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stage’(부분), 갤러리박영 미디어스페이스에 설치, 2008
올해 그는 서울문화재단의 젊은 예술가 기금지원 작가 Nart 2009에도 선정됐다. ‘젊은모색’ 참여나 ‘젊은 예술가’ 선정은 배우로 치면 신인상에 해당하므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젊은 미술작가가 희망하는 거의 모든 꿈을 최근 한두 해 사이에 이룬 셈이다. 현재 갤러리박영 입주 작가인 그는 9월에 레지던스 결산전을 여는 것 외에 각각 두 번의 국내 개인전과 해외기획전에 참여한다. DMC공모전 참여에서 보여주듯 그의 최종적인 관심은 전시장 밖에 있다. 영상미디어라는 매체를 통해 공공미술에 ‘간섭’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undo’, 35X45X50cm, burned wood, 2008
“처음 작품을 전시했을 땐, 그 질문을 작품에 대한 것보다 더 많이 받았다. 경영학을 공부할 때도 영상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재학 때 홈페이지, e메일이란 걸 처음 쓰기 시작했고, 최초의 인터넷 매체라는 것도 생겨났다. 영상매체가 얼마나 급속하게 발전하는지를 직접 목격한 최초의 세대다. 한편으로는 서태지의 음악과 뮤직비디오에서 감동을 받기도 했으니, 자연스러운 관심의 이동이라 하겠다. 대학원 졸업 후 공중파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 PD로 일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로 힘들어서, 그냥 ‘나’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머문 곳이 미술이었다.”
-영상미디어가 목표라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닌가.
“진실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보면 다큐멘터리는 어쩔 수 없이 영화보다도 허구적일 때가 많다. 그걸 참을 수 없었다.”
-조각, 설치, 사진, 비디오 등 거의 모든 미술 장르의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각각의 장르가 아주 다른 느낌을 준다. 이들을 일관해서 설명한다면.
‘undo’, 35X45X50cm, burned wood, 2008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됐던 ‘인터뷰’는 17명의 작가가 자기 이야기를 와글와글 17개의 TV를 통해 동시에 방백(傍白)하는 형식이다. 어떤 의미인가.
“관객이 알아듣지 못해도, 작가들은 계속 떠든다는 것이다.”
-왜 ‘계속’해야 하나?
“그것이 정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무 뿌리를 태워서 만든 조각 ‘undo’는 ‘정통’ 조각작품과 비슷해 보인다.
“공사장에서 버려진 나무를 주워서 다시 살리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걸 태워서 갈아내고 다시 태우고 또 가는 작업을 반복하니까 아주 단단한 부분만 남았다. 거기에 생명이 깃드는 것 같다. 미디어에 무게를 잡아준달까, 나이트클럽 조명이 되는 걸 막아준달까, 이런 작업이 꼭 필요하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공공미술이란 무엇인가.
“공공의 공간이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공간으로 다가서게 도와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빌딩 벽에 LED조명을 그림판처럼 붙여놓는 건 미디어미술을 1차적으로만 보는 것이다. ‘성냥팔이 소녀’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 성냥 하나를 그을 때마다 제각각의 사람이 원하는 따뜻한 환상 같은 것이 보이는 작품을 만드는 게 꿈이다.”
갤러리박영
작가 이진준이 입주한 레지던스는 갤러리박영(대표 안종만 유연옥)에 설치돼 있다. 갤러리박영은 도서출판 박영사가 2008년 파주출판단지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이곳 미디어스페이스에 이진준의 ‘your stage’가 있다. 갤러리박영은 한 해 4회 재즈가수 ‘윤희정과 함께하는 ART&JAZZ DATE’를 여는데 6월5일 열리는 두 번째 공연에서 이진준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일반인에게 설명하는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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