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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stage’(부분), 갤러리박영 미디어스페이스에 설치,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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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o’, 35X45X50cm, burned wood, 2008
“처음 작품을 전시했을 땐, 그 질문을 작품에 대한 것보다 더 많이 받았다. 경영학을 공부할 때도 영상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재학 때 홈페이지, e메일이란 걸 처음 쓰기 시작했고, 최초의 인터넷 매체라는 것도 생겨났다. 영상매체가 얼마나 급속하게 발전하는지를 직접 목격한 최초의 세대다. 한편으로는 서태지의 음악과 뮤직비디오에서 감동을 받기도 했으니, 자연스러운 관심의 이동이라 하겠다. 대학원 졸업 후 공중파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 PD로 일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로 힘들어서, 그냥 ‘나’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머문 곳이 미술이었다.”
-영상미디어가 목표라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닌가.
“진실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보면 다큐멘터리는 어쩔 수 없이 영화보다도 허구적일 때가 많다. 그걸 참을 수 없었다.”
-조각, 설치, 사진, 비디오 등 거의 모든 미술 장르의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각각의 장르가 아주 다른 느낌을 준다. 이들을 일관해서 설명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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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o’, 35X45X50cm, burned wood, 2008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됐던 ‘인터뷰’는 17명의 작가가 자기 이야기를 와글와글 17개의 TV를 통해 동시에 방백(傍白)하는 형식이다. 어떤 의미인가.
“관객이 알아듣지 못해도, 작가들은 계속 떠든다는 것이다.”
-왜 ‘계속’해야 하나?
“그것이 정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무 뿌리를 태워서 만든 조각 ‘undo’는 ‘정통’ 조각작품과 비슷해 보인다.
“공사장에서 버려진 나무를 주워서 다시 살리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걸 태워서 갈아내고 다시 태우고 또 가는 작업을 반복하니까 아주 단단한 부분만 남았다. 거기에 생명이 깃드는 것 같다. 미디어에 무게를 잡아준달까, 나이트클럽 조명이 되는 걸 막아준달까, 이런 작업이 꼭 필요하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공공미술이란 무엇인가.
“공공의 공간이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공간으로 다가서게 도와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빌딩 벽에 LED조명을 그림판처럼 붙여놓는 건 미디어미술을 1차적으로만 보는 것이다. ‘성냥팔이 소녀’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 성냥 하나를 그을 때마다 제각각의 사람이 원하는 따뜻한 환상 같은 것이 보이는 작품을 만드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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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진준이 입주한 레지던스는 갤러리박영(대표 안종만 유연옥)에 설치돼 있다. 갤러리박영은 도서출판 박영사가 2008년 파주출판단지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이곳 미디어스페이스에 이진준의 ‘your stage’가 있다. 갤러리박영은 한 해 4회 재즈가수 ‘윤희정과 함께하는 ART&JAZZ DATE’를 여는데 6월5일 열리는 두 번째 공연에서 이진준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일반인에게 설명하는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www.gallerypakyoung.com, 031-955-4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