹스를 냉소적으로 표현했다. 가슴털이 다 드러나 보이는 녹색 셔츠와 여자를 바라보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이 특징이다. 여자는 벌거벗은 채 누워 있고, 남자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여자의 음부를 가리고 있다. 붉은색 스타킹과 손목에 두른 검은 리본은 여자의 벌거벗은 몸을 부각시키며, 여인 뒤로 화가를 향해 피어 있는 수선화 한 송이가 두 사람의 성적 관계를 암시한다. 흐트러진 침대 시트는 격정적인 섹스를 짐작케 하는 반면, 엇갈린 시선과 냉담한 표정은 사랑 없는 섹스를 의미한다.
‘모델과 자화상’, 1927년, 나무에 유채, 62×76cm, 런던 테이트갤러리 소장
섹스가 끝나는 순간부터 남자는 느긋해지고 여자는 급해진다. 남자는 여자를 소유했기 때문에 급할 것이 없고, 여자는 어떤 것도 소유한 것이 없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다. 남자와 여자의 섹스 후 감정 변화를 그린 작품이 보나르의 ‘남과 여’다. 기묘한 구도로 섹스 후 남녀의 대립된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그림을 둘로 가르는 가리개 사이로 남자는 옷을 입기 위해 서 있고 여자는 침대 위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화면을 이등분하는 가리개는 사랑의 끝을 암시한다.
피에르 보나르(1867~1947)의 이 작품에서 가늘고 길게 표현된 남자의 표정에 침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그와 대조적으로 통통한 몸매의 여자 표정엔 후회의 빛이 엿보인다. 보나르는 섹스 후 남자의 감정을 옷 입기 위해 서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남과 여’, 1900년, 캔버스에 유채, 115×72cm, 파리 국립미술관 소장
‘롤라’, 1878년, 캔버스에 유채, 175×230cm, 보르도 보르도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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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벡스는 통속적인 주제의 이 작품을 원작과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화면을 두 부분으로 나누었다. 화면 정면에 흩어져 있는 옷들은 격렬한 정사를 말해주며 화면 뒤에 남자를 배치한 것은 남자의 심리를 소설 원작에 충실하게 표현한 것이다.
앙리 게르벡스(1852~1929)는 이 작품을 1878년에 공개했으나 당시 파리 부르주아의 생활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