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호

박양수 드림성형외과 원장이 들려주는 얼굴 이야기

자연스러운 조화가 최고의 美 예전엔 정윤희, 요즘엔 고소영

  • 이은영│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입력2009-06-03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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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형외과 의사 1200명 중 600명이 강남에서 개업
    • 성형외과 의사가 정직하지 않으면 환자 마음대로 속일 수 있어
    • 좌식생활에 방바닥에서 자면 얼굴 편평해져
    • 한국 성형수술 수준은 아시아 최고, 한 해 외국인 1000명 입국
    • 코 수술은 18세 이후, 유방확대술은 23세 이후에 해야
    박양수 드림성형외과 원장이 들려주는 얼굴 이야기

    ● 1963년 서울에서 출생해서 경성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지난 11년간 성형의 메카인 서울 강남에 위치한 메이저 성형외과 중 하나인 드림성형외과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2만여 명의 여성을 만나 상담했고, 1만여 명의 얼굴을 성형했다.

    여자가 얼굴이 반반하면 얼굴값 한다”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얼굴이 예쁜 여자는 왠지 모르게 성격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의미를 은근슬쩍 담고 있다. 요즘은 정반대다. 여자는 무조건 예뻐야 경쟁력이 있고,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예뻐지기 위해 사활을 거는 여성이 많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가 아니라 ‘변하지 못하는 여자는 유죄’가 되는 시대다.

    최근 ‘외모가 곧 권력’임을 입증할 연구자료가 발표되었다. 20대 초중반 남녀 484명을 대상으로 학력과 이력 등을 동일하게 설정하고 전혀 다른 인물사진 18장을 제시했다. 설문 대상자는 사진만 보고 그 사람의 외모점수를 우선 매긴 뒤, 이어지는 143개 문항의 설문을 통해 성격과 재테크 실력, 가정 충실도, 대인관계 등을 따져보도록 했다. 질문 중에는 그 사람의 외모만 보고선 ‘미래 경제에 대한 전망이 정확할 것 같다’ ‘투자에 대한 판단이 정확할 것 같다’ 등을 가늠하는 문항도 포함되어 있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외모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똑똑하고 인간관계가 폭넓으며 직업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 특기할 점은 미남이 미녀보다 경제 사회 정치 등 공적생활과 관련해 더욱 좋은 인상을 얻었다는 사실. 또한 미인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가정충실도와 재테크 실력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외모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경기침체로 취업의 문턱이 점점 높아지자 관상학적으로 복이 없어 보일 수 있다는 비대칭 턱이라든지, 꺼진 이마를 고쳐 인상을 좋게 만들려는 젊은이가 부쩍 많아졌다. 이른바 취업성형이다. 고집스럽게 보일 수 있는 매부리코를 고치거나, 박복한 인상을 줄 수 있는 튀어나온 광대뼈를 부드럽게 깎아내고, 차갑고 날카롭게 보일 수 있는 올라간 눈초리를 부드럽게 바로잡는 시술이 바로 대표적인 취업성형 사례다.

    회사 측이 응시자의 외모를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면접 때 첫인상이 당락을 좌우할 수 있기에 취업준비생들은 면접에 호감을 줄 수 있다면 기꺼이 성형수술을 하겠다는 태도다. 최근 인터넷에 연재되고 있는 허영만의 ‘꼴’이란 관상만화가 20만권 이상 팔려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이런 세태를 반영한 덕분이기도 하다.



    한번은 허영만의 ‘꼴’에서 ‘광대뼈가 둥글게 생기지 않고 튀어나오면 괴로움을 겪는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날 하루 강남의 성형외과 상담실에는 광대뼈 깎는 수술을 하겠다는 상담 건수가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내과나 소아과처럼 성형외과도 우리 사회에서 대중적인 진료과목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원판 불변의 법칙

    기자가 만난 박양수(46) 원장은 국내에서 성형수술 잘하기로 정평이 난 의사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어느 곳이든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치면 ‘특히 코를 표 나지 않게 고치기로 유명하다’라는 평가를 접할 수 있다.

    강남은 성형수술에 관한 한 메카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1200여 명의 성형외과 의사 중에 600여 명이 강남에서 개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박 원장은 강남에서 몇 안 되는 스타급 의사에 속한다.

    지난 17년간 그의 손을 거쳐 얼굴을 고친 여성은 무려 1만여 명. 몇 년 전, 방송국 출입기자들이 ‘성형수술 후 더욱 예뻐진 연예인’을 뽑았는데, 1위에 오른 핑클의 옥주현을 비롯해 2, 3위의 연예인이 모두 박 원장한테 시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성형수술 의혹만으로도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과거에 비해 성형에 관대해진 사회적 분위기 덕분에 스타들은 성형 사실을 당당하게 고백하고 달라진 외모가 자신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 옥주현씨뿐 아니라 김정은 김남주씨 모두 성형수술 받았음을 당당히 고백하고 이미지를 한층 더 올린 경우인데, 네티즌들이 과거 사진을 전(前)과 후(後)로 놓고 정말 말이 많아요. 한편에서는 성형수술만 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되기도 합니다. 또 성형수술을 자꾸 부추기는 경향이 있어요.

