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은 푸른 강변공원, 도로, 줄지어 들어선 고층아파트 등 보기에는 그럴듯한 도시하천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생태적 측면, 도시 활동의 수용, 도시경관의 측면에서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한강에는 진정한 ‘워터프런트’가 없다. 그동안 한강은 도시공간의 경계, 홍수를 막기 위한 방어선 또는 도로나 상하수관망 등 기반시설을 처리하는 변두리로 인식되고 그렇게 관리돼왔다.
강변도로에는 수많은 차량이 다니지만 강의 전경을 느낄 겨를이 없이 고속으로 통과할 뿐이고 강변의 건물로 직접 출입할 수 없다. 강변에 늘어선 아파트들은 강을 바라보고는 있으나 강으로 향하는 통로는 막혀 있다. 강변의 공원은 보기에는 좋지만 정작 가려고 할 때는 입구를 찾기 어렵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기는 더더욱 어렵다.
한강이 이렇게 경계로 인식되고 관리됨으로써 서울의 강북과 강남은 서로 연계되지 않고 격리되며, 때로는 대립과 질시의 관계를 형성한다. 흔히 서울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강남북의 격차와 불균형발전 문제에는 ‘경계로 취급되는 한강’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강은 서울의 진정한 ‘워터프런트’가 되어야 한다. 이는 한강이 도시 활동의 집약점이자 표출점이고, 서울의 주요 관문이자 얼굴이며, 서울의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강이 서울의 진정한 워터프런트가 되기 위해서는 한강에 대한 공공의 인식과 관리방식이 바뀌어야 할 뿐 아니라 강변의 개발 양상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1968~70년에 진행된 제1차 한강종합개발사업 개요.
개발이 남긴 영광과 상처
동부이촌동, 반포, 압구정동 등 강변의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처음 들어선 것이 이 무렵의 일이다. 건설회사가 한강의 제방도로를 축조하고 강변에 생겨나는 부지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함으로써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는 재정이 빈약하던 당시에 한강의 홍수 문제를 해결하고 급격히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개발방식이 남북으로 자동차 전용도로가 달리며 강변에 아파트촌이 줄지어 들어선 현재의 한강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한강변 주거지역의 많은 곳이 재건축, 재개발 시기에 도달했거나 뉴타운 등 대단위 개발 예정구역에 포함돼 있다.
이때의 한강 개발은 단기간에 최소의 비용으로 홍수 문제를 해결하고 강변의 외관을 정비하는 효과를 거뒀지만, 한강의 잠재력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낳았다. 한강변을 자동차교통이 차지하고 그 내부에 다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섬으로써 한강은 서울시민이 공유하는 공간의 성격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