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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에 걸린 대양해군 건설

한국은 ‘해군 삼국지’에서 촉한(蜀漢)이 될 것인가

  • 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암초에 걸린 대양해군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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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에 걸린 대양해군 건설

베이스 라인 7.1로 설계됐음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SM-3를 싣지 못한 세종대왕함.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 2호를 가장 먼저 포착한 것은 한국의 세종대왕함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세종대왕함은 대포동 2호를 미국이나 일본의 이지스함보다 앞선, 발사 15초 만에 포착했다고 한다. 해군본부와 합참의 지휘통제실에 모여 있던 한국군 수뇌부는 세종대왕함의 레이더가 대포동 2호를 포착하는 순간을 대형 스크린 영상과 설명을 통해 보고 들으며 감격해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동해에서 벌어진 한미일 삼국지에서 세종대왕함이 1위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지스함이라고 해도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니다. 탐지시스템인 이지스 체계에는 ‘베이스 라인’이라는 급수가 있다. 동해에 들어간 미국과 일본 이지스함의 베이스 라인은 4정도였으나, 세종대왕함은 7.1이었다. 따라서 세종대왕함이 제일 먼저 대포동 2호를 포착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나 이 분석은 옳지 않다.

세종대왕함의 이지스 체계가 미일 함정보다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탐지 시간이 다를 정도로 차이 나지 않는다. 세종대왕함의 신속한 포착은 그 위치 덕분이 다. 아무리 좋은 이지스 체계를 탑재했더라도 직선으로 날아가는 레이더파로 수평선 너머에서 일어난 일을 바로 탐지하진 못한다. 4월5일 세종대왕함은 대포동2호가 발사된 함경북도 화대군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들어가 있었고, 미일 이지스함은 그 뒤에 있었기에 세종대왕함이 대포동 2호를 먼저 포착할 수 있었다.

日이지스에 밀리는 세종대왕함

위치 때문에 개가를 올렸다고 하지만 세종대왕함은 확실히 성능이 뛰어나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유로 뛰어난 성능이 ‘반쪽’이 되고 있다. 미국의 록히드마틴 사는 베이스 라인 7 이상의 이지스 체계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SM(Standard Missile)-3 미사일과 연동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반면 SM-3가 개발되기 전에 제작된 베이스 라인 7 이하의 이지스 구축함에는 탄도미사일보다 훨씬 느리게 날아가는 항공기와 순항미사일(크루즈 미사일)을 요격하는 SM-2를 실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한국은 베이스 라인 7.1의 세종대왕함을 건조하면서, ‘MD(미사일 방어체계)에 가입하기 위한 행동이다’라는 오해를 피하려 한 김대중 정부 때문에 SM-3가 아닌 SM-2 미사일을 실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베이스라인 7 이하의 이지스함을 개조해 SM-3를 실을 수 있도록 했다.

세종대왕함과 함께 동해에 들어간 일본 이지스함은 SM-3를 싣도록 개조한 것이었다. 따라서 대포동 2호를 요격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세종대왕함은 구경만 하고 있고 일본 이지스함이 나서서 작전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 해군이 대양해군의 반열에 올라선 것은 분명하지만 왠지 그 위상이 불안정해 보인다. 결정적인 2%가 부족한 때문인데 그 2%를 채우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노무현 정부에서 만든 국방개혁 2020이 수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수정하는 국방개혁 2020안이 대양해군 완성을 순연시키고 있다.

대양해군의 궁극적인 모습은 먼 바다를 건너가 상대 해군을 무력화한 후 상대국 영토 안으로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군대다. 현재 이러한 능력은 미국 해군만 갖고 있다.

미 해군은 먼 바다에 나가 해양 작전을 할 수 있는 해군을 ‘대양으로(To the Sea)’를 실현한 해군으로 보고, 먼 바다를 건너가 상대 국가의 영토 안으로 압도해 들어갈 수 있는 해군을 ‘대양으로부터(From the Sea)’를 실현할 수 있는 해군으로 나눠 보고 있다. 국방개혁 2020 원안은 한국 해군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대양으로부터’의 실현을 목표로 했다. 여단급 규모의 상륙전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빈 배로 다니는 독도함

이런 개념하에 ‘아시아 최대의 상륙함’이라는 독도함이 먼저 태어났다. 여단급 상륙전 부대의 병력은 3000명을 넘어선다. 그런데 독도함에 태울 수 있는 상륙군 규모는 1개 대대에 해당하는 700여 명이다. 다행히 해군은 LST로 불리는 2600t의 고준봉급 상륙함 4척을 갖고 있다. 고준봉급 상륙함에는 1개 중대에 해당하는 240명의 상륙군을 태울 수 있으므로 4척을 동원하면 1개 대대 병력을 이송할 수 있다.

현재의 해군 전력은 최대 해병대 2개 대대를 태울 수 있으므로 해군은 상륙함 추가 건조를 추진해왔다. 첫 번째는 ‘마라도함’으로 임시 명명한 2번 독도함을 건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LST-2로 불리는 4500t급 차기 상륙함 4척 건조도 추진했다.

마라도함과 차기 상륙함 4척이 건조되면 한국 해군은 여단급 상륙군을 태울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상륙전 능력을 완비하진 못한다. 상륙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전차나 자주포 같은 무거운 장비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상륙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LCAC(앨캑)이라고 하는 공기부양정이 있어야 한다. LCAC은 상륙함에서 전차를 비롯한 중장비를 싣고 나와 30~40노트(시속 55~70km)로 달려 바로 상륙하는 배다.

고준봉급은 LCAC을 싣지 못하나, 독도함급과 차기 상륙함은 LCAC을 싣는다. 그런데 예산부족을 이유로 이명박 정부가 국방개혁 2020을 수정하면서 두 사업의 완성 연도가 뒤로 밀려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해군은 상당기간 독도함과 고준봉급을 이용한 대대급 상륙전을 펼치는 군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

적(敵)이 화기를 집중 배치한 해안에서 적은 희생을 치르고 상륙하려면 ‘공중’으로 침투해야 한다. 따라서 헬기는 상륙작전의 필수품이 되는데 헬기를 이용한 상륙전을 펼치기 위해 만든 함정이 바로 독도함이다. 그런데 독도함은 상징적으로 한두 대의 헬기를 싣고 다닐 뿐 실제 상륙전에 필요한 헬기는 전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는 한국형 기동헬기 개발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합참과 국방부는 이 헬기가 생산되면 독도함에 태우라고 했다. 국산 기동헬기는 올해 8월쯤 시제기가 완성돼 시험비행을 한 후 2011년쯤 생산에 들어간다.

함정용 헬기는 블레이드(날개)를 접는 등 육군용 헬기와 달라야 한다. 해군은 육군용 기동헬기 보급이 끝난 다음에야 블레이드를 접는 헬기가 개발돼 독도함에 배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격헬기 분야로 들어가면 전망은 더욱 암울해진다. 한국은 공격헬기를 자체 개발할지 외국에서 사올지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공격헬기는 아무리 일러도 2018년이 지나야 들어올 수 있으므로 그때까지 독도함은 공격헬기 없이 다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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