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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고민 상담소③

행복한 부부관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김혜남│나누리병원 정신분석연구소 소장│

행복한 부부관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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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부부관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려면 사랑에 대한 환상을 일정부분 버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화 ‘마누라 죽이기’의 한 장면.

비록 우리가 보봐리 부인과 달리 현실에 적응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 할지라도, 때로 우리는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다. 이 때문에 우리의 꿈을 현실 속에 길들이려는 결혼을 증오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인 엘렌 버셰이드는 한 연구에서 열정적인 사랑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면 관계가 파탄에 이르기 쉽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낭만적인 사랑을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길수록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부부간의 사랑 속에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절실히 원해왔던 사랑을 보장받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즉 현재의 사랑을 통해 어릴 적 조건 없이 쏟아지던 부모의 사랑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이러한 불가능한 소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할 때, 우리는 연인을 미워하게 된다.

우리는 그가 나와 분리되는 것을 멈추어주지 않기 때문에 연인을 미워한다.

우리는 그가 나의 공허를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에 연인을 증오한다.

우리는 그가 나를 구해주고, 완성시켜주며, 나만을 바라보고, 엄마처럼 나를 돌봐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을 충족시켜주지 않기 때문에 연인을 미워한다.



우리는 그가 더 이상 나의 아빠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연인을 증오한다.

물론 이러한 것이 모두 의식상에서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숨겨진 문제들은 의식 밖에 있다. 이 같은 숨어 있는 소망은 현실에 거대한 지진을 일으킨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의식적이고 도달 가능한 목표와, 무의식적이고 도달 불가능한 목표를 구분할 수 있는 법을 배우기 전까지, 인간의 행복이란 문제는 결혼에서건 다른 곳에서건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게 된다.

불가능한 것에 대한 기대, 맞물려 돌아가지 않는 욕구는 결혼생활에서 긴장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 원인이 된다. 결혼생활이 여자인 부인과 남자인 남편, 서로 다른 두 종족 간의 결합이라는 사실도 본질적으로 결혼생활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게 만든다. 자율성을 중시하는 남자와 친밀함을 추구하는 여자는 늘 부딪치고, 아무리 가까워도 서로에게 낯설음을 느끼게 된다. 서로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때 우리는 절망하고 유아적으로 분노한다. 부부는 결국 ‘가까운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

계속 사랑하기 위해 상대방에 대해 끝없이 궁금해 하기

결혼생활의 양식이 어떻게 변하든 여자와 남자는 서로 사랑하는 것만큼 서로에게 계속 실망할 것이다. 그래서 결혼은 본질적으로 비극적인 관계일지 모른다. 양립할 수 없는 두 인간의 욕구 사이에 해결될 수 없는 갈등이 내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러한 갈등에 따른 상대방에 대한 실망은 결혼에 미움이 싹트게 한다. 미움은 의식적이기도, 무의식적이기도 하다. 순간적으로 스쳐가기도, 또는 깊이 뿌리박혀 지속되기도 한다. 미움은 잠깐 긁혀 나는 ‘삑’ 소리이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쓰디쓴 분노와 고통의 북소리이기도 하다. 미움은 항상 큰 주먹을 날리지만은 않는다. 때론 작은 훌쩍임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미움 없는 사랑은 없다. 그러나 알트만이란 분석가의 말처럼 만일 우리가 좀 더 유쾌하게 미워할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나은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격성이 배제된 인간관계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좀 더 장난스럽고 유쾌한 형태로 미움을 표출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려면, 우선 결혼생활은 항상 행복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결혼생활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이 변덕스럽게 왔다갔다한다. 이렇게 변덕스러운 결혼생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다. 무관심은 결혼을 두 사람의 교집합이 아니라 서로 분리되어 따로 떠다니는 두 개의 풍선으로 만든다. 이렇게 되면 각자 자신의 욕구를 따로따로 충족하려들며 점점 더 합치기 어려운 낯선 이방인이 되어버린다.

부부관계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내가 상대를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유행가 가사에도 있듯, 나조차 잘 모르는 내가 어찌 남을 알 수 있겠는가 말이다. 끊임없이 서로를 알아가려고 노력해도 죽을 때까지 70~80%조차 알 수 없는 게 부부관계다. 그러니 절대로 상대에 대한 호기심을 놓지 말자. 퇴근 후 부인이 뾰로통한 채 말도 안 하고 설거지만 우당탕탕 하고 있다면 ‘저 사람의 마음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한번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보자. 남편이 말도 없이 TV만 보면서 건성으로 대꾸하고 있다면 ‘저 사람 마음은 지금 어떨까’ 한번 생각하자. 그러면 상대방의 내면세계가 흥미롭게 펼쳐질 것이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상상을 나누며 교감해보자. 아마 당신은 계속해서 배우자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그것에 놀라고, 경탄하고 또 때론 실망하기도 하면서 상대에 대한 열정을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무엇보다 같이하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함께할 수 있는 취미나 문화생활의 시간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취미가 다르면 상대가 좋아하는 활동에 호기심을 갖고 하나씩 참여하자. 서로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그리고 배려는 침몰해가는 결혼생활을 구해줄 유일한 구명밧줄이다.

●‘신동아’에서는 중장년층 남성의 고민을 듣고자 합니다.

마음 깊은 곳에 담은, 그렇지만 쉽게 풀지 못하는 고민을 spring@donga.com으로 보내주십시오.

정신분석학자이자 에세이스트인 김혜남씨가 카운슬링해드립니다.

신동아 200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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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남│나누리병원 정신분석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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