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올해 2월 출시한 전자책 ‘킨들2’.
전자책 단말기에 관한 논의는 이미 수년 전에 시작됐지만, 가독성 떨어지는 화면과 콘텐츠 부족으로 독자로부터 외면당해야 했다. 반전의 주역은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 1990년대 말 서적 유통혁명을 일으킨 이 회사는 화면 크기가 15cm에 달하는 자체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개발해 2008년 한 해에만 50만대를 팔아치웠다. 지난 2월 출시한 ‘킨들2’는 현재까지 30만대가 팔렸고, 아마존은 올해 안에 80만대 이상을 팔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올여름에는 대학교 강의교재 단말기로 활용이 가능한 25cm 대형 스크린의 ‘킨들DX’를 내놓을 예정이다.
결국 동력은 콘텐츠였다. 26만권의 전자책과 35종의 일간지, 잡지가 킨들을 통해 제공된다. 책을 구매하는 것은 휴대전화를 쓰는 것처럼 쉽다. 언제 어디서나 이동통신망에 접속해 전자책을 다운로드하면 된다. 단말기 두께는 1cm 미만. 16가지 흑백톤의 E잉크 기술은 눈의 피로감을 줄여준다. LCD(액정표시장치) 화면과 달리 햇빛이 강한 야외에서도 글을 읽는 데 무리가 없다.
아마존의 성공은 지식 생태계 전체에 엄청난 자극을 주고 있다. 단말기업체와 통신업체, 콘텐츠업체의 전자책 시장 진출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소니와 후지쓰가 단말기를 선보였고 삼성전자도 터치스크린 기술을 적용한‘파피루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언론시장 전망에 위기감을 느끼는 신문사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전자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USA투데이’를 발행하는 가네트그룹, ‘파이낸셜타임스’를 소유한 영국의 피어슨PLC,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등을 발행하는 허스트그룹은 전자책 단말기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미국 1, 2위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즌과 AT&T도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 곧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책을 사랑하는 이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다. 사각거리는 종이의 느낌,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문배달 소리,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아날로그의 향수를 전자책 따위가 과연 대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잡지만한 단말기에 종이책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한 전자책 수백권을 저장해 다닐 수 있고, 바로 검색이 가능하며, 동영상까지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연 독자는 종이책만을 고수할까. 인쇄비도 제본비도 필요 없고, 유통비도 거의 들지 않으며,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단종하지 않고 책을 팔 수 있다면, 출판사는 과연 이를 외면하고 종이책만 팔 수 있을까.
시대는 이제 종이책과 전자책이 양립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책의 진화가 과연 어떤 형태의 지식혁명을 우리에게 가져다줄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