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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어도 이혼의 고통은 같다”

종영된 KBS 2TV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작가가 바라본 ‘이혼 풍속도’

  • 하명희│방송작가 iamhmh@naver.com│

“시대가 바뀌어도 이혼의 고통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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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어도        이혼의 고통은 같다”

외도만을 이유로 이혼까지 하진 않는다. 그동안 덮어두었던 문제들이 튀어나와 외도를 못 참게 되는 것이다.

극성(劇性)이 강해서 선택한 실제 사연인데 이 드라마가 나가자 시청자 게시판이 들썩였다. 세상에 저런 일이 어디 있느냐, 작가가 사이코다, 제정신이 아니다, 하는 욕을 많이 먹었다. 이런 남자와 결혼한 여자, 이혼할 수밖에 없다. 아니 그동안 너무 많이 용서해줬다. 진작 끝냈어야 했는데. 진작 끝냈다면, 좀 더 일찍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결혼생활은 혼자만의 노력으론 유지되지 않는다. 한쪽의 노력만으로 버티는 관계는 언젠가 끝을 보게 되어 있다. 이렇게 한쪽의 노력만으로 버티다 이혼하는 부부도 많다.

어쩔 수 없는 운명

사고로 인해 이혼에 이르는 부부도 있다. 이런 경우‘인간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종손실종사건’(473화·2009년 2월 방영)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던 여자가 아들을 잃어버리면서 모든 것이 망가지게 된 이야기다. 혜란은 손이 귀한 집에 시집와 아들을 낳고, 시부모와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혜란은 남자 동창을 만나러 가느라 아들 지후를 학원에 데려다주지 못하고 그냥 보냈다. 지후는 학원에 가는 도중 교통사고를 당하고, 운전자는 겁이 나 지후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지후는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운전자 부부는 아이가 없던 차에 지후를 자식으로 키운다.

지후를 찾기 위해 혜란 부부는 모든 걸 다 걸지만 허사다. 시부모와 남편의 원망을 받는 혜란. 그날 지후를 학원에 데려다 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는 거다. 남편은 지후를 찾겠다며 회사를 관두고, 시아버지 시어머니는 차례로 죽음을 맞이한다. 남편은 폐인이 된다. 술 마시고 파출소에 드나들고, 혜란에게도 폭력을 행사한다. 예전의 다정한 남편이 아니다. 지후를 잃어버린 지 3년 만에 벌어진 일들이다. 그리고 지후를 데려간 운전자가 또 교통사고를 내 감옥에 가게 된다. 운전자 아내는 지후를 키울 수 없자 혜란에게 돌려보낸다. 죽을 때까지 사죄하며 살겠다는 편지와 함께.



예견된 이혼

하지만 지후는 기억을 잃어버린 탓에 혜란 부부를 기억하지 못하고, 운전자 부부를 부모로 안다. 희망적인 일은 지후의 기억을 치료를 통해 조금씩 찾게 할 수 있다는 의사의 의견이다. 하지만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하며 반항하는 아들과 그런 아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편의 갈등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사는 게 지옥인 혜란은 이혼을 결심한다.

누가 보면 지어낸 거 같지만, 이 또한 실제로 있었던 사연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한순간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겸양의 자세를 갖게 됐다.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이혼이 존재한다면, 결혼 시작부터 예견된 이혼도 존재한다.

‘아들 장사’(455화·2008년 10월 방영)는 결혼에 관한 가치관이 다른 집안이 결합하면서 이혼에 이르게 된 이야기다. 사랑만 있으면 행복할 거라 생각한 수경은 변호사 남자친구인 민우와 결혼하면서, 결혼준비 과정에서 ‘혼(婚)테크’를 하려는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는다. 그렇지만 결혼만 하면 그 갈등이 끝날 거라고 생각하고 결혼을 강행한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그리 녹록한 사람이 아니었다. 결혼을 하자 예단으로 요구한 2억원 중 1억원만 갖고 온 수경에게 나머지 1억원을 갖고 오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남편 민우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리라 여기고 시어머니에게 당당하게 행동했지만, 시어머니는 민우와 수경을 이간질한다. 이럴 경우 거의 ‘핏줄의 승리’다.

수경은 임신을 하고 한풀 꺾여 시어머니에게 잘 지내볼 것을 제안하지만, 시어머니는 예단비를 못 채울 작정이면 아이를 지우고 이혼하라고 종용한다. 자신의 아들은 처녀장가갈 수 있다고 덧붙이면서. 민우는 결혼해서 살아보니 자신의 엄마 말이 다 틀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자신과 같은 조건의 친구들이 좋은 조건의 여자와 결혼해서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사는 것을 보면, 자신이 사랑만 보고 결혼한 것이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그러면서 둘 사이는 멀어진다.

이 얘기는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극화한 것이다. 부모의 가치관은 자식의 가치관에 영향을 준다. 결혼을 통해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 뒤엔 그들의 부모가 버티고 있다.

‘아들 장사’의 여자 버전도 있다. ‘왕자 찾기’(359화·2006년 11월 방영)는 오로지 돈만 아는 엄마가 결혼 상대자를 선택해주고 결혼생활까지 참견하는 이야기다. 엄마가 선택한 딸의 결혼 상대자는 외제 차 타는 돈 많은 청년 사업가 진호. 능력 있는 남자는 미인을 차지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던 진호도 영주의 외모에 반해 결혼을 감행한다. 그러나 영주와 그녀의 엄마는 진호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상대였다. 쇼핑과 외식으로 한 달에 1000만원을 쓰고도 모자란다고 투덜댄다.

결국 진호는 생각만큼 돈도 없고 사업이 어려우니 돈을 아껴 써야 한다며 생활비를 줄이고 카드도 뺏는다. 엄마는 그런 진호에게 돈이 없으면서 있다고 했다며, 영주와의 결혼은 없었던 일로 하자며 결혼 한 달 만에 딸을 데리고 간다. 그러곤 혼인신고도 안 되어 있고, 결혼 전 남자 한두 번 안 만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초혼이라고 속이고 딸의 결혼상대를 알아본다. 다시 재력가를 찾아 결혼을 시키려 하지만 결국 결혼 사실과 결혼 의도가 들통 나 파탄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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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희│방송작가 iamhm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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