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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유학생의 영국 일기 ④

아이들 ‘컬처 쇼크’에 엄마 속마음만 타들어가고…

  • 전원경│작가 winniejeon@hotmail.com│

아이들 ‘컬처 쇼크’에 엄마 속마음만 타들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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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와서 희찬이는 전교생이 80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가톨릭계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영국의 초등학교(Primary School)는 네 종류가 있다. 수적으로 가장 많은 공립학교, 그 다음이 가톨릭계 공립학교 그리고 국가의 보조를 받지 않는 자율형 학교, 마지막으로 사립학교다. 이 중 사립을 제외하면 학비는 없다. 정확한 통계를 본 적은 없지만, 내 짐작으로는 공립과 가톨릭계가 전체 초등학교의 90% 이상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영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군이 있어서, 집 가까운 데에 있는 초등학교에 의무적으로 입학해야 한다. 우리 집이 있는 글래스고대학 근처의 동네에는 두 군데의 초등학교가 있는데 한 곳은 공립, 다른 한 곳은 가톨릭계 학교다. 나는 두 군데를 다 가본 후에 가톨릭계 학교에 희찬이를 집어넣었다.

전학 2주 만에 학교의 말썽꾼

내가 가톨릭계 학교를 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내가 사는 동네가 글래스고대학 근처다보니, 공립 초등학교에는 유난히 외국 학생이 많았다. 그리고 공립학교는 규율도 그리 엄해 보이지 않았다. 영국은 초등학교부터 교복을 입어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 학교에는 교복을 입지 않은 어린이가 적지 않았다. 그에 비해 가톨릭계 학교는 학생의 절대 다수가 영국인이었고, 학생들은 넥타이까지 매야 하는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좀 제멋대로인 구석이 있는 희찬이는 엄한 학교에 다니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고, 외국인이 적은 학교를 다녀야 영어도 빨리 늘 것 같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희찬이는 전학 첫날 의기양양하게 넥타이를 매고 학교로 향했다. 녀석은 별로 겁내거나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었다. 첫날 학교를 다녀와서는 “엄마, 굉장히 재밌었어, 영국 학교 되게 좋아!”하고 말했다. 나는 아이가 새 학교에 잘 적응하려나보다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건 착각이었다. 영어를, 그것도 스코틀랜드 사투리를 전혀 알아듣지 못한 희찬이는 수업 내내 노트에 그림만 그리고 놀았던 것이다. 한 학년이 한 반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스무 명도 채 안 되는 같은 반 아이들은 서로 너무도 친한 사이여서 외국 학생인 희찬이가 끼어들 틈이 전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의사소통까지 안 되니 아이들은 결국 희찬이를 따돌리게끔 되었고, 다른 건 몰라도 자존심 하나만은 하늘을 찌르는 희찬이는 ‘어쭈, 니들이 날 무시해?’하면서 아이들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급기야 같은 반 남자아이들을 모조리 때린 희찬이는 새 학교에 전학한 지 2주일 만에 학교의 말썽꾼이 되어버렸다.



워낙 엄격한 학교다보니 선생님 역시 희찬이처럼 별난 아이를 다뤄본 경험이 없었다. 희찬이가 늘 말썽을 부리고, 아이들을 밀치거나 때려서 점심시간에는 거의 교장실에 불려가 앉아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한참동안 알지 못했다. 영국 초등학교에서 다른 아이를 때리는 행동은 굉장히 중대한 잘못으로 치부된다. 영국 학교나 영국 학부모들 사이에는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사고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각하든 경미하든 간에,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때리는 것은 명백한 폭력이고,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학한 지 한 달이 될 무렵 학부모 정기 면담시간을 통해서 나는 희찬이의 ‘심각한 비행’을 알게 되었다. 교장선생님은 “희찬이의 영어 실력으로는 학교에 적응하기에 무리다. 글래스고 시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특별학급에 넣자”고 제의했다. 반대할 여지가 없었다. 그즈음 희찬이 역시 “아이들도 선생님도 마음에 안 든다”며 떼를 쓰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복잡한 심경으로 글래스고 시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특별학급(Bilingual Unit)이 있는 초등학교로 아이를 전학시켰다. 새 학교는 집에서 3~4㎞ 떨어진 거리에 있는데, 글래스고 시의회(City Council)에서 미니버스를 집 앞으로 보내주어 학교를 다니기는 오히려 그전 학교보다 수월했다.

외국인 특별학급으로 희찬이를 데리고 가는 첫날, 편지를 써 갔다. ‘한국에서부터 희찬이는 선생님 말을 잘 따르기보다는 다분히 독립적인 성향의 아이였다. 첫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 때문에 아이가 좌절감을 많이 느꼈고, 그 결과 좋지 않은 행동을 보여준 듯싶다. 외국인 특별학급에서 이런 점을 좀 살펴주셨으면 한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외국인 특별학급의 주임교사 마틴은 “우리는 이런 케이스를 많이 겪어봐서 잘 알고 있다. 희찬이가 우리 학교에는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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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경│작가 winnieje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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