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호

중년 남성들의 로망, 직장인 밴드 열풍

대학가요제 세대 중심으로 뜨거운 인기, 자작곡으로 활동하는 ‘준 프로’ 밴드까지 탄생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

    입력2010-09-29 16:4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최근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출연자들의 밴드 공연이 화제를 모았다. 평균 연령 40세가 넘는 이들이 아마추어 밴드를 만들어 1년여간 연습에 매달린 끝에 ‘제1회 컴퍼니밴드페스티벌’에서 동상을 받았다. 이들의 페스티벌 참가기가 방송되면서 직장인 밴드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1980년대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에 열광하며 청춘을 보냈고, 이제는 40~50대 가장이 된 중년 남성들은 이들과 함께 밴드에 대한 꿈을 꾼다.
    중년 남성들의 로망, 직장인 밴드 열풍

    치과의사들로 구성된 밴드 ‘자일리톨’.

    최효길(47·음악 소프트웨어제작자)씨는 40대가 주축을 이뤄 구성한 직장인 밴드 ‘정든 밴드’의 베이시스트다. 그는 “1980년대에는 대규모 문화 행사 ‘국풍81’과 대학가요제에 대한 열기가 굉장했다. 그때 대학을 다닌 세대라면 누구나 밴드에 대한 동경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직장인 밴드 활동을 하는 멤버 가운데 상당수는 학창시절 대학 밴드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이들이다.

    1970년대 말 MBC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를 만들면서 이 대회들을 겨냥한 교내 밴드 동아리 결성이 급증했다. 전국의 수많은 직장인 밴드 주축 멤버가 40대인 것만 봐도 이들이 ‘대학가요제’와 ‘밴드’라는 문화세례를 받은 세대임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멤버 가운데는 학창시절 취미로 악기를 다뤄본 경험이 있거나 밴드가 좋아 무작정 학원에 가서 악기를 익힌 사람들도 있다.

    치과의사 밴드로 불리는 10년차 직장인 밴드 ‘자일리톨’은 이승택(47·키보드), 기세호(47·베이스), 신용준(46·보컬), 박규태(41·기타), 김영준(37·드럼)씨로 구성돼 있다. 2006년 뒤늦게 밴드에 합류한 김영준씨만 기업 CEO이고, 나머지 멤버는 모두 치과 원장이다. 이승택, 박규태 원장은 경희대 치대 밴드 ‘몰리스(어금니)’ 선후배 사이. 기세호 원장은 단국대 치대 밴드 ‘사랑니’에서 활동했다. 이들이 지금 밴드에서 연주하는 악기는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 맡았던 악기 그대로다. 밴드의 주요 레퍼토리도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 수상곡인 ‘그대로 그렇게(휘버스)’ ‘불놀이야(옥슨80)’ 등이다. 학창시절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 ‘사노라면(전인권)’, 원더풀 투나잇(비틀스) 같은 7080세대 추억이 담긴 노래를 즐겨 연주한다.

    청춘으로의 회귀

    ‘자일리톨’ 밴드를 만든 건 10여 년 전 마포지역 의사들 송년모임을 앞두고서였다. 뭔가 특별한 송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싶었던 기세호, 신용준 원장은 대학시절 동아리 경험을 살려 밴드를 급조해 서교호텔 연회장 무대에 올랐다. 그 뒤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노숙자쉼터 관계자가 그곳에서 정기적으로 무료진료봉사 활동을 하던 기 원장에게 “노숙자들을 위한 위문공연을 해줄 수 있느냐”고 제안했다.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기 원장은 급히 멤버들을 조직해 2001년 12월 쉼터에서 노숙자를 위한 첫 공연을 했다. 이후 지금까지 매년 노숙자쉼터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치과의사 밴드의 대명사처럼 널리 알려진 ‘자일리톨’이라는 이름은 얼결에 만들어졌다. 이승택 원장은 “밴드를 결성하고 일 년가량 이름도 없이 지냈다. 그런데 갑자기 외부 행사 스케줄이 잡히면서 급한 대로 ‘자일리톨’을 갖다 붙인 것이다. 마침 자일리톨 껌이 시중에 처음 시판되면서 대대적인 광고를 해서 치과의사들의 아이콘처럼 여겨질 때였다. 주위에서 어떻게 껌이 밴드 이름이냐는 놀림도 많이 받았다. 원래는 나중에 정식으로 밴드 명칭을 지을 때까지 임시로 사용하려 했는데, 많이 알려지는 바람에 다시 바꾸기 어려웠다”고 했다.

