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울을 보는 비너스’ 1644년, 캔버스에 유채, 122×177cm, 런던 내셔널갤러리 소장
거울 속 자신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여자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 벨라스케스의 ‘거울을 보는 비너스’다. 이 작품은 벨라스케스의 유일한 누드화로 1600년대 스페인 회화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소재다. 벨라스케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신화에서 주제를 빌려왔다.
비너스가 벌거벗은 채 침대 위 회색 새틴 시트에 누워있다. 그녀의 살갗은 장밋빛으로 빛나고 풍만한 엉덩이에 비해 허리가 유난히 가늘다. 비너스는 뒷모습조차 관능적이다. 거울 속 비너스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큐피드의 손목에는 리본이 감겨있다. 리본은 비너스의 아름다움과 큐피드의 관계를 상징한다. 이 작품에 큐피드가 없다면 침대에 누워있는 여인의 누드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임이 금방 드러난다. 벨라스케스는 여인이 비너스임을 상징하기 위해 큐피드를 등장시켰다.

‘허영’ 1904년, 캔버스에 유채, 130×125cm, 개인 소장
디에고 벨라스케스(1599~1660)는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로마에 체류하던 중 당시 스무 살이던 정부(情婦) 플라미니아 트리바에게 관능적인 포즈를 요구했다. 관능적인 이 작품은 1914년 한 여권 운동가에 의해 난도질당하기도 했다.
여자에게 거울은 기대와 설렘, 그리고 희망을 선사한다. 외출하기 전 자신의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한 여자를 그린 작품이 프리드리히의 ‘허영’이다. 커튼이 쳐진 방 안 큰 거울 앞에서 여자는 손거울을 들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의자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여인은 자신의 뒷모습을 손거울로 비쳐보는 중이다. 여자는 손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황홀한 듯 미소를 짓고 있다. 커튼이 쳐진 방 안과 손질한 하얀 드레스는 그녀가 저녁 외출 준비 중임을 암시한다. 벌거벗은 여인의 화사한 피부는 외출을 준비하는 여인의 들뜬 마음을 짐작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