    박양수 드림성형외과 원장이 들려주는 얼굴 이야기

    박양수 원장에 따르면 자연미가 오래간다. 위 왼쪽부터 고소영, 김태희, 이영애, 중간 왼쪽부터 심은하, 황신혜, 정윤희.

    “(수술한 연예인이)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옛날 얼굴(사진)을 보면 지금 얼굴이 그대로 있어요. (성형수술로) 크게 달라질 수는 없거든요. 제가 수술한 연예인은 아니지만, 요즘 ‘내조의 여왕’이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김남주씨의 경우 중학생 시절 사진을 놓고선 말이 많았어요. 제가 성형외과 전문의로서 과거 사진을 보니 나중에 예쁘게 될 얼굴이더군요. 성형수술로 미인이 되려면 미인의 바탕을 갖추고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얼굴이 좀 작고 선이 고와야 합니다. ‘성형(成形)’은 ‘모양을 이루다’는 뜻이에요. (모양을) 만드는 게 아니라 변화시키는 겁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눈 코 입에서 아주 조금만 바꿀 수 있지, 아예 새로운 모양의 눈 코 입은 절대로 만들 수 없어요.”

    박 원장은 원판 불변의 법칙을 강조했다.

    “네티즌들이 스타의 과거 사진과 현재 사진을 비교해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그건 착각이고 오해입니다. 점수로 표시하면 50점짜리 외모를 가진 사람이 수술 후 100점짜리가 되긴 힘들어요. (하지만) 90점짜리 외모는 수술하면 100점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큰 거죠.”

    ▼ 성형수술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는 얼굴이 따로 있다는 얘기인가요.

    “조건을 갖춰야 해요. 피부가 얇고 맑고 투명해야 하죠. 조금이라도 통통하면 피부가 두껍고 피하지방이 많아요. (네티즌들은) 오해를 풀어야 해요. 누구나 과거 사진을 보면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학교 다닐 때 꾸미지 않았고 살이 쪘었다면 더 그렇죠. (누구든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면서 화장기술도 터득하고 카메라 앞에서 시선을 어떻게 둬야 예쁘게 찍히는지 알게 되면 과거보다 더 세련되게 바뀔 수 있는 겁니다.”

    “김태희 눈 코처럼 해달라”

    ▼ 누가 봐도 미인인 연예인이 자꾸 성형을 하고 싶어하는 건 중독 증세가 아닐까요.

    “그렇진 않아요. 연예인이 생각하는 단점은 아주 미세해요. ‘양쪽눈 쌍꺼풀이 조금 다르다’ ‘턱이 약간 각이 져서 깎고 싶다’ ‘콧방울이 너무 들린 것 같다’ 따위의 아주 미세한 부분이에요. 보통사람이 육안으로 봐서는 잘 모를 거예요. (연예인들은) 화면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자꾸 모니터링하니까 미세한 부분까지 알게 되는 거죠. 눈 코 입은 화장으로 고쳐지지만 얼굴이 각이 졌다면 거북해지거든요. 어떤 각도나 어떤 포즈에서든 예쁘고 선이 곱게 보이고 싶은 거예요. 예쁜데도 워낙 노출되니까 단점이 자꾸 보이는 겁니다.”

    ▼ 성형전문의 관점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예인으로 누굴 꼽을 수 있나요. 황신혜씨가 대표적인 조각미인이잖아요.

    “전 자연스러운 조화가 미(美)를 결정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해요. 옛날 배우들 중에 자연 그대로의 미인이 많았어요. 정윤희씨가 대표적입니다. 이후 세대 중에선 고소영씨를 꼽을 수 있어요. 최근 영화 ‘박쥐’에서 여주인공으로 나온 김옥빈씨가 참 자연스럽더군요.

    황신혜 이영애 김태희씨 얼굴은 완벽한 조각 같아 성형수술을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고은아 정윤희 고소영 심은하씨 경우는 달라요. 코끝이 서구적으로 뾰족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부드럽고 자연스러운게 매력이죠. 요즘은 생얼(화장하지 않은 얼굴)시대라 자연스러움이 미인을 결정하는 코드가 되었어요. 5~6년 전만 해도 성형외과에 와서 ‘티가 나도 좋으니 코를 높게, 쌍꺼풀도 진하게 해달라’는 여성이 많았는데, 요즘은 ‘제발 티 안 나게 해주세요’라고 요구해요. ‘티 안 나게 김태희씨 눈 코처럼 해달라’는 분이 많아요.”

    ▼ 성형수술로 얼굴에 개성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어떤 연예인의 눈과 코를 그대로 닮게 해준다면 수술받은 사람들 얼굴이 다 비슷해지지 않을까요.

