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임시행정수도 기본계획 입안자 김병린의 21세기 발전 전략

“황해 항만 테크노폴리스 만들어 신(新) 성장동력 산업 유치하자”

  • 윤영호│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장 yyoungho@donga.com│

임시행정수도 기본계획 입안자 김병린의 21세기 발전 전략

2/3
▼ 어떻게 땅값을 싸게 할 수 있는가.

“후보지역의 공유수면 매립지 220㎢와 정부가 매입하는 기존 토지 200㎢ 등 420㎢를 국유지로 만들면 된다. 이 지역은 낙후지역이어서 땅값이 싸다. 매립지 또한 항만공사용 수로와 박지(薄地) 준설토를 활용하기 때문에 비교적 싸게 조성할 수 있다. 그런 다음 국유지 임대 방식으로 싼 임대료를 받고 토지사용권을 제공하면 된다. 이 제도의 장점은 국가가 도시 성장에 따라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땅장사’를 한다는 비난도 피할 수 있다.”

선매권 도입해 투기 방지 가능

▼ 개발계획이 발표되면 땅값이 폭등해 국유지 매입 비용이 예상보다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그것 때문에 후보 지역을 함평만 일대로 특정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 괜히 투기를 조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국토계획 사업은 절차상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에 투기행위가 일어나고 땅값이 올라 사업 시행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지주는 아무런 기여도 없이 앉아서 땅값이 올라 일약 땅부자가 된다. 이를 방지하려면 이 사업에 대한 정부 정책이 결정되는 순간 곧바로 예정지구를 지정하고 일반 토지거래를 금지하면 된다. 물론 이때 예상되는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려면 국가가 선매권을 발동해 매각을 원하는 토지는 우선 매수해야 한다. 현행법상 근거가 없다면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임시 행정수도 기본계획 수립에 참여하면서 토지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국가가 임시 행정수도를 건설하면서 ‘집장사’ ‘땅장사’한다는 소리를 들어선 곤란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후보지 땅을 국가가 소유하도록 구상했고, ‘임시 행정수도 건설에 관한 특별조치법’에서 선매권 조항을 도입했다.

▼ 현재의 부산·광양항도 물동량이 없어 고전하는 상황인데.

“현재 정부는 중국의 항만 개발로 중계 환적화물 물동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신규 항만 건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제 항만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단순히 운송 하역을 위한 항만이 아닌 배후단지, 물류단지, 산업단지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된 항만을 건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체 화물로도 충분히 물동량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가령 세계적인 물류기업 페덱스를 유치해 전용 부두를 만들도록 하면 페덱스가 화물을 가져올 것이다. 이 점에서 세계 최대의 항만도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로테르담항은 하천항으로 출발해 하구 쪽으로 성장했고, 하구에 있는 유로포트는 산업항으로 북해 유전 및 전세계의 원유를 정제해서 수출하고 있다.”

황해 항만산업 테크노폴리스 계획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항만이다. 대상 지역의 입지 조건에 맞춰 항만을 개발하면 동북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게 김씨의 전망이다. 김씨의 구상에서 황해항은 산업항 기능으로 개발하지만 컨테이너 전용 부두를 위주로 하는 일반 상항(무역항) 기능과 어항, 여객항, 관광항 등의 각종 항만 기능을 포함한다.

이 항만은 무안국제공항이 바로 옆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선박화물과 항공화물을 직결 환적하도록 하면 중국 황해 연안 지역 화물도 무안공항으로 올 수 있다. 이 지역 화주(貨主)가 거리상으로나 효율성에서나 중국 내 공항보다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할 법하다는 것.

▼ 왜 하필 함평만인가.

“과거 공직에 있을 때 항만 개발을 위해 서해안 남해안 등을 다각적으로 조사해봤는데 대규모 항만과 배후 공업단지 및 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 지역은 이곳뿐이었다. 일대 수로의 수심도 깊어 조금만 준설하면 초대형 선박도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는 천혜의 항만이자 황해의 관문이다. 인근에는 국제공항이 있고, 고속도로와 철도도 놓여 있어 사통팔달이다.”

그는 국토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황해 항만 산업도시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낙후 지역인 함평만 일대를 집중 개발해 수도권과 부산권에 대응하는 제3 광역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 그러나 전북 새만금 지역을 개발하고 있는 마당에 또다시 호남 지역을 대규모로 개발하자는 구상이 과연 현실성이 있겠는가.

“단순한 지역 개발 차원의 구상이 아니다. 21세기에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서 논의를 출발해야 한다. 중국은 추격해오고 일본은 저만큼 앞서가는데 한국은 중간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논의는 무성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는 없다. 우리 경제가 다시 한 번 비상하려면 선결 조건으로 땅값이 싸면서도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춘 항만 산업도시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런데 새만금은 이런 도시를 건설하기에는 턱없이 좁다.”

수도권 규제 문제도 해결?

▼ 사업 비용은 얼마나 예상하는가.

“예비비를 포함해 총 건설 사업비는 35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30년 장기계획으로 추진한다면 큰 부담은 아닐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보상비 3조8920억원 ▲준설 및 매립 공사비 8조5840억원 ▲철도 및 도로공사비 4조2600억원 ▲안벽 공사비 4조원 ▲상하수도 공사비 2조1260억원 ▲배후도시 공사비 4조1000억원 ▲쓰레기 처리 시설 및 소각장 공사비 5800억원 ▲조사 설계비 1조6560억원 ▲예비비 5조8020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어업권을 포함한 용지 보상비 3조8920억원은 경기도 광교신도시 보상비의 20분의 1 수준이다. 땅값이 얼마나 싼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3
윤영호│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장 yyoungho@donga.com│
목록 닫기

임시행정수도 기본계획 입안자 김병린의 21세기 발전 전략

댓글 창 닫기

2023/04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