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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무관의 영웅’ 이규혁 선수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 행복했다. 심리학 공부하고 싶다”

  • 김성규│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imsk@donga.com│

‘무관의 영웅’ 이규혁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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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의 영웅’ 이규혁 선수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경기장에 누워버린 이규혁 선수.

▼ 국내에선 오랫동안 정상을 지켰는데 1등만 하는 삶은 재미없을 것 같기도 하네요.

“1등을 하는 것보다 즐거운 게 어디 있어요. 아주 쉽게 1등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선수라도 속마음은 분명 즐거워할 거예요. 물론 저에게 어릴 때부터 강한 라이벌이 있었더라면 국제적으로 좀 더 경쟁력을 갖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해요. 쉽게 1등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계속 그 자리를 유지했으니까 한 번 더 (훈련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이쯤이면 되겠지 하는 마음도 들었죠.”

▼ 이규혁 장기 집권 때문에 쇼트트랙 종목으로 바꾼 선수도 많았죠? 쇼트트랙 스타 김동성도 이규혁 때문에 쇼트트랙으로 바꿨다고 하던데요.

“제 또래 선수들은 거의 다 (쇼트트랙으로) 넘어갔죠.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사실 그 친구(김동성)는 보이지도 않았어요. 같이 시합 뛰면 반 바퀴 차이 나고 했으니까요. 전 또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친구는 저보다 어렸고, 전 초등학교 때는 중·고등학교 형들하고 시합하고 중학교 때는 대표급 선수들과 시합했기 때문에 제 또래와는 시합할 일도 거의 없었고요. 다들 쇼트트랙으로 자연스럽게 가더라고요. 그래서 (올림픽) 메달 땄으니 됐지요 뭐.”

▼ 한국 빙상의 역사를 오랫동안 함께해왔는데 국내 빙상 여건을 선진국하고 비교하면 얼마나 열악한가요. 예전엔 강가의 논을 얼려 시합도 했다던데요. 어떨 때는 경기장 안으로 모래도 날아왔다면서요.



“여건으로 따지면 저희 수준은 100위권이죠. (외국 선수들이) 우리 같은 여건에서 같이 운동한다고 하면 한국 선수를 이길 수 있는 선수는 없을 거예요. 예전엔 야외 경기장이었죠. 지금의 태릉국제빙상장도 예전엔 야외 경기장이었으니까요. 저는 야외 경기장과 실내 경기장을 다 겪은 세대인데요, 그래도 야외 경기장에서 할 때가 그리울 때가 있어요. 실내 경기장에선 스케이트 탈 때의 상쾌한 맛이 없어요. 야외 경기장에선 바람도 불고 가끔 눈도 오고 해서 이변도 많았어요. 그때 빙상은 독특한 맛이 있었죠. 요즘은 그런 낭만이 없어 각박해진 것 같아요. 아날로그는 다 없어진 거죠.”

20년의 준비

▼ 외할머니(원순남씨)도 가끔 대회에 나오셨다면서요.

“외할머니는 늘 대회에 오셨어요. 올해에도 큰 대회엔 할머니가 오세요. 외할아버지가 빙상계 원로시니까 추모대회에도 참석하시고요. 할머니가 스케이팅을 굉장히 좋아하세요. 할머니가 1933년생이세요. 올해 일흔여덟. 그런데 정정하다 못해 패션 리더예요. 저에겐 다치지만 말라고 하시죠. 시즌 전에 체중 조절을 해야 하는데 할머니와 같이 있으면 체중조절을 못해요. 계속 먹을 걸 갖고 오시니까. 하루에 다섯 끼를 먹죠.”

▼ 시즌 전에 체중이 불었다가 시즌 앞두고 다시 빼는 건가요?

“예전엔 시즌 때와 비시즌 때 체중이 5, 6㎏씩 차이가 나곤 했어요. 빼려고 해서 빠지는 게 아니고 스트레스 받아서 빠져요. 성적이 좀 좋아지기 시작한 시점부터는 가벼운 체중을 유지했어요. 체중이 줄면 한번 쓰는 파워(순발력)는 줄 수 있는데 여러 번 쓰는 파워(지구력)는 좋아지더라고요. 그게 저에게 맞는 것 같아요. 체중이 가벼우면 또 피로감이 덜하더라고요. 예전엔 한번 훈련하고 쉬었는데 체중을 줄인 이후엔 두세 번 하고 쉬어요.”

▼ 지금은 30대 초반인데 20대 때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을 텐데요.

“20대 때는 필요한 것, 불필요한 것을 구분 못하고 이것저것 많이 했던 것 같아요. 30대 때는 불필요한 것을 많이 쳐낸 거죠. 어떤 것에 대해 불필요하다고 느끼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아요. 뛰는 것도 그래요. 체력 유지와 근육을 만드는 데 뛰는 것이 필요하거든요. 대표팀 프로그램 중에 20년 동안 안 바뀐 게 있는 데 인터벌 트레이닝이에요. 200m를 스무 번, 400m를 열 번 뛰는 식이죠. 1주일에 한 번은 꼭 해요. 전 뛰는 게 싫어서 안 했어요. 하더라도 억지로 했죠. 그런데 제가 필요하다 생각해서 하니까 달리기 훈련에 안 빠지게 되더라고요. 열심히 한 지 3, 4년밖에 안됐어요.”

▼ 여자친구도 훈련에 방해된다고 안 사귀었다고 하던데….

“여자친구가 없었다기보다 만나는 방식이 좀 달라진 거죠. 나이도 있으니까 진지하게 만나다가 그 친구랑 싸우면 한 주, 길게는 한 달 동안 스트레스 받는 거잖아요. 운동하는 시간 이외엔 여자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와 같이 시간을 보낼 텐데 그러면 안 되잖아요. 사실 (여자) 친구는 많아요. (여자친구와 관계에) 비중을 많이 둬 생활하지 않았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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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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