    “다 같아질 순 없어요. 같은 방법과 같은 높이로 수술해도 피부가 처진 사람은 낮게 나오고, 탄력 있는 사람은 높게 나올 수 있거든요. 누구의 눈을 모두에게 닮게 해 주고 싶어도 정형화할 수 없는 게 성형입니다. 코만 해도 결과가 달라요. 피부가 두꺼운 사람이 있고 얇은 사람이 있어서 다르게 나와요.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으면 아무리 몸매를 잘 가꾸어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듯이 코 수술을 아무리 예쁘게 잘해도 피부가 두꺼우면 개선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주로 여자는 눈을, 남자는 코를 많이 고친다면서요.

    “그런 편이죠. 동양인은 눈이 얼굴에 비해 작아요. 여성은 코보다 눈을 더 고치고 싶어하죠. 코는 정면에서 보면 ‘높다’ ‘낮다’를 잘 모르거든요. 근데 눈은 딱 보면 ‘크다’ ‘작다’를 느낄 수 있으니까 수술하고 싶어해요. 반면에 남자는 코를 많이 해요. ‘코가 너무 작으니까 크게 만들어달라’는 남성이 많더라고요.”

    ‘OOO 성형외과’와 ‘진료과목 성형외과’

    ▼ 코 수술이 성형의사의 실력을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라고 들었습니다. 옛말에 ‘귀 잘 생긴 거지는 있어도 코 잘생긴 거지는 없다’고 할 만큼 코가 얼굴의 중심인데, 코 수술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성형수술에선 테크닉이 중요해요. 코 수술도 테크닉이 수도 없이 많아 책을 여러 권 쓸 정도예요. 완벽한 코 모양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1000명 중 1명도 안 됩니다. 콧방울만 살짝 올린다고 해도 천차만별의 방법이 있죠. (코를 이루는) 뼈와 여러 개의 연골이 복합적이고 기능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간혹 선천적으로 코가 기형이거나 싸움으로 코뼈가 완전히 망가진 경우 코를 재건하는 수술을 해요. 정말 복잡한 수술이에요. 얼마나 난해하면 2500년 전 고대 인도에서부터 시작한 연구를 아직까지 계속하겠습니까.”

    ▼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데 수술을 하는 의사가 적지 않다고 들었어요.

    “우리나라 의료법이 그걸 허용했어요. (한국에서는) 의사면허증만 있으면 진료과목을 3개까지 마음대로 정해서 할 수 있어요. 쉽게 ‘OOO 성형외과의원’이라면 전문의가 하는 병원입니다. 하지만 ‘진료과목 성형외과, OO의원’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이 아니죠. 의사면허증만으로 어떤 쪽이든 진료과목으로 표기할 순 있지만 전문의인 경우에만 병원 이름에 ‘OOO과’를 쓸 수 있게 해 놓았거든요. 비전문의는 ‘진료과목 성형외과’라든지 ‘진료과목 피부과’라고밖에 표기할 수 없어요. 문제는 이걸 아는 국민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또 아는 사람도 속을 수 있어요. 어떤 의사는 ‘OO의원-진료과목 성형외과’를 써놓고 ‘의원’ ‘진료과목’은 작게 써 놓기도 해요.(웃음)”

    ▼ 최근 병원들 사이에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극심해 의사들이 비보험 진료를 할 수 있는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선호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 셈이죠. 예를 들어 흉부외과 전문의가 자신의 진료과목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요. 의료수가(의료기술료)만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산부인과의 경우 출산비가 5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쌍꺼풀수술비는 강남에서 100만원 하거든요. 또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과목으론 먹고살기 힘드니 산부인과에서도 소아과에서도 보톡스 시술을 하고 성형도 하죠. 비성형전문의의 수술은 문제가 심각합니다. 흉부외과 신경외과 수술은 전문의 과정을 꼭 거쳐야 가능하다고 인식하면서 ‘성형수술은 전문의가 아니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정말 큰 문제예요. (성형외과 의사는) 정교해야 합니다. 쌍꺼풀 수술만 하더라도 1mm만 어긋나도 확 달라 보여요. (성형외과 의사 중에) 성격이 털털하고 급해서 빨리 수술하는 분도 있는데, 안 돼요. (수술이) 잘못되면 암보다 더 큰 불행을 초래할 수 있어요.”

    박양수 드림성형외과 원장이 들려주는 얼굴 이야기

    특히 코를 잘 고치기로 소문 난 박양수 원장.

    ▼ 성형수술 부작용 얘기를 하면 ‘선풍기 아줌마’가 떠오르는데, 부작용 사례가 성형외과 전문병원에서도 있을 수 있습니까.

