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호

신열 身熱

  • 입력2009-12-09 14:5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신열 身熱

    일러스트·박진영

    창밖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

    비오는 날 가지에 매달린 물방울이

    눈물 같아 내 마음 애달프지만

    네게 건넬 적당한 말이 없다

    흰 눈이 내리는 날



    하얀 눈을 쓰고 눈사람인 양

    조심조심 내 앞에 서더라도

    받아 안은 흰 눈이

    네 애틋함의 무게로 휘어지더라도

    내가 네게 건넬 적당한 말은 없다

    결국 네 몸이 내뿜는 신열로

    눈은 혼자 녹아내리겠지만,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져버린

    꽃 그림자 같은 적막이 너를 둘러싼다 해도

    내가 네게 건넬, 너의 심연으로 건너갈,

    적당한 말이 내겐 없다.

    최금녀

    ● 시집 ‘큐피드의 독화살’‘저 분홍빛 손들’‘가본 적 없는 길에 서서’‘들꽃은 홀로 피어라’‘내 몸에 집을 짓는다’

    ● 시선집 ‘최금녀의 시와 시세계’

    ● 현대시인상, 한국비평가문학상 수상

    ● e메일 choikn1123@hanmail.net



    시마당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