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호

‘죽음의 4중주’

  • M&L 세우미(世優美) 클리닉 원장

    입력2009-05-29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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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4중주’

    일러스트레이션·조은명

    살이 문제다. 살은 살(殺)이요 살(煞)이다. 오직 혓바닥에만 아부하는 식습관 때문에 곱창 무대에 당당하게 올라선 살기(殺氣) 띤 살. 그 배불뚝이 살이 생명에 살(矢)을 날리며 죽음의 불협화음을 지휘한다. 허리 둘레가 80cm(여자)~90cm(남자) 이상이 되면 내장 뱃살은 연주 무대에 오른다. 혈당, 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triglyceride), 혈압이라는 4종류의 악기가 연주하는 음산한 ‘죽음의 4중주’. 공복 혈당 110mg/dL, 혈압 130/85Hg, 중성지방 150mg/dL 이상이 만들어내는 고음, 고밀도 콜레스테롤 40mg/dL(남자)~50mg/dL(여자) 이하가 만들어내는 저음으로 이뤄진 이 4중주가 빚어내는 곡목은 바로 ‘대사 증후군(metabolic syndrome)’이다.

    뱃살 지휘자와 악기(惡器) 연주자 2명만 모이면 언제라도 음악(陰惡)은 울려 퍼진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죽음의 4중주’는 관상동맥, 뇌혈관, 말초혈관을 유린하여 존재의 이유를 부여하는 남성의 ‘물건’, 존재의 근원인 ‘심장’, 존재의 요령을 끄집어내는 ‘뇌’를 주저앉힌다. 일단 연주가 시작되면 심장혈관, 뇌혈관 질환 위험은 2배 이상 증가한다. 50세 이상의 미국인 44%가 이미 ‘죽음의 4중주’를 연주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소득 2만달러 이상인 나라의 국민 32.3%(남자 32.9%, 여자 31.8%·2005년 기준)가 이 연주 대열에 동참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을 연령별로 보면 30대의 15~20%, 40세 이상의 30~40%가 된다.

    1988년 Reaven이라는 사람은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로 알려진 연령, 흡연, 고혈압, 고 저밀도 콜레스테롤(LDLC), 저 고밀도 콜레스테롤(HDLC), 고혈당, 비만, 신체 비활동성, 혈액응고 이상 등이 한 개인에게 군집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Syndrome X’라고 명명했는데 이것을 계기로 ‘죽음의 4중주단’이 창설됐다.

    대사 증후군은 대사 조절 호르몬, 인슐린 기능이 둔화된 상태다. 곧 ‘인슐린 저항성 증후군’(insulin resistance syndrome)으로 인슐린에 대한 세포 수용체 반응성이 악화된 상태다. 신체는 이를 보상하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을 축적한다. 비만, 운동 부족, 스트레스, 과식, 약물 남용, 유전 등 복합적 요인으로 ‘죽음의 4중주’가 울려 퍼지면 인슐린은 천방지축으로 날뛴다.

    인슐린은 영양소를 이용한 합성 동화작용, 포도당의 세포 내 유입을 주도하면서 인체 내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중요한 구실을 하지만 필요 이상 누적되면 비만, 고지혈증, 노화 촉진 등을 일으켜 건강을 어둠으로 몰고간다. 과량의 인슐린이 비만을 부르는 까닭은 간장에서 중성지방 합성을 자극하여 지방세포에 쌓아 올리기 때문이다.



    ‘죽음의 4중주’는 남자의 ‘물건’도 위협한다. 실제로 정상 수치에 속하는 사람들과 비교할 때 2배 정도‘발기 부전’ 현상을 보인다. 4가지 악기가 연주하는 소리가 모두 물건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과량의 인슐린은 당 대사 장애, 요산 대사 장애, 이상 지질 혈증을 유발하며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해 ‘물건’의 혈류 역학적 기능도 방해한다. 특히 고혈당이 발생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DHEAS 수준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장 뱃살과 인슐린은 간의 SHBG(성호르몬 결합 글로불린) 생산을 억제해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더욱 떨어뜨린다. 결국 남자의 뱃살은 남성호르몬을 억제하고 여성호르몬을 증가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더욱 높아진다. 남성호르몬의 감소가 물건의 ‘두문불출’, 발기부전 등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죽음의 4중주’는 전립선에도 영향을 미친다. 내장 뱃살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estrogen)과 남성호르몬인 안드로젠(androgen) 비율을 변화시켜 전립선 비대증을 야기한다. 내장 뱃살이 몰고온 이러한 대사질환, 제2형 당뇨병, 고혈압, 비만, 지질대사 이상은 전립선 성장 속도를 증가시킨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높아진 인슐린 저항성은 남성 배뇨 장애에도 밀접히 관여한다. 배뇨 장애가 심할수록 당뇨 동반 가능성은 높아진다. 결국 대사 증후군 환자는 전립선 용적이 커지고 그 성장 속도가 빨라져 하부 요로 증상이 심해진다. 좀 더 전문적으로 내장 뱃살이 전립선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뱃살 비만은 인슐린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 농도를 증가시키고 성 호르몬 결합 글로불린(SHBG)과 유리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도 가져온다. SHBG가 감소하면 안드로젠과 에스트로젠의 전립선 진입이 증가한다. 전립선 내부로 진입한 안드로젠이 전립선을 증식시킨다. 인슐린은 IGF-1 수용체와 결합해 전립선 증식에 관여하며 교감신경 활성을 과도하게 자극해 하부 요로 증상을 악화시킨다.

    ‘알파차단제’는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된다. 방광 경부의 교감신경계 활성을 억제해 하부 요로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 또한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켜 혈중 인슐린 농도를 떨어뜨리면 전립선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운동, 채식 위주 식생활, 체중 감량 등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만큼 좋은 치료법이 없다는 게 모든 의사의 한결같은 견해다. ‘죽음의 4중주’를 멈추고, 혈압을 조절하고 지질분포를 호전시켜 당뇨병을 억제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키면 ‘물건’의 기능도 자연스레 좋아진다는 데 전문가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최근 들어 많이 쓰이는 알파차단제는 죽음의 4중주를 도저히 멈출 수 없을 때, 예를 들어 전립선 비대증과 고혈압이 동반해 나타나는 등 상황이 정말 좋지 않을 때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써야 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내 몸과 내 ‘물건’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만큼 좋은 치료제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고 나올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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