    “‘선풍기 아줌마’는 정상적인 성형수술의 부작용이 아닙니다. 비전문가가 주입한 이물질 때문에 최악의 부작용이 생긴 겁니다. 파라핀이나 공업용 실리콘 주사를 맞으면 그렇게 될 수 있어요. 실리콘도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따라 반응이 달라요. 의학용이 있고 공업용이 있는데, 피부 속에 넣는 것이니 멸균해서 만들어져야 하고 순도도 높아야 해요. 단 반드시 고체 상태로 삽입해야 합니다. 액체 상태 실리콘은 주사가 불가능하고, 튼튼한 백 속에 넣어 삽입하게 되어 있어요. ‘선풍기아줌마’가 바로 실리콘과 파라핀을 액체 상태로 주입한 사례죠. 사실 정상적인 콜라겐도 우리 몸에서 거부반응이 생겨 변형되면 ‘선풍기 아줌마’처럼 될 수 있어요. 그래서 피부 반응검사를 꼭 한 다음에 주입해요.”

    아홉 번 코 수술한 여자

    ▼ 수술 후 부작용이 생기면 환불해주나요.

    “예를 들어 코 안에 실리콘 인플랜트가 감염돼 몇 달 안에 빼야만 한다거나 쌍꺼풀을 했는데 한 달 만에 풀렸다면 환불해야겠죠. 하지만 주관적인 불만족이라면 애매해요. 최근 비전문가에게 수술 받았을 땐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어요. 의사의 전공을 확인하지 않은 환자도 책임이라서 절반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성형수술에서 ‘불만족’은 주관적인 문제라 답이 없어요. 코 수술을 여덟 번 했는데도 마음에 안 든다고 아홉 번째로 저를 찾아온 여성도 있어요. 그녀는 다행히 전문의들에게 시술을 받아왔기 때문에 아홉 번째 수술이 가능했어요. 고칠 여지가 남아있었던 거죠.”

    ▼ 성형외과 의사가 봤을 때 성형중독에 가까운 사람은 어떤 유형인가요.

    “의사가 봤을 때 더 개선의 여지가 없는데도 끊임없이 성형수술을 요구한다면 중독이죠. 수술시의 수면 마취에 중독돼 끊임없이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면마취유도제는 향정신성마취제이거든요.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성형중독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에게 수면마취만 해주기도 하는데 최근 문제가 되고 있어요.”

    ▼ 성형외과 전문병원에서는 비정상적인 재료를 사용하진 않겠지요.

    “전 성형외과 의사의 첫 번째 자질로 정직성을 꼽고 싶어요. 성형외과 의사가 아니더라도 의사는 고도의 전문직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환자를 속일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코 수술을 한다고 쳐요. 쓰는 재료에 따라 수술비가 크게 차이 날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여러 가지 재료 중에서 고가(高價)를 쓴다고 하고선 싼 재료를 쓸 수 있어요. (고가인지 저가인지) 환자는 전혀 알 수 없지요.”

    박 원장은 흔히 성형수술에서 사용하는 각종 재료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성형수술에서) 가장 비싼 재료가 늑연골입니다. 갈비뼈에 붙어있는 연골인데, 오돌뼈를 연상하면 됩니다. 자기 조직을 쓰는 경우도 있고 타인의 것을 쓰기도 해요. (늑연골은) 흔히 코 부위에 사용해요. 독일에서 수입한 연골 중에 튜토프라스트가 있는데, 150만원짜리예요. 코에 넣는 보형물은 150만원짜리도 있지만 20만원 상당의 고어텍스(섬유소재)나 1만원짜리 실리콘도 있어요. 보톡스만 해도 미국과 중국, 한국 자체 개발용품이 있어요. 보톡스는 엄밀하게 말하면 미국의 알러간사에서 만든 보튤리즘톡신A형의 상품명입니다. 다른 제약회사에서 나오는 보톡스는 보톡스라는 상품명을 쓸 수 없어요. 의사는 ‘어떤 보톡스를 쓴다’고 말하지 않아요. (보톡스를 쓰지 않고) 다른 제품의 보톡스류나 카피약으로 치료할 수 있어요.”

    ▼ 미국 제품의 보톡스와 다른 카피약의 가격 차이가 큰가요.

    “그렇죠. 환자들은 자신이 미국산을 맞았는지 중국산을 맞았는지 알 턱이 없어요. 보톡스를 얼굴 전체에 주사하면 100만원가량 들어요. 약 40만원어치의 보톡스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저렴한 제품은 20만원 이하도 있어요. 의사가 마음먹기에 따라 수익이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성형외과 의사는 정직해야 하는 거죠.”

    마이클 잭슨이 실패한 이유

    ▼ 마이클 잭슨은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의사가 수술했을 텐데, 왜 그토록 심한 부작용이 생긴 걸까요.