    오는 11월 서울시 치과의사협회가 후원하는 공익적인 성격의 공연이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다. 이때 ‘자일리톨’을 포함해 치과의사 밴드 4팀이 무대에 선다. ‘자일리톨’ 밴드는 이를 위해 매주 한 번씩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연습실에 모여 두세 시간씩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레퍼토리에 신곡을 추가하기 위해 신중현의 ‘미인’을 맹연습 중이다.

    영화 ‘와이키키브라더스’의 실제 모델인 기타 경력 35년의 기타리스트 최훈씨는 최근까지 ‘자일리톨’ 밴드에 음악적인 도움을 줬다. 스케줄이 비는 시간에 연습실을 찾아 전체적인 조화를 봐주고, 파트별로 어려운 부분의 연주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섬세하게 조언해줬다. 밴드 핸들러 역할이 끝난 지금도 그는 아마추어 밴드가 연주하기 어려운 곡을 멤버들 실력에 맞게 편곡해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좋은 무대가 있으면 공연에 합류해 함께 연주를 즐긴다.

    최씨는 “프로 연주자끼리 연습하고 공연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아마추어 직장인 밴드는 연주 실력은 떨어지지만 열의와 열정이 대단하다. 거기서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 또 프로 음악인 세계에 머물 때와 달리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들과 함께 공연하며 어울리다 보면 사람 사는 느낌이 들어 좋다. 음악이 좋고 연주가 좋아 늦은 나이에 밴드를 시작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프로 기타리스트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활력의 근거

    그가 ‘자일리톨’ 밴드와 인연을 맺게 된 건 10년 지기(知己) 기세호 원장 때문이다. 최씨는 “대중적인 기성곡을 주로 연주하는 직장인 밴드의 경우 보컬이 매우 중요한데 자일리톨의 강점은 보컬을 맡은 신용준씨의 노래실력이 좋다는 점이다. 기세호씨도 노래를 잘해 두 사람이 서로 주고받으며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기본적으로 이 팀 멤버들은 다 노래실력이 좋다. 또 연습시간도 잘 지키고 책임감이 있어 팀워크가 강하다”고 했다.

    이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박규태 원장은 “혼자 기타에 취해 연주하던 밴드 초창기 때는 내 연주가 틀렸는지도 모르고 넘어갔다. 드럼을 치는 영준이가 연주에 까다로운 편이라 다른 파트가 조금이라도 틀리면 귀신같이 잡아내 지적한다”고 했다. 이승택 원장도 “연주하다 첫 부분에서 틀리면 파트 전체를 다시 시작한다. 그런데 중간에서 틀리면 어느 파트에 맞춰 연주를 따라가야 할지 서로 눈치 보느라 정신없다. 보통은 드럼이 정확하기 때문에 거기 맞춰서 따라간다. 어쩌다 김영준 사장이 실수하면 연주 전체가 엉망진창이 돼버린다”고 했다.

    대학시절 밴드 동아리에서 보컬로 활동하다 2004년부터 ‘정든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조영민(47·기업 이사)씨는 현재 7080직장인밴드 카페 회장을 맡고 있다. 동호회 사이트인 이곳에는 ‘정든 밴드’를 비롯해 ‘트리플A’ ‘선데이서울’ 등 직장인 밴드 10개 팀이 소속돼 있다. 2004년 개설한 카페 회원수는 현재 3359명이다. 조 회장은 “당시 KBS에 캠퍼스7080이라는 프로그램 있었는데 그 방송을 보니 학창시절 노래하던 생각이 났다. 다시 밴드를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을 때 마침 중학교 동창을 만나 밴드 연습실에 가게 됐다”고 했다.

    ‘정든 밴드’의 정규 멤버는 조 회장 외에 보컬 김명석(45·전산회사 근무), 드러머 이동현(50·공인중개사), 베이시스트 최효길, 기타리스트 이영실(41·여행사 근무), 키보디스트 옥현정(37·주부) 등이다. 이영실과 옥현정씨는 밴드에서 만나 2년 전 결혼에 골인했고 최근 첫아이를 출산했다.

    유명 프로 밴드에서 베이스 주자로 활동하다 전업(轉業)한 최효길씨는 17년 만에 다시 기타를 잡으면서 아마추어 밴드 멤버로 합류한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생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음악을 포기했던 그가 다시 음악을 시작한 건 아내의 권유 때문이었다. “일에 치여 재미없게 사니까 보기 딱했는지 다시 밴드를 시작해 활력을 찾으라고 했다. 지난해 인사동 축제에서 1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서니 엄청 떨렸다.”

