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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사기열전(史記列傳)’<마지막회>

노중련열전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가장 고귀하다

  • 원재훈│시인 whonjh@empal.com│

노중련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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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와 장삿꾼의 차이

“진나라를 제라고 할 경우의 해악을 알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신원연은 그게 궁금했다. 진나라의 왕을 제라고 한다고 뭐 그리 대단한 해악이 올 것인가? 전쟁을 피하고 당장의 위기를 넘기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노중련은 전쟁도 없고, 진나라를 제라고 칭하지 않아도 되는 방책을 일러준다. 대화는 여기에서 절정을 이룬다. 신원연은 “하인들이 주인을 따르는 이유는 힘과 지혜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주인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형세는 위나라가 진나라의 하인과 같은 존재”라고 솔직히 말한다. 그러자 노중련은 “그렇다면 내가 진나라 왕에게 위나라 왕을 삶아 소금에 절이도록 해볼까요”라고 했다.

신원연은 발끈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면서 화를 낸다. 노중련은 국가 간 예의는 그 힘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지만 진나라와 위나라는 둘 다 비슷한 국력을 가지고 있기에 몇 번 싸움에 패했다고 해서 바로 무릎을 꺾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 다음에 이렇게 말했다.

“위나라는 진나라가 한번 싸워 이기는 것을 보고 진나라에 복종하여 진나라 왕을 제로 섬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삼진의 대신들을 추나라와 노나라의 하인이나 첩만도 못하게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만약 진나라의 욕망이 제라고 일컫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면, 제후국들의 대신들을 마음대로 갈아 치울 것입니다. 그들을 못마땅하게 보는 사람들의 벼슬을 빼앗아 어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주려고 할 것입니다. 그들은 또한 진나라 왕의 딸과 천한 계집들을 제후의 부인이나 첩으로 만들어 위나라 궁궐에 살게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위나라 왕은 어떻게 편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장군 또한 무엇으로 지금과 같은 남다른 사랑과 신임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제서야 신원연은 노중련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마침내 위나라에서 구원병을 보내 진나라 군대는 물러났다. 평원군은 술자리를 마련하고 그 자리에서 노중련에게 천금을 내놓으면서 포상을 하려고 한다. 여기에서 노중련은 다른 이들과 구분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천하에서 선비를 귀하게 여기는 까닭은 다른 사람의 걱정거리를 덜어주고 재앙을 없애주며 다툼을 풀어주고도 보상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일 보상을 받는다면 이것은 장사꾼의 행위입니다. 저는 이런 것을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영예와 오욕의 갈림길

사기에 의하면 노중련은 이후 평원군을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건강한 사회에선 자신의 본분에 맞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구성원으로 움직인다. 노중련은 선비의 모습을 ‘다른 사람의 걱정거리를 덜어주고 재앙을 없애주며 다툼을 풀어주고도 보상을 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장사꾼보다 보상을 더 바라고 그것을 두고 출세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근원이다.

사람들은 살다보면 참소, 즉 모함이나 누명을 쓰기도 한다. 연나라의 한 장군은 제나라의 요성을 함락시키고도 참소를 당했다. 장군은 처형될 것이 두려워 연나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요성에 남았다. 제나라는 성을 찾으려고 공격했지만 장군이 지휘하는 군대는 1년 이상 버티고 있었다. 노중련은 그 장군에게 화살에 편지를 매달아 쏘아 올린다.

편지는 군주와 선비의 몸가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혜로운 자는 유리한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용감한 자는 죽음을 겁내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다. 충성스러운 신하는 자기 한 몸을 앞세워 군주를 뒤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장군은 이 세 가지를 다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느냐 죽느냐, 영예냐 오욕이냐, 부귀냐 천함이냐의 갈림길에 있는 것”이라고 설득한다.

편지는 이어 연나라 제나라 진나라의 상황을 조목조목 설명한 뒤 “병력을 보존하여 연나라로 돌아가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지도한다. “연나라로 돌아간다면 환대를 받을 것이며, 정히 연나라로 돌아가지 않겠다면 차라리 제나라에서 당신의 능력을 발휘하라. 이것이 이름을 알리고 실리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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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훈│시인 whonjh@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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