    “성형수술로 고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외모의 변화를 지나치게 원했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잭슨 코는 크고 두루뭉술한 전형적인 흑인 코였는데, 오똑하고 뾰족하고 날씬한 서양인의 코를 만들려고 무리한 수술을 한 거죠. 분명히 성형외과 전문의가 더는 안 된다고 말했을 거예요. 특히 코는 여러 번 수술할수록 흉터조직이 많이 생겨 딱딱해지고 갈수록 수술 결과가 좋지 않아요. 흉터조직은 정상조직보다 혈액순환이 매우 안 좋아요.”

    ▼ 성형외과 의사로서 미인의 조건을 얘기한다면요.

    “단점이 적을수록 미인인 것 같아요. 전 아름다움은 조화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움의 기준이 객관적일 순 없지만 누구나 비슷한 느낌과 생각을 갖게 되는 건 조화 때문이거든요. 사물을 볼 때 간격과 선, 대칭이 눈에 띄는데, 조화로우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각지지 않고 튀어나오지 않고 선이 고와야 미인에 속합니다. 선이 안 고우면 눈에 거슬릴 수 있거든요. 또 간격과 비례예요. 사람의 눈과 눈 사이가 너무 멀어도, 너무 좁아도 이상할 수 있어요. 그 비율에 맞게 적당히 떨어져 있어야 눈에 거슬리지 않죠. 대개 눈과 눈 사이 거리가 눈의 폭과 같으면 아름답다고 합니다. 성형수술은 조화롭게 보일 수 있도록 해주는 거예요. 예를 들어 얼굴에 비해 눈이 너무 작으면 비율에 맞게 키워주는 거죠. (수술 후에는) 더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어요. 대체적으로 얼굴의 길이가 키의 8분의 1이 되면 가장 이상적인 비율이라고 말하지만 동양인의 경우 과연 그 비율에 맞는 사람이 1000명 중 1명이나 될까 싶어요.”

    ▼ 요즘 동양인도 서양인처럼 얼굴이 작고 다리가 길고 허리가 짧은 체형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점점 더 변할 겁니다. (체형은)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어요. 말 타고 사냥했는지 앉아서 농사를 지었는지에 따라 달라요. 채식을 많이 하는 사람은 소화를 많이 시켜야 하기 때문에 장이 길어요. (장이 기니까) 허리가 길어지는 거죠. 앉아서 생활하면 다리가 짧아져요. 좌식생활을 하는 민족이 의자생활을 하는 민족보다 다리가 훨씬 짧거든요. 진화론에선 체형이 식생활이나 습관과 관련 있다고 해석하고 있어요. 서양인은 의자에 앉아 육류를 먹고 말을 탄 까닭에 허리가 짧아지고 다리가 길어진 거라 봅니다. 얼굴도 마찬가지예요. 몽고족은 눈앞에 몽고주름이 있는데, 사막에서 말을 타고 달릴 때 날리는 모래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눈이 작아졌고 눈꺼풀이 처지도록 진화한 거죠. 중국이라도 북방계는 육식을 하고 의자에서 생활하고 말을 타니까 키가 크고, 남방계는 농사를 짓기 때문에 작은 체형이 된 거예요.”

    ▼ 동양인은 얼굴이 편평하고 서양인은 짱구머리에 얼굴이 좁고 갸름한 것도 생활습관 때문인가요.

    “그럼요. 우리나라는 딱딱한 바닥에 딱딱한 베개를 베고 잤어요. 얼굴이 편평하게 되는 거죠. 앞뒤로 눌리게 되잖아요. 사춘기까지 자는 습관에 따라 얼굴형이 변한다는 것이 연구로 증명되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딱딱한 베개를 베고 자면 얼굴이 넓어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서구인은 옆으로 자거나 엎드려 자니 얼굴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요즘 초등학생 얼굴형이 1960~70년대에 비해 갸름해진 것도 생활습관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박양수 드림성형외과 원장이 들려주는 얼굴 이야기

    박양수 원장은 어릴 때부터 분해와 조립을 즐겼다.

    자는 습관에 따라 얼굴형 달라져

    ▼ 만약 얼굴이 편평한 코미디언 배일집씨 같은 사람이 아들을 낳아 탤런트 이정재씨 같은 스타일로 바꿔놓았다 해도 아들의 몸속엔 편평하고 두루뭉술한 얼굴형을 결정짓는 유전자가 그대로 남아 있지 않나요. 아들을 바꿔놓았다고 손자가 서구형으로 태어난다는 보장은 없지 않습니까.

    “재미있는 건 생활환경에 의해 종자개량이 된다는 점입니다. 사람이 어떻게 태어나는지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거든요. 편평한 얼굴과 납작한 뒤통수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아이도 엎어 재우면 짱구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유전자는 돌연변이가 아닌 다음에야 변하지 않아요. 방사선을 쪼이거나 핵에 노출되는 경우를 빼고는 절대 변하지 않죠. 하지만 형질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해요. 말하자면 아버지의 돌연변이가 몇 대(代)로 이어지면 완전히 바뀔 수 있죠. 나중엔 이정재씨 스타일이 저절로 태어날 수 있는 거예요. 다리가 짧은 배삼룡씨 같은 사람이 돌연변이로 탤런트 조인성씨처럼 다리가 긴 아들을 낳았다고 쳐요. 아들한테 다리가 짧은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겠지만 유전자의 형질은 변화해요. 자꾸 키가 크도록 생활환경을 바꾸면 조인성씨 같은 자손이 태어나 나중엔 큰 키의 집안을 이룰 수도 있죠.”

