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가을 이른 아침, 스카이72 오션 코스는 노량진수산시장처럼 북적거린다. 도심 속 자연을 찾아온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껏 들떠 있다. 사방이 확 트인 드넓은 들판에 서자 산들바람에 떼밀린 억새풀의 춤사위가 벌어진다. 저 너머 생기발랄한 바다가 보내는 축사다. 쇠백로 떼가 가로지르는 하늘은 화장 안 한 여인의 얼굴처럼 담백하고 풋풋하다. 국내에서 어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코스이건만 이 환장할 만한 감미로움은 뭐란 말인가.
18번홀
4번홀(파4, 299m) 그린 앞은 벙커 지뢰밭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7번홀(파5, 480m)에 들어서니 인천공항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8번홀로 넘어가는 길목에 오미자차를 준비해놓은 간이시설이 있다. 여름엔 아이스크림, 겨울엔 붕어빵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런 아기자기한 서비스는 스카이72만의 매력. 바람이 거센 8번홀(파3, 165m). 어프로치 할 때 공 바로 밑을 찍지 않으면 뒤땅이 난다는 사실을 배운다. 9번홀(파4, 305m)은 퍼터를 짧게 잡았더니 원 퍼트로 끝났다. 풍광이 뛰어난 12번홀(파3, 175m)은 아름다운 장미에 가시가 많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한반도 지형을 본떠 만든 18번홀(파5, 510m). 오른쪽 워터 해저드에 울릉도와 독도가 자리 잡고 있는데, 독도에 태극기가 꽂혀 있다.
야외 그늘집.(왼쪽) 7번홀 티박스(오른쪽)
12번홀 그린(왼쪽) 거대한 벙커밭인 17번홀(오른쪽)
한설희 프로의 스텝 바이 스텝● 한 설 희 프 로 ● 2002년 KLPGA 정회원.
● J골프 라이브레슨70 진행자, MBC 골프 해설위원.
도전보다는 안전을 택하라!오션 코스 18번홀은 2009년 10월에 열린 LPGA 하나은행코오롱챔피언십 마지막 날 선두권인 최나연과 청야니, 마리아 요르트가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곳이다.
12번홀
남성적이고 도전적인 코스의 대명사인 오션 코스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3년 연속 LPGA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공항에서 가깝고 근처에 호텔과 대규모 연습장이 있다는 점에서 세계정상급 선수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평소 여러 가지 기발한 서비스로 인기가 높은 스카이72는 최근 ‘짱가 클럽’ ‘반갑다 친구야’ 따위의 획기적인 영업전략을 내놓았다. ‘짱가 클럽’은 우천으로 예약취소가 나올 경우 초대에 응하는 고객에게 그린피의 절반을 깎아주는 것이고, ‘반갑다 친구야’는 내장(來場)기록을 토대로 특정 고객을 초대하는 것이다. 사우나탕에 들어서니 샤워부스가 세 종류다. 싱글 전용, 100돌이 전용, 한 번도 못 드신 분 전용.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실실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