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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클래식으로 세상읽기 ④

점잔 빼는 클래식 음악 프로,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클래식 음악 방송

  • 조윤범│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yoonbhum@me.com│

점잔 빼는 클래식 음악 프로,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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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간의 인기투표로 이번 주, 혹은 이달의 톱10과 같은 흥미진진한 차트 발표를 할 수도 있다. 신곡이 아닌 과거의 음악으로도 충분히 순위표를 만들 수 있다. 거창하게 여론조사기관을 동원할 수도 있고, 방송사 인터넷 게시판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음반판매 차트일 수도 있고, 작품 각각에 대한 인기투표 결과일 수도 있다. 이를 요란한 드럼소리와 함께 발표한다고 해서 작곡가들이 무덤에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그들은 확실히 일어나지 못한다) 이런 결과를 공개할 때마다 취향이 다른 사람들끼리는 논쟁을 벌일 수도 있지만 그것마저 얼마나 유익하고 건전한가.

순수예술 방송을 예능프로처럼 재미와 시청률을 염두에 두고 만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여러 형태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는 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을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 만들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애호가도 더 다양한 성격의, 폭넓은 연령층을 가리킨다. 젊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싫어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만들어버린 사람들이 책임지고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영화음악은 변형된 오페라

영화나 애니메이션 음악을 순수예술 시각에서 진지하게 분석하는 방송도 가능하다. 영화음악 프로그램은 이미 많이 있고, 또 ‘영화에 등장하는 클래식’혹은‘인상 깊은 주제가’라는 소재도 많이 다루어졌다. 그러나 주제곡이나 메인 테마가 아닌 특정 장면에 부분적으로 쓰인 꽤 수준 높은 음악들을 놓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히사이시 조 같은 애니메이션 작곡가들이 남긴 음악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영화나 만화에 쓰인 음악이 ‘대중음악’ ‘쉬운 음악’이라는 선입관은 후진국에서나 통하는 말이다. 세부적으로 평가되고, 분석되며, 예찬되어야 마땅하다. 많은 영화음악이 오페라에서 한발 나아간 장르라고 여겨질 정도의 높은 작품성을 보이는 것이 사실임에도 그것을 섬세하게 다루는 매체는 따로 없다. 책이나 잡지의 글들로는 다루기가 어렵다. 방송이 나서야 한다. 영화음악 작곡가나 평론가들에게도 이것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어떤 장면에서 어떤 음악이 사용되어 우리의 감정을 흔들어놓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작업이 왜 필요하냐고? 우리는 오페라를 그렇게 대하고 분석하지 않는가? 영화음악은 분명히 오늘날의 변형된 오페라다. 그런데도 영화를 위해 작곡된 배경음악은 깊이 있게 다뤄진 적이 거의 없다.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닌지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간과하는 사이 수많은 예술작품이 추억 속으로 잊히고 있다. 이것을 다시 살려내는 일은 비평가뿐만 아니라 언론과 방송, 나아가 연주자와 애호가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게임음악은 특히 음악인이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훌륭한 장르다. 요즘의 게임은 하루가 다르게 대형화해 영화 이상의 스케일을 담고 있어 그 배경음악 또한 영화음악 이상의 규모와 작품성을 지니는 경우가 많다. 많은 작곡가가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있고 그렇게 탄생한 명곡도 꽤 된다.

국내에서도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면서 칸노요간코 같은 대작곡가와 함께 작업한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롤플레잉 게임인 ‘YS’ 시리즈나 ‘파이널 판타지’의 음악들이 198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었고, 콘서트도 자주 열린다. 이런 게임음악의 사운드트랙이 언제나 판매차트 상위권에 들어있을 정도다. 과거에는 게임에서 구현할 수 있는 음악의 성부가 2개나 3개로 제한됐기 때문에 작곡가들은 이런 환경에서 최대 효과를 끌어내는 음악을 만들었다.

여성들을 오락실로 이끈 ‘버블보블’의 음악을 기억할 것이다. 성부가 두 개뿐인데도 충분히 신나는 음악을 완성했다. 예를 들어 주인공 공룡들이 ‘신발’ 아이템을 먹으면 갑자기 빨라지는 ‘피우 모소(piu mosso·더 빠르게 연주하라는 음악용어)’, 고래유령이 나올 때의 조성 변화 같은 것은 게임을 더욱 박진감 있게 만든다. 게임에 등장하는 음악은 반복되는 특성이 있어 게임을 한 사람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진다. ‘테트리스’를 하면서 거기에 등장하는 러시아 민요를 저절로 외우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한회랑(echochrom)’ 착시효과를 이용한 퍼즐게임인데, 매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게임의 배경음악은 무한 반복 연주되는 현악사중주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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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yoonbhum@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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