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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요금체계 개편 논란의 진실

“전기값 싸서 좋다고? 결국은 서민 세금으로 재벌 지원하는 꼴”

  • 윤영호│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장 yyoungho@donga.com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

전력요금체계 개편 논란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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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 짚고 헤엄치기’ 포기하고 사업청산 택하는 사람들
  • ● 막대한 적자 버티는 한전의 비법은 ‘국가예산 투입’
  • ● 가정용 전기 팔아 번 돈으로 산업용 전기 손실 보전한다?
  • ●“제조업 경쟁력 생각하다 전기공급체계 붕괴할 판”
전력요금체계 개편 논란의 진실
인천공항에 열과 전기를 독점 공급하는 국내 최초의 민자 발전소인 인천공항에너지㈜가 마침내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이 회사는 5월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늘어나는 손실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자본금 529억원이 전액 잠식된 상태인데다 은행 차입금만 해도 1300억원에 달하는 현실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35%), 인천공항공사(34%), 현대중공업(31%) 등이 주주로 참여했던 이 회사는 1997년 집단에너지법에 따라 집단에너지 사업자로 지정됐다가, 2004년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구역전기사업제도가 생기면서 자동으로 구역전기사업자 자격을 얻었다. 구역전기사업제도란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 민간업체가 발전소를 건설해 전기를 직접 판매하게 함으로써 송전설비를 건설하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제도다. 지금까지 31개 업체가 참여해 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인근에 LNG 발전시설을 지어 가정용 소비자에게 전기를 판매해왔다.

문제는 이들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LNG 발전소는 가동률을 낮추고, 대신 한국전력에서 대비전력 명목으로 싸게 사온 전기를 소비자에게 단순 재판매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사실. 인천공항에너지만 해도 그간 아예 자체발전을 하지 않고 한국전력에서 전기를 100% 사서 단순히 되팔기만 했다. 그것도 1kWh당 92원에 사서 116원에 공급하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였다. 현재 한전에서는 예납금을 받고 이 회사에 매달 25억원어치 정도의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자체 생산한 ‘비싼’ 전기는 한전에 팔아 재미를 봤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인천공항공사 감사 과정에 인천공항에너지가 2004년 6월부터 3년6개월간 자체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거래소에 판매해 262억원의 부당 수입을 올린 사실을 적발해냈다. 한전이 민자 발전사업자들 봉이냐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한전 관계자의 말이다.

“당초에는 각 구역전기사업자가 해당지역 전기수요의 60% 선까지 자체 발전하는 것으로 계획됐지만, 2007년과 2008년에는 업체에 따라 자체 발전율이 10~20%선으로 떨어졌다. 나머지는 대부분 한전에서 싸게 사온 전기를 소비자에게 비싸게 팔아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 엄청난 차액을 챙기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아니고 무엇인가.”



‘울상 짓는 봉이 김선달’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한전이 이들 회사에 파는 전기값과 이들 회사가 각 가정에 파는 전기값이 꽤 크게 차이가 나는 가격구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기사업법의 허점도 한몫했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구역전기사업자는 구역 내 발전 수요의 60%를 감당할 수 있는 설비만 갖추면 지정이 가능하도록 돼 있을 뿐 이 설비를 가동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면서 “이런 마당에 굳이 손해를 보면서 발전설비를 가동할 사업자가 어디에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서두에서 본 것처럼 이렇듯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을 해온 회사들이 막대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줄줄이 사업 포기를 선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천공항에너지만의 일이 아니다. 2008년 한 해에만 구역전기사업자 5곳이 사업을 접었고, 2009년 들어서도 벌써 4곳이 손을 들었다. 현재 사업 포기를 검토하고 있는 업체만 6곳. 절반 가까운 사업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것이다.

‘울상 짓는 봉이 김선달.’ 언뜻 보아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 미스터리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다. 2008년 초부터 널뛰기 시작한 유가와 LNG 가격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 인천공항에너지의 경우 현재 체납한 가스요금만 2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구역전기사업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밖에서는 우리가 앉아서 돈 번다고 비판하지만, 우리는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다. 발전을 위해 구매하는 LNG 가격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보다 세 배 이상 뛰었다. 그렇지만 판매단가는 kWh당 27.8원이 오르는 데 그쳤다. 발전원가가 판매단가를 넘어선 지 오래다. 관할지역 소비자에게 난방도 함께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발전설비를 아예 세울 수도 없다. 돌리면 돌릴수록 적자가 쌓이는데 무슨 수로 버티나.”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는 열병합발전소의 경제성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전력의 한 관계자는 “열병합발전소는 1년 내내 열과 전기를 함께 공급해야 경제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겨울철에만 난방용으로 열을 공급하기 때문에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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