    박 원장은 “얼굴형은 자는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잘못된 자세로 자면 얼굴이 틀어질 수 있고 얼굴이 틀어지면 근육의 균형이 깨져 얼굴이 삐뚤게 변하기도 한다”고 했다. 얼굴형을 바로잡는 악안면수술은 고난도의 수술이다. 단순히 사각턱이면 양쪽 턱뼈를 깎으면 되지만 주걱턱이나 돌출입 안면비대칭인 경우에는 양악수술을 해야 한다. 전신마취를 하고 하악(아래턱)과 상악(위턱)을 동시에 변화시켜 맞춰야 하는 고난도의 성형수술이다.

    “사실 얼굴은 대칭이 비정상이에요. 누구나 얼굴을 정확히 반으로 가르면 두 얼굴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얼굴의 좌우가 눈에 띄게 비대칭인 사람이 있어요. 발달과정에서 자는 습관과 자세, 씹는 습관에 따라 턱뼈가 틀어져 비대칭이 된 거죠. 이런 사람들은 취업을 앞두고 성형외과를 찾아옵니다. 턱이 이상하면 미관상 거슬리고 관상학에서도 좋지 않다고 해서 그런지 큰 수술인데도 결심을 하더라고요. 위뼈와 아래뼈를 조절해 맞춰야 해요. 뼈를 맞추다 모자라면 다른 뼈를 이식하기도 합니다. 주로 장골(엉덩이뼈)을 이식해요.”

    ▼ 20대 여성이 턱관절 교정수술을 받다가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는데, 고난도 수술인 턱관절 교정수술을 개인 성형외과 병원에서 할 수 있나요.

    “몇 년 전만 해도 대학병원에서밖에 못했어요. 요즘은 안면윤곽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개인성형외과병원에서 안전하게 해요. 양악수술도 마찬가지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턱뼈를 깎는 건 큰 수술에 속했는데, 요즘은 아주 간단한 수술에 속해요. 성형수술 기법이 그만큼 빨리 발전하는 겁니다. 하지만 성형외과 전문의 혼자 양악 수술을 하려면 전문의에 이어 전임의 과정까지 마쳐야 가능해요. 남자의사를 기준으로 하면 30대 후반이 되어야 수술할 수 있는 거죠. (양악수술은) 쌍꺼풀이나 코 수술과 달라 숙련된 테크닉이 필요해요. 기도 주변으로 턱뼈를 움직이는 수술이기 때문에 주의하지 않으면 수술 후 출혈이 심할 수 있고 기도를 막아 호흡장애를 일으켜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는 옛말이다. 자신의 몸을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고 배워온 실버세대에게도 성형수술은 빼놓을 수 없는 이슈가 되고 있다. 외모에 민감한 중장년층이 늘면서 어버이날 선물로 성형수술을 권하는 젊은이가 늘었다. 이른바 효도성형수술. 50~60대의 경우 눈 주위 성형수술이 압도적인데, 지방과 주름을 제거하는 수술에서 미세지방이식에 이르기까지 중장년층이 선택할 수 있는 시술은 다양하다.

    ‘어버이날 선물’ 효도성형수술

    미세지방이식은 아랫배나 허벅지, 팔의 필요 없는 지방을 뽑아내 부족한 부위에 옮겨주는 방법이다. 꺼져있는 모든 부위에 시술하는데, 특히 볼륨을 잃은 홀쭉한 볼살과 관자놀이, 깊어진 팔자주름, 편평한 이마와 눈밑, 꺼진 앞턱 등이 크게 효과를 볼 수 있는 성형방법이다. 얼굴에 하는 미세지방이식은 피부 밑에 황금색 지방이 마블링을 만들어주므로 피부 톤이 밝아지고 각진 부분이 없어져 볼륨 있는 동안(童顔) 이미지를 갖게 된다.

    ▼ 성형외과에서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진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상용화된 건 지방에서 추출된 지방줄기세포예요. 보건복지부 식약청 승인을 받아 환자에게 이식하고 있어요. (지방줄기세포는) 지방조직에 함유된 줄기세포를 분리해 배양한 거예요. 배양된 줄기세포를 몸의 필요한 부분에 보충하는 원리입니다. 예를 들어 볼이 꺼진 경우 줄기세포를 사용할 수 있어요. (지방줄기세포가) 다른 조직들의 재생을 촉진하기 때문에 피부에 탄력이 생기게 해요. 그 밖에도 활용도가 높아요. 지방줄기세포를 계속 분화시키면 연골도 만들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코 수술에서 쓰는 인플랜트가 자기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진 보형물로 바뀌는 거죠. 계속 연구 중입니다.”

