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파사전 _ 구갑우 외 13인 지음, 위즈덤하우스, 620쪽, 3만5000원
‘사전’이라는 말이 붙었다 하여 이 책을 딱딱한 용어사전이나 인명사전쯤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정제된 지식의 전달을 목표로 삼았기에 사전과 같은 일관된 형식을 빌렸을 뿐, 실상 그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한국 사회를 들끓게 하는 22개의 사회적 의제를 탐험하는 말랑말랑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책이다. 그 호기심은 정치권이나 사회운동에서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좌파’와 ‘우파’라는 개념의 틀로 문제에 접근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당초 이 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같이 국민의 이해관계가 갈라지며 사회적 대립이 격화되는 문제들을 바라볼 때 일반인이 어떤 잣대를 들이대는 게 좋을까 하는 고민에 답하고자 기획했다. 이런 이슈는 우리 사회에 무수히 널려 있다. 광우병 촛불집회가 불법이다, 불법이라도 민의가 중요하다. 부자 감세가 경제에 활력을 준다, 아니다.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한다, 아니다 등등. 지금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세계관이 치열하게 격돌하고 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14명의 필자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어떤 모범답안과 같은 잣대를 제시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접근하는 것은 특정한 정치적 강령의 해설에 불과할 뿐이지 시민의 안목을 높이는 방안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는 차라리 이분법을 택하기로 했다. 우리 사회를 ‘우파’와 ‘좌파’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그 대립의 역동성을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좌우’라는 이분법을 싫어한다. 극과 극 사이에 존재하는 스펙트럼의 다채로운 현실을 단순화할 위험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이 되짚어보면 현실은 대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선택 기준이 모호할 때 느끼는 정신적 피로 때문에 대개 한발 물러나 관전하길 원한다. 그러나 관전 포인트나 양쪽의 전력을 모른 채 응원 대상조차 분명치 않은 축구경기를 관전하기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좌우파사전’은 대의제 민주주의, 법치주의, 남북관계, 한미동맹, 시장, 신자유주의, 성장과 분배, 업적주의, 신빈곤, 노사갈등, 범죄와 처벌, 표현의 자유, 친일 과거사, 영어능력, 대중 지성, 대학 구조 개편, 고교 평준화 등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22개의 사회적 의제를 다룬다. 14명의 전공자가 한국의 현실을 분석하고 좌파와 우파가 각각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드러내주며, 논쟁의 본질과 전망을 추적한다. 어떤 의제에서는 좌와 우의 팽팽한 평행선이, 어떤 의제에서는 양자의 소통 가능성이 목격된다. 그 탐색을 마치면 독자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지형도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자신만의 지도와 나침반을 얻는 셈이리라.
이건범│출판기획자,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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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 낙관주의자 _ 매트 리들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인류의 미래에 관해 현대를 지배해온 담론은 대부분 비관주의적 관점이다. 1960년대에 인구 폭발과 세계적 기근이 화두였다면, 1970년대에는 자원고갈, 1980년대 산성비, 1990년대 세계적인 전염병에 이어 2000년대에는 지구 온난화가 이를 대표했다. 이런 비관론 앞에서도 매트 리들리는 거침없이 낙관론을 펼친다. 그는 오늘날 지성계를 지배하는 비관주의를 폭넓은 역사적 시야와 방대한 근거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한다. 그는 앞으로 100년 동안 인류는 전례 없는 번영을 누릴 것이라고 진단한다. 2100년에도 인류는 오늘날에 비해 아주 잘살 것이며, 생태환경도 같은 정도로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리들리는 부(富)가 어떻게 생성되고 확산되는지, 인류의 삶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나아졌는지를 분석하고, 인류의 역사는 ‘번영의 역사’라는 결론을 내린다. 김영사, 624쪽, 2만5000원
탐욕의 지배 _ 폴커 라인하르트 지음, 김희선·최정미 옮김
