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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철녀들 18

80세 현역 방송 진행자 바바라월터스

‘인터뷰 달인’의 성공 키워드는 ‘불안감’

  • 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80세 현역 방송 진행자 바바라월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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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 대로 무슨 일이든”

80세 현역 방송 진행자 바바라월터스

1970년대 저녁 뉴스쇼 첫 앵커로 발탁된 이래 팔순이 된 지금까지 방송·출판계에서 활약중인 월터스.

결국 졸업 후 그녀는 무슨 직업이든 갖기로 했다. 그리고 집 앞 속기학원에 등록했다. 수동타자기로 타자 치는 법을 열심히 배운 뒤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첫 직장을 구했다. 작은 광고회사였다. 향수병 판매 등 우편주문회사의 광고물 제작파트에서 겨우 1년 정도 일하다 그만두었다. 사장이 대놓고 여자를 밝힌 게 주된 이유였다.

마침 그때 미국 방송국 NBC 자회사 WNBT(뉴욕 소재·1960년에 WNBC로 이름이 바뀐다)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로부터 홍보실에 빈자리가 있으니 지원해보라는 연락이 왔다. 미국 내 방송국이라곤 ABC, NBC, CBS, 얼마 후 없어진 DuMont 등 4개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그녀가 맡은 일은 보도자료 작성. 당시 텔레비전은 지금과 달리 사람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오락거리였다. 신문에 TV 프로그램 소개란 같은 것이 없던 시절이다보니 아무리 보도 자료를 써 보내도 기자들 휴지통으로 들어가기 일쑤였다. 바버라는 기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제목이나 내용을 이리저리 바꾸며 아이디어를 짜냈다. 이때의 경험이 나중에 방송 일을 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첫머리에 깜짝 놀랄 사실이나 도발적인 사례를 소개해 인터뷰 대상자의 관심을 끄는 상상력을 키워준 것이다. 보도자료를 안 쓸 때는 신문 칼럼니스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방송국 출연진과 관련한 기삿거리를 알려주었다. 덕분에 그녀가 속한 WNBT 프로그램들은 다른 방송국 프로그램에 비해 신문에 많이 소개되었다고 한다.

세 번의 결혼, 세 번의 이혼

하지만 그 일도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남자문제였다.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컸다. 열 살도 더 많은, 게다가 이혼소송 중에 있는 유부남이자 직장 상사인 방송국 사장과 바람이 난 것이다.(바버라는 평생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데 ‘지금이나 그때나 똑똑하고 힘 있는 남자에게 마음이 끌린다’고 한다. 힘 있고 성공한 어떤 사람이 대신 나를 돌봐주었으면 하는 무의식의 발로라나.) 당시 바버라는 방송국 사장과 만나면서 또 다른 젊은 총각과 이른바 ‘더블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안 사장이 바버라를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다 집 앞에서 자신의 연적(戀敵)이라 할 수 있는 젊은 총각과 몸싸움을 벌였다. 소문은 삽시간에 방송국 안으로 번졌고 결국 바버라는 방송국을 나와야 했다.



다행히 새 일을 구했다. 뉴욕의 다른 지역방송국 WPIX로 옮겨가 엘로이즈 메켈흔이 진행하는 쇼의 PD가 되었다. PD라고는 하지만 대본 작성, 섭외, 커피 타는 일까지 해야 했다. 진행자가 초대 손님에게 물을 질문지 작성은 물론 시청자들의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쓰는 것까지 모두 그녀의 몫이었다. 각종 그래픽영상이며 음악도 손수 골랐다. 그야말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온갖 허드렛일을 닥치는 대로 했다.

바버라는 훗날 “TV 일을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은가”라고 묻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방 텔레비전 방송국으로 가서 시키는 대로 무슨 일이든 해라, 아니 시키기 전에 알아서 자발적으로 해라. 그래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워라. (스튜디오 내) 위기상황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PD가 나타나지 않고 초청 인사가 나타나지 않고 대본은 분실된다. 그럴 때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라. 그리고 (일단 기회가 왔으면) 실수를 하지마라. 방송은 하기 어려운 일이다. 거기서 성공하려면 어느 정도 집요하게 달라붙어야 한다. 단, 사회생활이나 연애생활은 엉망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녀 말대로 그녀의 사생활 역시 평탄하지 않았다. 걸핏하면 이 나라 저 나라로 출장을 다니고 매일 새벽에 집을 나서야 하는 커리어우먼이 한 남자와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돌보기란 예나 지금이나 결코 쉽지 않다. 첫 남편은 성공한 사업가였다. 1960년대 미국 여성들도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 결혼하면 일을 떠나는 게 일반적인 공식이었다. 바버라 역시 결혼과 함께 일을 놓았지만 이내 다시 시작한다. 남편과의 건조한 시간이 이어지면서 결혼생활이 불행해진 것도 한 이유였다.

지적이지도 않고, 글래머도 아니고

바버라는 CBS의 아침방송인 ‘더 모닝쇼’ 작가를 맡았다. 한번 일을 잡았다 하면 남다른 집중력과 애착을 보이는 그녀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예를 들면 그전에는 시도해보지 않았던 만화적인 작업을 동원한다든지 젊은 여성을 유리 탱크 안에 집어넣은 뒤 일기예보를 전하는 식이다. 그러다 그녀가 앞서 말한 대로 위기상황이 벌어져 직접 출연하는 일까지 생겼다. 이탈리아 호화여객선과 스웨덴 선박이 해상 충돌해 51명이 죽는 사고가 났는데, 기자가 안 나오는 바람에 그녀가 한밤중에 부두로 나가 생존자들을 인터뷰해 내보낸 것이다. 하지만 ‘더 모닝 쇼’는 곧 폐지됐다. 이후 바버라가 새로 맡은 시리즈물도 결방되면서 어렵사리 잡은 일자리도 놓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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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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