    ▼ 줄기세포 연구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만만하고 쉬운 건 아니잖습니까.

    “맞아요. 돈이 얼마나 들지 예측불허입니다. 지방줄기세포로 가슴을 확대하거나 볼륨이 생기게 할 수 있는데, 평균적으로 한쪽 가슴당 250cc가 들어가야 하거든요. 줄기세포를 배양해 환자에게 시술하면 겨우 10cc밖에 안 나와요. (10cc 배양하는 데) 1000만원이 들어요. 너무 비싸서 경제성이 없죠.”

    ▼ 성형으로 젊음을 되찾을 순 없는 것 아닌가요.

    “그렇긴 하죠. 저는 인생을 살면서 어느 순간에는 누구나 다 성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콤플렉스를 해소하거나 젊게 살고 싶어서 하기도 해요. 앞으로는 젊은 사람보다 실버세대가 더 자주 성형외과를 찾을 거예요. 쌍꺼풀이 없는 동양인은 나이가 들수록 눈이 처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하는 수술이 상·하안검수술이에요. 피부를 당겨주면 쌍꺼풀이 생기죠. 쌍꺼풀이 없으면 나이 들어 눈뜨기가 아주 불편해집니다. 안검판에서 피부가 바로 처지니 눈이 접힐 수밖에 없죠. (그래서) 우리나라 옛 어르신들, 눈이 처져 있고 무거워 보였던 겁니다. (눈꺼풀이 처지면) 기능적으로도 불편해요.”

    ▼ 보톡스 시술이나 필러시술이 젊음을 되찾아주는 데 기여하겠지만, 보톡스를 한번 주입하기 시작하면 계속 맞아야 하고, 필러시술도 계속 해야 하는 건 번거로운 일인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죠. (보톡스를) 4~6개월마다 맞아야 하니 번거롭지요. 하지만 보톡스 주사든 필러든 그런 물질은 몸에서 빨리 없어지는 게 좋아요. 특히 필러시술은 꺼진 부분을 채워주는 건데, 입가주름이 너무 심한 사람들이 주로 해요. 필러는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몸에서 1~2년 지난 후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안전합니다. 남아 있으면 10~20년 뒤 몸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모르거든요. 1~2년 만에 몸 안에서 녹여 없애버려야 해요. 어르신들이 ‘효과가 오래가는 필러’를 원해 5년짜리나 10년짜리를 맞으면 필러가 딱딱해져 외과적인 수술로 제거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형수술의 한류 붐

    ▼ 성형수술은 20대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40~50대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성형수술도 적절한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성형수술은 언제부터 가능하다는 원칙은 있어요. 하지만 ‘몇 살 이후에는 할 수 없다’고 정해진 건 없어요. 성형수술마다 해도 되는 시기가 있어요. 요즘 중학교 3학년짜리도 많이 오는데, 눈을 고칠 순 있어도 코는 안 됩니다. 코는 성장이 끝난 다음에 해야 해요. 여자는 만 16세, 남자는 만 18세가 되면 성장이 끝나거든요. 유방 확대수술은 반드시 스물세 살 이후라야 됩니다. 수유까지 감안해 성장이 끝난 다음 하는 거죠. 적절한 시기에 하더라도 다른 성형보다 부작용이 더 생길 수 있어요. 3~10%가 부작용으로 다시 병원을 찾습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가슴이 딱딱해지는 거예요. 인플랜트가 터지거나 샐 가능성이 있으므로 2년에 한 번씩 MRI를 찍도록 하고 있어요.”

    ▼ 중장년층의 성형수술 효과가 젊은이와 비슷할 순 없을 것 같은데요.

    “조금은 차이가 있죠. 피부의 반응이 달라요. 예를 들어 턱을 깎으면 20~30대와 40~50대가 달라요. 나이가 들면 피부에 탄력이 떨어져 볼륨이 줄어든 만큼 수축을 못해요. 40~50대에 턱을 깎으면 피부를 당겨주는 수술을 같이 해야 합니다.”

    최근 서울 강남이 성형관광특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명 성형수술계의 한류 붐이 바로 그것. 2006년 1200여 명의 외국인이 강남지역 성형외과를 방문했다. 오로지 성형수술을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연간 1000여 명에 달한다. 주한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국인과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등지에 거주하는 교포가 가장 많지만, 최근엔 중국인 성형관광객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수술에서 회복까지 짧게는 하루, 길어도 6~7일이면 끝나는 데다 가격도 저렴하고 기술수준이 높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 원장이 하루 10시간 일하는 진료실은 4평 남짓한 작은 방이다. 여기서 그는 하루 4~5명에서 많게는 20여 명을 상담하고 수술한다.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으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부위별로 다르지만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이란 걸 감안하면 박 원장이 하루에 벌어들이는 수입이 적어도 1000만원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강남에서 잘나가는 성형외과 원장들의 연평균 매출 신고액이 20억~30억원 한다는 얘기가 소문만은 아닌 것이다.