네덜란드 화가 히로니무스 보쉬는 자신의 작품 ‘일곱 가지의 죄악’에서 인간의 탐욕이 모든 죄악의 발생지임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도층 엘리트들이 갖는 영향력과 부에 대한 욕심은 쉽게 충족되기 어렵고 끝이 없다. 탐욕과 인색함에 빠진 그들은 가난한 백성들의 삶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이익을 얻기 위한 음모를 꾸미느라 정신이 없었다. 서민 사회도 서로 경쟁하면서 더 가지려는 탐욕으로 물들어갔다. 결국 탐욕은 귀족만의 죄악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죄악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중세 시대 이후 500년이란 시간이 흘러 인터넷 시대가 도래했다. 여러 웹사이트는 개인의 지극히 이기적인 행복을 약속하고 있다. 보쉬가 고발한 악덕의 하나인 ‘탐욕’은 이제 미덕으로 모습을 바꾼 지 오래다. 시대에 따라 달라진 탐욕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정의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말글빛냄, 304쪽, 1만3800원
공유의 비극을 넘어 _ 엘리너 오스트롬 지음, 윤홍근·안도경 옮김
2009년 노벨경제학상이 엘리너 오스트롬과 올리버 윌리엄슨에게 수여되자 글로벌 경제위기를 야기한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반동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오스트롬은 경제학의 정설로 자리 잡아온 ‘공유의 비극’ 이론의 오류를 밝히고, 시장과 정부라는 이분법적 해법에서 벗어나 공동체 자치관리라는 제3의 해법을 제시해 각광을 받았다. 그의 이론은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의 위기에 처한 세계 각지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구 온난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에 직면한 오늘날 자원과 인간의 상호작용이 포함된 사회·생태학적 체계에 대한 그의 연구는 나날이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오스트롬의 신제도주의적 접근 방식은 이론의 틀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출발해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오늘날 세계가 필요로 하는 실천적 지성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랜덤하우스코리아, 488쪽, 1만98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이기는 기업 _ 최상철 지음, 한경BP, 360쪽, 1만5000원
‘잃어버린 10년’의 1990년대와 2000년부터 2009년까지의 ‘제로연대’를 합해 일본에서는 자학적으로 ‘잃어버린 20년’으로 부른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일본에서 유통연구를 하고 있는 나는 이 고난의 20년이 일본 소비자를 오히려 성숙시켰다고 생각한다. 버블이 한창이던 광란의 시절, ‘이코노믹 애니멀’로 전세계인에게서 야유를 받았던 일본인은 이제 ‘재팬 애즈 넘버 원(Japan as No.1)’의 미망에서 깨어나 성숙한 선진국 시민으로 검소하면서도 현명한 소비생활에 눈을 뜨고 있다.
지금도 디플레의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 경제이지만, 소비자의 구매의욕만 회복되면 회생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여 년 동안 일본 국민이 가지고 있는 평균 금융자산은 약 1400조엔이나 된다. 게다가 바로 개인소비로 연결되는 현금과 예금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은 천문학적인 개인소비지출의 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소비를 주저했기에 발생한 전형적인 소비불황의 시대였다.
단적으로 소비자가 매일 찾아가는 소매점포가 기꺼이 지갑을 열도록 매력적이면 소비불황으로부터 탈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잃어버린 20년 동안 양대 소매업태였던 백화점과 (한국의 대형마트에 해당하는) 종합양판점은 고도성장기에 확립한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하지 않았다. 백년하청의 점포는 소비자에게 ‘싫증’을 느끼게 하는 치명적인 전략적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소매업태와 기업이 일본경제를 회생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인가? 이 물음의 대답을 이 책에서 제시하고자 했다. 얼어붙은 소비를 자극해 일본경제 회생을 가능하게 할 소매업계의 영웅들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기업이다. 예컨대 100엔숍의 선구자인 다이소, 편의점 세계 최대점포인 세븐일레븐 재팬, 패스트 패션업의 지존적 존재인 유니클로, 홈퍼니싱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발한 니토리 등이다. 이들이야말로 기존의 소매점포에 싫증을 느낀 소비자를 유혹하고 흥분과 감동을 유발하면서 구매를 확대하도록 해주는, 비록 크진 않지만 강한 기업, 바로 ‘이기는 기업’이다. 상품과 점포의 ‘선도(鮮度)경영’과 ‘순(旬)전략’을 표방하는 이들 혁신적 소매기업을 만든 카리스마 창업자의 원체험과 정열, 시행착오 그리고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일본 경제의 허리 부분이면서도 그간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유통을 한국에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집필 목적이나, 숨은 의도도 있다. 하나는 일본 소매유통의 다이너미즘을 통해 한국의 차세대 소매업태의 방향성을 가늠하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일본 소매유통의 이해가 대일 수출 확대에 도움을 줌으로써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대일 무역역조(逆調) 문제의 개선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점이다.
