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전율을 경험할 수 있는 햅틱스 재킷
사실 촉각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지는 채 10년도 안 됐다. 촉각은 시각이나 청각과 달리 감각기관이 몸의 특정 부위에 따로 있지 않고 피부 전체가 자극을 받아들인다. 종류도 다양하다. 바늘에 찔렸을 땐 통증을, 얼음에 닿으면 차갑다는 온도감각을, 외부에서 힘을 받으면 압각을 느낀다.
햅틱폰의 ‘햅틱’은 이런 촉각정보를 재현하는 햅틱스(haptics) 기술이 접목됐음을 의미한다. 햅틱스란 ‘만진다’는 뜻의 그리스어로 컴퓨터가 모터와 기계를 구동해 힘과 촉감을 느끼게 하는 인공촉감 기술이다.
휴대전화 이전에 햅틱스가 가장 효과적으로 쓰인 제품은 게임용 조이스틱과 시뮬레이터. 스크롤바나 아이콘 위에 놓으면 손에 느낌이 전달되는 마우스가 개발되기도 했다.
최근 필립스전자는 ‘햅틱스 재킷’을 개발했다. 간혹 영화에서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등줄기를 타고 오싹하는 전율이 일 때가 있다. 필립스전자에 따르면 햅틱스 재킷을 입고 영화를 보면 이런 전율을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다.
재킷 양쪽 팔에는 약 15cm 간격으로 액추에이터(구동장치)가 8개씩 달려 있고, 이들 액추에이터는 초당 100번씩 움직이며 뇌가 느끼는 감정을 촉각정보로 변환시킨다.
비슷한 예로 2005년 싱가포르에서도 햅틱스 재킷이 개발됐다. 일명 ‘터치인터넷’으로 불리는 이 재킷은 인터넷을 통해 사람의 촉감이나 느낌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도록 한다. 터치인터넷을 입고 움직이면 동작 정보가 무선으로 상대편 재킷에 전송되고, 수신된 신호는 재킷 안에 있는 작은 모터를 작동시켜 움직인 부위와 같은 부분에 자극을 준다. 만약 댄스 강사가 햅틱스 재킷을 입고 춤을 추면 다른 햅틱스 재킷을 걸친 학생이 강사의 춤동작을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셈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촉각 방송’을 구현할 수 있는 햅틱스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만약 시청자가 TV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옷의 질감이나 냉장고 문을 열 때 드는 힘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면 굳이 매장에 가지 않고도 마음에 드는 물건을 손쉽게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반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광주과학기술원 연구진은 2007년 진동을 일으키는 76개의 부품이 달린 장갑을 개발했는데, 이 장갑만 끼면 TV에서 판매되는 물건의 촉감을 집에서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장갑을 끼고 드라마를 본다면 여배우의 부드러운 머릿결도, 아이의 보송보송한 피부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