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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칼날 위에 선 부자들

IMF 당시 떼돈 벌었던 부자들, 이번 경제 위기 에선 처절하게 울었다

  • 김창수│하나은행 재테크팀장 겸 아시아선수촌골드클럽 PB팀장 changsoo2.kim@hanabank.com│

경제위기 칼날 위에 선 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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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가 나빠지면 서민들만 고통 받는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를 생각해봐라. 당시 부자들은 더 큰 부자가 됐다. 아무리 경제가 나빠져도 부자들은 끄떡없다.’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전세계의 부자들은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로 주식 등 자산가치가 폭락하면서 천문학적인 손실을 봤다. 전체 부의 가치가 떨어지자, 가진 것이 많은 부자들이 그만큼 손해를 많이 본 것이다.
  • 한국 부자들도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에서 비켜나지 못했다. 부자들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야 했다. 부자들의 글로벌 경제위기 생존법을 소개한다.‘편집자’
경제위기 칼날 위에 선 부자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주가는 한때 900선을 위협했다. 환율은 한때 달러당 1600원을 바라봤고, 국가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도 치솟았다. 그리고 믿었던 부동산마저 30% 이상 가격이 떨어졌다. 그러자 외환위기의 아픈 기억을 지닌 개인투자자들은 은행이 부도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자금을 예금자보호법상 보장되는 액수인 5000만원 이하로 나누어 은행별로 분산 예치했다. 실제로 외환위기 당시에는 문을 닫는 은행이 속출했다. 국가부도를 염두에 두고 달러나 금을 사서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하는 고객도 속속 등장했다. 펀드가 반토막 나는 상황에서 부자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그러다가 각국의 정책공조가 이뤄지면서 3월 말을 기점으로 유동성 위기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주식시장은 저점 대비 30% 이상 반등하고 환율은 진정세로 돌아섰으며, 부동산시장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이런 시장 분위기가 본격적인 경기회복 징후인지, 아니면 급락 장세 후의 풍부한 유동성에 의한 단기 반등인지는 아직까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최첨단 투자로 부메랑 맞은 부자들

언론과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10년 전 외환위기와 비교하곤 한다. 외환위기는 부자들에게 부를 좀 더 확고히 하고, 더 크게 불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번 경제위기는 부자에게 큰 시련을 가져다줬다. 물론 외환위기 때도 부동산가격이 일부 내려 곤란을 겪은 부자가 다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정부에 요구한 고금리 정책으로 30% 이상의 고금리 금융상품이나 40~50%대의 채권상품에 투자해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이어 부자들은 거품이 빠진 부동산을 싸게 구입해 자신의 부를 더 크게 불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사뭇 달랐다. 한국 부자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레버리지를 이용한 부동산투자가 일반화되면서 상업용 및 투자용 아파트를 보유한 채 동시에 펀드 열풍 및 해외펀드 비과세 조치와 중국경제 호황 등에 따른 해외 주식시장 호조로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펀드에 투자했다. 그러던 차에 금융위기로 펀드가 반토막 나고 부동산 가치가 크게 하락하자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큰 손해를 봤다.



그러자 부자들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금융권에서 생각하는 ‘전통 부자’는 최소 현금자산 10억원 이상을 예치하고, 상업용 건물 1~2채에서 나오는 임대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과거에는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별도로 금융자산은 부동산투자를 위한 유동성 개념의 정기예금 형태로 운용해왔다. 하지만 2000년 중반 이후 펀드 열풍이 불자 이들도 일반 투자자처럼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국내외 주식형펀드에 주로 투자했다. 더욱이 이들은 각 금융기관의 VIP라는 이유로 일반 고객이 접할 수 없었던 최첨단 금융상품에 주로 투자했다.

경제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상황은 참담하게 변했다. 투자했던 펀드는 손쓸 틈도 없이 반토막 났다. 해외펀드의 경우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換)헤지가 부메랑으로 작용해 손실이 투자금액보다 더 커지는 일도 발생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환헤지 연장을 위해 자금을 더 집어넣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임대 건물에서는 임대료가 들어오지 않아 통장에서 자동결제되던 적금과 공과금이 연체되기 시작했다. 임대 주택과 건물의 세입자가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이야기도 하지 못한 채 속병을 앓아야 했다.

세입자에게 월세를 주다

세입자가 나간다고 하면 펀드에 투자한 전세금이 손실이 난 상황에서 환매도 하지 못하고 전세금 반환을 위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마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정 등으로 쉽지 않아 세입자 눈치만 봐야 했다. 이 시기에 오히려 세입자에게 월세를 주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연말에 종합부동산세가 고지됐을 때 세금 납부를 위해 펀드나 예금을 담보로 마이너스 대출을 이용한 부자도 많았다.

신흥 부자로 불리는 성형외과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불황으로 고객이 급감해 큰 위기를 느꼈다. 이들은 주로 절세를 위해 보험에 많이 가입했는데 보험료 납입을 유예하거나 중도인출이나 약관대출로 사업체 운영비나 생활비를 충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낸 부자들은 수입 감소와 환율 급등으로 이중 고통을 겪었다. 자녀에게 생활비 절약을 당부하고 일시 휴학까지 권유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사업과 부동산투자로 부자가 된 K씨 사례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통 부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북 출신인 그는 동대문에서 섬유 및 의류사업으로 자산을 축적해 현금성 자산만 500억원이 넘었다. 그는 사업으로 자산의 기초를 닦은 뒤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더욱 불렸다.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여유자금을 제2금융권의 고금리 틈새상품으로 운영하던 그는 외환위기로 금리가 폭등하자 금융자산을 고금리 예금 및 채권에 투자했다. 1~2년쯤 지나 금리가 하락하자 이 돈으로 인근 건물과 지방의 공장부지용 토지를 구입했다. 구입한 건물은 부동산 바람이 불면서 2배 이상 가격이 치솟고, 지방 부지는 행정복합도시에 편입되면서 어마어마한 보상금으로 돌아왔다. 단 몇 년간 투자로 자산을 3배 이상 불린 K씨는 마침 펀드 바람이 불자 여기에 편승해 그 부를 다시 2배 이상으로 불리는 행운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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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하나은행 재테크팀장 겸 아시아선수촌골드클럽 PB팀장 changsoo2.kim@hana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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