    부대 산업 호황

    국내 직장인 밴드의 원조로 불리는 팀은 1998년 결성된 ‘갑근세 밴드’다. 직장인들이 모여 만든 아마추어 밴드가 주는 신선함과 월급쟁이를 대표하는 ‘갑근세’라는 팀 명칭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이들이 방송과 신문 등 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려지자 밴드에 관심 있는 직장인들이 인터넷에서 하나 둘 모이며 밴드를 결성하기 시작했다. 그 열기가 사내 밴드 동아리 결성으로 이어지면서 2000년대 중반 무렵에는 전국적으로 직장인 밴드가 활성화됐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인터넷에 직장인 밴드 연합 사이트와 동호회, 팀별 카페들이 급속히 생겨났다. 직장인 밴드 사이에 인기 있는 카페나 사이트의 회원수는 수천 명에서 1만명을 넘는 곳이 적지 않다.

    중년 남성들의 로망, 직장인 밴드 열풍

    7080 직장인밴드 ‘정든 밴드’의 공연 모습.

    직장인 밴드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르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서울 마포구 마포문화재단의 ‘직장인 밴드 동아리 육성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 총 4개 팀을 선발해 연습실을 내주고 악기마다 전문 강사를 붙여 레슨을 받도록 지원했다. 6개월간의 교육이 끝나면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고 했다.

    현재 직장인 밴드 수는 전국적으로 2000~3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적인 붐을 타고 직장인 밴드 경연대회나 그들을 활용한 축제를 기획하는 전문 공연기획사도 속속 생겨났다. 지자체나 기업 등 직장인 밴드를 초청하려는 공연 주최 측과 밴드를 연결해주는 사이트도 확산됐다. 이와 함께 신촌 일대와 홍익대 근처, 건국대 주변과 방배동을 중심으로 직장인 밴드를 대상으로 연습실을 대여해주는 스튜디오 수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시간당 대여료가 2만원 안팎인 연습실은 직장인 퇴근 시간대인 저녁 7시부터 밤 11시까지 빈 곳을 찾기 어려울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 밴드들은 회비를 모아 연습실을 대여해 쓰지만 재정상태가 좋은 동호회 가운데는 전용 연습실을 가진 곳도 있다. 7080직장인밴드 카페는 용산구 한강로에 전용 연습실을 갖고 있다. 조 회장은 “월세를 내는 개인 연습실을 우리가 넘겨받았는데 보증금을 빚으로 뒀다가 각 팀원들이 낸 월회비와 행사비 받은 걸 모아 다 갚았다. 전용 연습실이라도 밴드 멤버들이 직장인이라 저녁시간대에 한꺼번에 몰리니까 팀별로 연습실 사용 스케줄이 빡빡하게 돌아간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인터넷 밴드’의 한계

    직장인 밴드가 늘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주로 직장동료나 친구 등 가까운 지인을 중심으로 밴드가 결성됐다. 요즘엔 직장인 밴드 관련 인터넷 사이트와 카페가 늘면서 그곳을 통해 멤버를 찾는 ‘구인·구직’이 활발하다. ‘남자 보컬 구하는 분, 직밴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가창력과 쇼맨십을 갖춘 강한 여성 보컬을 찾습니다’ ‘헤비메탈 드러머 구합니다’ ‘교사밴드 멤버 모집해요’ 같은 글이 수없이 올라 있다.

    대학 밴드 동아리 출신으로 직장인 밴드 ‘트리플A’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안태한(29)씨는 “우리도 카페를 통해 자기 파트를 소개하고 필요한 파트 멤버를 찾는다는 식으로 구인광고를 내서 뭉친 팀이다. 올해 3월 결성된 신생 팀이라 아직 멤버가 다 채워지지 않았다. 아직도 베이스와 키보드 파트 신입 멤버를 모집하는 구인 공고를 올려둔 상태”라고 했다.

    인터넷을 통해 멤버를 뽑는 밴드가 많아지면서 멤버가 쉽게 교체되거나 팀이 해체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친구나 가까이 지내는 직장동료들로 구성된 밴드에 비해 결속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악기 파트별로 멤버를 모아 구성한 밴드 가운데 서로 음악적 색깔이 달라 다른 팀을 찾아 떠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특히 직장에서 주요 위치에 있는 40대가 직장인 밴드 주요 멤버로 활동하다보니 바쁜 회사일로 연습에 자주 빠지거나 하면서 팀원들 간 갈등이 빚어져 결국 팀이 깨지는 경우도 많다. 그 외에 해외파견 근무나 장기출장, 실직과 이사 등도 직장인 밴드 해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까닭에 직장인 밴드가 멤버 교체나 해체 없이 수년간 유지되는 건 드문 일이다.

