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그러한 정책결정이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느냐에 있다. 국민 다수가 찬성하게 하려면 동의를 구하려는 설득노력이 전제되고 후속돼야 한다. 이 대통령은 정운찬 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연설(11월2일)에서 “정책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오해와 갈등은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하나하나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이 말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반대하는 ‘세종시 수정’에만 적용되고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한 것 같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 법적 물리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공세를 폈지만 이미 삽질은 시작됐다. 박재완 청와대국정기획수석은 “비판론자들의 이런 저런 지루한 공방에 사업이 늦어져선 안 되고 좀 더 빨리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대변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금 4대강과 세종시에 자신의 역사적 평가를 걸고 있는지 모른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해 산업화의 동맥을 이뤘듯이, 자신이 서울시장 때 청계천을 복원해냈듯이, 절차에 다소 문제가 있고 비판과 반대에 부딪히더라도 결과가 좋으면 되지 않겠나, 역사적 업적이 되지 않겠나 하는 자기 확신에 몰입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지도자의 자기 확신’은 비민주적이란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다. 지도자의 결단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언제나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실패할 경우 그 부담은 나라와 국민 모두가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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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식 밀어붙이기야말로 ‘MB 본색’일지 모른다. 하지만 세종시든 4대강이든 밀어붙이기로는 안 된다. 목표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면 절차의 정당성부터 확보해야 한다. 방향이 뚜렷하고 목표가 정당하다면 마냥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 세종시 문제는 처음부터 대통령이 직접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친이(親李)-친박(親朴) 간 권력다툼의 양상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은 3년 안에 마쳐야 한다는 조급증부터 버려야 한다. 그래야 전문가들의 우려와 지적을 수렴하고 절차의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다.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대통령의 업적이 훼손되는 건 아니잖은가. ‘MB 본색’의 연속상영을 고집한다면 관객들은 영영 극장을 떠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