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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公正)여행 이끄는 사람들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 공정여행을 떠나세요”

  • 이혜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공정(公正)여행 이끄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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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公正)여행 이끄는 사람들

티베트 시각장애인 학생들과 거리를 걸으며.

▼ 맞아요, 그런 게 여행이에요. 선생님은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으셨나요?

김현아 여행을 하고 나서 ‘나와 우리’라는 NGO에 들어가 관계 맺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베트남전이 벌어진 곳에 한국인으로 처음 들어가 상처 받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 경험을 책으로도 썼고요. 그러곤 그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 여행이란 키워드로 세상을 배우는 대안학교, 로드스꼴라를 이끌고 있습니다. 여행이 직업을 만들어준 셈이죠.

이혜영 저도 그래요. 직장도 바꿨고 꿈도 생겼어요. 책을 보곤 주인공인 타쉬가 보고 싶어 무작정 티베트로 갔죠. 유목생활 하던 눈먼 소년이 헤매고 헤매다 학교에 왔다는 얘기였는데, 그냥 그 아이를 만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번역 출판한 한국 출판사 쪽에 물어봤는데 모르더라고요. 그런데 가보니 거짓말처럼 그 소년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한 달간 그 눈먼 아이들과 머물면서, 남 의식하지 않고 자기 길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러곤 한국에 와서 이매진피스란 평화단체 활동을 하면서 타쉬 친구들을 위해 소리놀이터 만들어주러 다시 갔어요. 그 뒤로는 분쟁지역에 있는 아이들에게 평화도서관 만들어주는 일도 했고요. 대단히 크게 한 건 아니고, 출판사 쪽에서 책을 기증받아 판 돈으로 책을 사 보내줬지요. 그래도 작은 선물을 그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어 기쁩니다. 녹색평론에 있다 소나무 출판사로 옮긴 것도 이맘때네요.

권혁란 저 같은 경우엔 여행 다니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어요. 이프 기자로 일하면서 여성들을 위한 치유여행을 기획했는데, 서로 많이 다독이게 된 것 같아요. 허난설헌 생가 가서 그 사람 인생을 듣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뭐, 저도 맵이란 곳에 들어와 여행기획자라는 직업을 얻었네요. 서명숙 선배가 하는 제주올레길 걸으면서 여행하는 사람도 살리고, 여행길에 사는 사람도 살리려면 도보 여행이 좋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필리핀 카뷰야라는 지역에 가서 홈스테이를 한 적이 있는데, 아버지와 아들은 먹지 않고 보고만 있더라고요. 한국에 와서 사진과 엽서와 학용품을 보냈더니 ‘감사하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을 후원해주면 좋겠다’는 편지를 받았는데 선뜻 대답을 못하겠더라고요. 에티오피아 아이에게 돈 보내는 것도 벅찬데…. 그런데 자꾸 마음에 걸렸어요. 돈만 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 공정여행을 생각하게 됐어요.-서윤미



▼ 공정여행이란 게 뭔가요?

이혜영 외국에는 1989년부터 책임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돼,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어요. 저희가 지은 책에선 ‘여행하는 이와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가 서로를 존중하고 성장하는 여행, 소비가 아닌 만남과 관계의 여행, 우리가 여행에서 쓰는 돈이 그 지역과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여행, 우리의 여행을 통해 숲이 지켜지고, 사라져가는 동물들이 살아나는 여행’을 공정여행이라고 정의했어요. 저희도 책임이란 단어를 쓰려고 했는데, 오리엔탈리즘이나 우월감이 느껴져 이 단어를 쓰기로 했죠. 공정무역하고도 이미지가 이어지고요. 이런 여행이 선진국에만 있는 건 아녜요. 네팔에는 현지인들을 위해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책임여행 운동하는 식자층이 있어요.

서윤미 저희 단체는 그야말로 아시아와 아시아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필리핀에 먼저 만들고 이제 한국에 만들었는데, 시민단체 사람들에게 연수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필리핀에서 1000여 명이 한국에 왔다 갔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공정여행이란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요, 시민단체 사람들만 왕래하는 것보다 일반인이 왕래하면 서로 이해하는 데 더 좋을 것 같아서 7월14일에 주식회사 착한여행을 열었습니다. 이게 제 명함이에요.

김경 우리는 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예요. 바람직한 기업상을 만들기 위한 단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근로자들이 유독 성추행 문제를 많이 일으킨다는 것,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지적하고 이슈화시켜 해결하죠. 우리나라 사람은 졸부근성이 있는 건지 후진국에 가면 더 그렇게 행동해요. 그래서 세계시민의 연대감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시민을 만나는 여행을 기획하게 됐어요. 마침 최정규씨도 도와주신다고 했고요.

최정규 아시아인권투어 다녀오면서 마음을 굳혔어요.

▼ 자, 그럼 공정여행을 주도하시는 여러분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개해주세요.

이혜영 저희는 어떤 여행 상품을 만드는 게 아니고, 공정여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듭니다. 얼마 전 ‘희망을 여행하라’는 책을 펴낸 것도, 2007년부터 공정여행축제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사실 남들 여행 얘기 잘 안 듣잖아요. 그래서 여행 경험을 나누는 장을 마련해서,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는 여행이란 게 뭔지 같이 고민해봤어요. 네이버 카페에서 모인 여행자 32명이 각자 친구들 데리고 와서 진행했는데 그 뒤로는 여행 인문학, 평화교육 이런 거 함께 배우고 있어요. 지금은 희망의 지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그야말로 공정여행의 발자취를 엮어 지도로 옮기자는 거예요. 한 커플이 이미 그 지도를 만들기 위해 여행을 간 상태고요. 한국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동네를 공정하게 여행하는 법을 공유하고 있는데 저희 네이버 카페에 한번 들어오세요.

김현아 저희도 국내 다녀왔는데요. 전북 진안에 가서 3주 동안 아이들과 머물면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말씀 나누고, 여행코스 짜고, 여행서 작성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권혁란 저희는 국내와 해외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요. ‘내 친구의 외가집은 산호세’라는 수학여행인데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필리핀으로 가는 거죠. 한국에 시집와 10년 동안 필리핀 고향 산호세에 가보지 못한 엄마들을 보고 기획한 거예요.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소개받았는데, 마침 그 지역에 있는 필리핀 엄마들이 다 산호세 출신이더라고요. 그래서 필리핀 교육부, 시민단체와 협의도 마치고 자금도 마련했는데, 그만 못 가게 됐어요. 신종플루 때문에 무산된 거죠. 주눅 든 아이한테 기 살려주고 했는데…. 어떻게 해서든 11월 전에는 가보려고 추진 중이에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수학여행, 상상만 해도 즐거워지지 않아요?

물론 국내여행도 하고 있어요. 15일에 설악산 대청봉이 바로 보이는 곰배령에 들꽃여행을 가는데, 들꽃 보고 전기 없는 곳에 가서 밥 한번 해먹고 오자는 거예요. 외지인이 지은 펜션이 아니라 지역사람이 사는 데 묵으면 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거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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