    이외에도 직장인 밴드의 어려움은 또 있다. 지난 5월 결성된 신생 밴드 멤버 정태윤(35)씨는 회사에는 비밀로 한 채 매주 연습실을 찾는다. “밴드 한다는 게 회사에 알려지면 정말 급한 일이 생겨 야근을 못하게 될 때 밴드 연습하려고 땡땡이친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신경 쓰인다. 모르게 하는 게 속 편하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사내 밴드 동아리를 제외한 직장인 밴드 멤버 가운데 상당수는 정씨처럼 회사 모르게 비밀리에 활동한다.

    한편 직장인 밴드가 전국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이들을 찾는 곳도 많아졌다. 지역 특색을 살린 지자체 축제가 끊임없이 열리고, 홍보 행사에 직장인 밴드를 활용하는 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밴드가 참가해 실력을 겨루는 전국대회만 해도 해마다 10개 안팎이 열리고 있다. KBS ‘남자의 자격’ 팀이 출전해 동상을 수상한 ‘제1회 컴퍼니밴드페스티벌’도 그중 하나다.

    대회를 주최한 공연기획사 김능수 대표에 따르면 참가곡을 자작곡으로 제한한 직장인 밴드 대상 경연대회는 컴퍼니밴드페스티벌이 처음이다. 그는 “카피밴드에서 벗어나 자기 색깔과 실력을 갖춘 어엿한 직장인 밴드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예선 참가팀이 총 50개였는데 참가곡 제한을 두지 않는 다른 대회에 비하면 굉장히 적은 숫자다. 하지만 그런 제한을 둔 대회를 열 수 있었던 자체가 어떻게 보면 직장인 밴드 문화가 점점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아마추어 프로페셔널

    김 대표는 요즘 ‘아시아컴퍼니밴드페스티벌’ 준비로 분주하다. 제1회 컴퍼니밴드페스티벌 수상자에 한해 이 대회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대상을 수상한 메리고라운드 보컬 한수희(30)씨는 “본선 진출 10개 팀 가운데 세 팀의 실력이 쟁쟁했다. 그중 한 팀은 정말 대상감일 정도로 노래도 좋았고 실력도 뛰어났다. 그런데 우리가 대상을 받았고, 그 팀이 3등을 해서 좀 놀랐다. 아마추어 팀이 자작곡을 만드는 게 쉽지 않은데 우리 팀은 자작곡 3곡을 갖고 있다”고 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학술대회나 의료기자재 전시회 등 큰 무대에 자주 초청되는 ‘자일리톨’ 밴드 이승택 원장은 “외부 행사뿐 아니라 우리 밴드 정기공연도 일 년에 한 차례씩 있고, 10년쯤 연주하다보니 멤버들 사이에 슬슬 자작곡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각종 행사에 직장인 밴드의 초청이 늘어난 이유는 밴드가 전국적으로 많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일명 ‘카피밴드’로 불리는 대중성이 관객 욕구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자작곡 대신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기존곡을 레퍼토리로 가진 카피밴드의 공연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가족 단위 관객까지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특정 음악 장르만 고집하는 프로 밴드보다 관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고 출연료가 저렴해 초청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도 요즘 직장인 밴드가 각종 행사무대에서 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직장인 밴드 문화가 확산되면서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지고, 출연료 수입으로 활동비를 댈 수 있을 만큼 여건이 좋아졌지만 한편으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공연계 사정에 밝은 김모(48)씨는 “축제나 행사에 직장인 밴드를 연결시켜주거나 기업과 손잡고 직장인 밴드 공연무대를 기획하는 프로모터들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 그러다보니 일부 프로모터들이 밴드에 돌아갈 공연료에서 수수료를 지나치게 많이 챙겨 잡음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직장인 밴드가 이용할 수 있는 공연장이 많이 생겼다. 100~150석 규모의 공연장 1회 대관료는 100만~200만원이다. 하지만 자녀 교육비를 걱정해야 하는 30~40대 가장들이 무대에 단 한 번 서는 비용으로 지급하기에는 적지 않은 액수다. 전국에 걸쳐 지자체가 소유한 문화회관이 많다. “시나 구청에서 그곳에 악기 시스템을 갖춰서 무료 공연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것이 직장인 밴드들의 바람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