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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OKKI의 무한변신

“떡볶이 팔아서 돈이 되느냐고요? 안 팔아봤으면 말을 마세요”

  • 김희연│르포라이터 foolfox@naver.com│

TOPOKKI의 무한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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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OKKI의 무한변신

‘아버지 튀김 딸 떡볶이’ 매장.

떡볶이의 무한변신

연세대와 신촌기차역 중간에 고정관념을 깨는 분식집이 있다. 가게 이름은 ‘허브감탄’. 이름도 독특하지만 겉모습만 봐서는 분식점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허브감탄’에서 떡볶이를 먹던 회사원 조아라씨는 “수년 동안 근처를 지나면서도 분식집일 거라곤 여기지 않았다. 친구 소개로 왔는데 맛이 괜찮다. 허브가 들어있어 건강에 좋을 것 같다”면서 웃었다.

‘허브감탄’은 ‘아딸’이 2004년 론칭한 ‘카페형 분식점’으로 신촌점이 1호다. 허브떡볶이 외에 허브튀김, 허브탕수육, 허브그린샐러드, 우동, 생과일빙수를 판매한다. ‘아딸’이 가정과 직장에서 먹는 간식이라면 ‘허브감탄’의 분식은 매장에서 즐기는 고급음식이다. 투(two) 트랙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셈이다.

떡볶이 프랜차이즈가 강조하는 게 바로 ‘청결한 매장’이다. 카페 혹은 아이스크림가게로 착각할 만큼 밝은 분위기가 고객을 유인하는 비결이다. 떡볶이 프랜차이즈의 주 고객은 10~30대의 여성이다. 여성에게 호감을 주는 매장의 분위기가 ‘떡볶이 프랜차이즈’ 전성시대를 연 것이다.

떡볶이는 이제 건강도 생각한다. ‘아딸’은 오징어튀김을 만들 때 100%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다고 자랑한다. 화학조미료와 유해한 첨가제도 쓰지 않는단다. 또 100% 냉동냉장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강조한다. ‘아딸’은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통과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프랜차이즈 떡볶이는 포장부터가 다르다. ‘아딸’과 ‘올리브 떡볶이’는 포장할 때 비닐봉투에 떡볶이를 담지 않는다. 폴리머 밀폐용기에 담아 종이봉투에 넣어준다. 중국음식점처럼 배달해주는 업체도 있다. 일산에 사는 윤여정씨는 “떡볶이가 생각나면 ‘독대떡볶이’에서 배달시켜 먹는다”고 말했다.

떡볶이 프랜차이즈는 가격도 합리적이다. 1인분에 2000원 선. 치즈를 곁들인 떡볶이를 먹어도 5000원이 넘지 않는다. 순대와 팥빙수를 추가로 주문해도 둘이서 1만원이면 거뜬하다. 소비자 처지에서 비용 대비 효용이 높다는 것은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떡볶이 비즈니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가게마다 떡볶이 맛이 엇비슷할 것 같지만 업체별로 맛은 천차만별이다. ‘해피궁’은 전략상품인 명품떡볶이 외에 자장떡볶이, 카레떡볶이로 군침을 돌게 한다. 아카시아꿀을 넣은 꿀떡볶이와 마늘의 아린 맛이 일품인 마늘간장떡볶이, 칠리소스와 땅콩을 넣은 강정떡볶이도 입에 착착 붙는다.

‘신떡’도 자장맛, 카레맛 떡볶이를 갖추고 있다. ‘신떡’의 대표 상품은 해물쟁반떡볶이와 순대쟁반. 쟁반 메뉴는 둘이서 먹기에 딱 알맞다. 매운맛을 콘셉트로 한 ‘신떡’의 라면과 우동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어야 한다. 대구가 고향인 ‘신천할매떡볶이’도 맵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올리브 떡볶이’는 굴소스와 간장양념으로 볶아낸 궁중떡볶이를 라인업으로 갖췄다. 크림소스를 넣은 화이트떡볶이는 파스타와 떡의 퓨전이다. 이 업체는 컵에 음료수와 떡볶이를 분리해서 함께 넣은 콜떡이라는 메뉴도 출시했다. BBQ로 유명한 회사답게 닭꼬치도 먹을 만하다.

떡볶이의 진화는 무궁무진하다. 입소문으로 대박을 터뜨린 재야의 고수들이 앞 다퉈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 중이다. 그만큼 저변이 넓다는 얘기다.

떡볶이의 원조는 궁중요리

‘2009 서울 떡볶이 페스티벌’ 때 ‘세계 떡볶이 요리 경연대회’가 열렸다. 예선을 통과한 30명이 정면승부를 벌였는데, ‘복분자 소스와 파슬리 허브오일을 곁들인 떡볶이 샐러드’가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학생부 대상은 ‘매콤한 토마토 떡볶이에 곁들인 두부크로켓과 라코타 치즈소스’가 받았다.

떡볶이의 원조는 궁중에서 가래떡을 간장으로 볶은 것이다. 고추장이 가미된 건 100여 년 전의 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간식이 떡볶이가 아닐까? 고추장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이름난 분식집마다 갖은 재료로 떡볶이를 일신하고 있다. 떡볶이의 진화는 앞으로도 숨가쁘게 이뤄질 것이다. 떡볶이의 사촌 격인 해물떡찜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승승장구하는 게 좋은 사례다.

그러나 무턱대고 떡볶이 사업에 나서선 안 된다. 비 온 뒤 죽순 올라오듯 떡볶이 프랜차이즈가 등장하지만 소리 소문 없이 문 닫는 경우가 적지 않다. 떡볶이는 이제 어엿한 외식산업이다. 비즈니스를 하려면 자본과 설비는 물론이고 운영 노하우도 두 눈 부릅뜨고 살펴봐야 한다.

철판 위에 떡을 얹은 뒤 대파를 썰어 넣고 고추장으로 볶아내던 학교 앞 분식점이 사라지고 프랜차이즈 떡볶이가 대세가 됐다. 막걸리도 세계화하고 있다. 뉴욕에서, 런던에서, 파리에서 떡볶이를 마주할 날도 멀지 않았다. 샹젤리제에서 막걸리에 곁들여 먹는 떡볶이는 과연 어떤 맛일까?

신동아 2009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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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르포라이터 foolfo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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