    “돈을 잘 번다고 해서 너도나도 성형외과 의사를 선망해선 안 돼요. 사회가 불안해지니 공대보다는 의대를 나온 전문직이 살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돈 때문에 성형외과 의사를 한다면 정말 말리고 싶어요. 임대료 못 내 허덕이는 성형외과 의사도 많아요. 또 성형외과 의사는 다른 의사들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해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죠. (성형외과) 학회만 가 봐도 알 수 있어요. 내과나 정형외과학회의 경우 전체 의사의 절반 이상이 참석하기가 힘들어요. 1년에 두 번 열리는 성형외과학회를 가면 깜짝 놀랄 거예요. 3분의 2 이상이 참석합니다. (학회에 가면) 몇 개월 만에 기술이 몰라보게 바뀌고 장비도 달라져 있어요. 한번 터득한 기술로 평생 먹고살 수 없는 거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박 원장은 언뜻 보기에도 섬세하고 차분한 인상을 지녔다. 기자가 “173cm로 보이는 크지 않은 키에 예쁘장한 외모를 가진 덕분에 의대를 다닐 때 ‘꽃미남’이라는 소리를 꽤나 들었겠다”고 농을 건네자 그는 손사래를 치면서 “쌍꺼풀이 깊어 ‘튀기(혼혈인)’라고 놀림을 받았다”고 했다. 쌍꺼풀조차 그 관점이 시대별로 다르다는 뜻이었다.

    얼굴은 내면의 리트머스시험지

    박 원장은 내과의사인 아버지와 약사인 어머니 덕분에 어릴 때부터 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막상 의대에 입학한 후에는 적잖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의대생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인 해부학 실습 시간에 시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한때는 의학공부를 접을까도 생각했다는 것. 이런 그를 의사의 길로 등 떠밀어준 게 바로 성형수술이었다.

    “의과대학 본과 3학년 때 임상을 도는데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니 도무지 적성에 안 맞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성형외과 실습을 돌았어요. 참 재미있더라고요. 성형이 모양을 만들어주는 것이라서 창의적이고 보람 있는 일이겠다 싶더라고요. 전 어릴 때부터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뭐든 손에 쥐면 분해하고 조립하기를 좋아해 발명가가 되고 싶기도 했어요. 대학병원 성형외과에서도 코와 눈, 턱을 수술해요. (하지만) 미용성형이 아니라 선천성 기형이나 교통사고 환자들에 대한 재건수술인 거죠. 선천성인 안면기형에 속하는 구개열 수술은 정말 경이로운 재건이었어요. 거기서 제 길을 찾은 거죠.”

    박 원장은 “성형외과 닥터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다”면서 “심지어 의사세계에서조차 냉소적”이라고 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와는 거리가 멀어 ‘성형외과 의사는 날라리’라고 말하는 의사가 꽤 있어요. 우습게 보는 거죠. 필요 없는 수술을 돈 벌려고 부추기는 성형외과 의사가 의사의 격을 떨어뜨린다고 보는 거죠. 평가 기준이 모호한 탓도 있어요. 수술이 객관적으로 잘되었는지 잘못되었는지 평가하기가 곤란하죠. 미국에선 다른 과 전문의를 마친 의사들 중에서 성형외과 전문의를 선발합니다. 성형외과 의사한테 더 높은 자격요건을 요구하는 거죠.”

    삶에서 외모는 중요하다. 그렇다고 외모지상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박 원장은 “시대를 막론하고 호감을 주는 인상은 부자연스럽지 않고 조화로운 이미지”라면서 “얼굴은 내면의 리트머스시험지”라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가 키 크고 잘생기지 않았다면 대통령이 되는 데 좀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미국에서 대통령후보로 나서는 사람은 지식의 수준이나 정책에 대한 식견이 대단하지요. 그런데 역대 미국의 대통령을 보면 링컨을 제외하고는 모두 인물이 좋아요. 왠지 아세요. 훤칠하고 잘생긴 외모에 더 점수를 줘서 유권자들이 투표할 때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외모로 호감을 갖는 정도가 우리나라보다 미국이 더 심해요. 미국인이 우리보다 인상을 더 신뢰한다는 얘기죠.

    걱정하고 고민하면 바로 얼굴에 나타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마 주름과 미간 주름을 보세요. 특히 미간 주름은 분노와 슬플 때 생기는 주름인데, 우울증 환자는 미간 주름이 깊어요. ‘(노 전 대통령의 미간 주름을 보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확 느껴지지 않나요. (사람을) 외모로 평가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어요. 대부분의 사람은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정작 상대의 외모에 반해 사랑을 고백하거나 인생을 걸죠. 아름다움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이 문제이지, 아름다움을 위한 노력을 탓해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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