최상철│일본 가가와대학 유통과학대학 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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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숫자 경영 _ 류철호·신종섭 지음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의 가장 큰 차이는 치열한 경쟁의 유무다. 성과 관리를 민간 부문과 비교했을 때 공공 부문의 가장 부족한 점은 계량화다. 공공 부문에서 경영 목표는 은유적이고 구호적이기 쉽다. 따라서 성과를 구체적으로 측정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성과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잘못된 점을 파악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개선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공 부문 혁신의 핵심은 어떻게 성과를 측정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략적 숫자 경영은 기업의 전략적 경영을 위해 계량적으로 목표를 수립하고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해 다시 경영 현장에 반영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민간 부문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 부문 혁신을 위해 숫자 경영이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함께 녹여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성안당, 376쪽, 2만원
심플렉서티 _ 제프리 클루거 지음, 김훈 옮김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은 생각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단순하게 생각하면 바로 해결될 수도 있고, 또 하찮게 여겼던 것들이 오히려 엄청나게 복잡한 것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본능, 두려움, 사물의 크기, 아름다움과 같은 겉모습에 속아 세상의 패턴을 제대로 꿰뚫어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복잡성’ 렌즈로 바라본 세상은 전혀 다른 곳이 되어 사람들의 행동에도 영향을 끼친다. 2001년 9월11일 미국 무역센터에 비행기가 충돌해 건물이 무너지는 동안 대피하기보다는 제자리에 남아 있길 선택한 사람들이 바로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운과 추측, 심리학, 건축 설계 방식, 그리고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행동할 때 작동하는 더 많은 요소의 복잡한 상호 작용 때문에 제때 탈출하지 못했다. 이 책은 복잡한 문제 속에 숨은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민음인, 420쪽, 1만6000원
엘리먼트 _ 켄 로빈슨·루 애로니카 지음, 승영조 옮김
우리는 대학에 입학할 때 가장 유망하던 학과가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면 비인기학과로 전락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사회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데, 이에 대처하는 교육과 우리의 자세는 아직도 기존 세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미래에 대처해야 할까? ‘엘리먼트’는 이 같은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 켄 로빈슨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타고난 소질과 개인의 열정이 만나는 지점, 즉 자신의 엘리먼트를 찾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엘리먼트를 발견하는데 늦은 나이란 없다’며 ‘어떤 심각한 장애나 열악한 환경도 결코 걸림돌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떻게 엘리먼트를 발견해야 할지 그 해법을 제시한다. 승산, 352쪽, 1만4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세상의 모든 풍경 _ 전광식 지음, 학고재, 356쪽, 1만8000원
앙드레 지드의 말을 빌리자면, 헤르만 헤세는 세상을 두 가지 눈으로 바라보는데 하나는 시인의 눈이요, 다른 하나는 화가의 눈이란다. 따라서 그가 누비던 테씬의 마을과 언덕을 글로 표현하고 그림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의 글은 그림 같고 그의 그림은 글 같다. 이처럼 헤세에게서 글과 그림, 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본다.
유명한 미술관에 소장된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설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의 글은 미술관 탐방이나 그림 탐구의 형식을 취하면서 정보의 제공이나 지적 호기심의 충족으로 기술돼 있다. 그러다보니 그림 속에 나타난 모든 장면과 그 안에 숨은 모든 내밀한 것을 마치 외과의사처럼 진단하고 해부해 파헤쳐보려고 한다. 그렇게 하여 그림 속의 고운 것들이 세상에 까발려지고 해부되어 속살을 보이고 있다. 슬픈 일이다.
나는 우선 그렇게 난도질당한 유명 미술관의 작품들을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세상의 곳곳에 숨은 그림들 가운데 정말 보면 가슴이 서늘할 정도의 아름답고 매혹적인 풍경화들만 찾아내 소개했다. 특히 ‘섬뜩하고 무서운’ 그림들이 아니라 평화와 위안을 안겨주는 풍경화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따라 모았다. 이를테면 몬타뇰라를 그린 헤세의 해맑은 수채화, 푸른 달빛이 쏟아지는 드네프르 강의 언덕을 그린 쿠인지의 달밤 풍경, 저문 강 풀길 따라 걷는 양치기 소녀를 그린 피어스의 풍경화, 그리고 겨울의 황혼녘 프라하의 블타바 강을 내려다보는 고독한 여인을 그린 쉬카네더의 작품, 그리고 죽은 아버지를 묻으러 시베리아 들판을 달리는 슬픈 가족의 풍경을 그린 페로스의 그림 등이다.
이런 작품을 대상화해 그것을 분석하고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완성한 감상과 그림의 무대를 직접 누비며 깨달은 정취들을 합해 문학적 단상의 형태로 담담히 적어 내려간 것이다. 이 글은 말하자면 미술과 문학이 만나는 ‘그림 수상록’이다.
다른 이들은 그림을 떼어놓고 보려고 하는데 나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서 그림과 하나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림 속의 주인공들은 내가 아니면 내가 사랑한 연인들이었고, 또 고독한 나그네길의 벗들이었다. 이렇게 하여 나는 그림을 통해 나를 만났다. 특히 그림 속에 나타나는 아늑한 강과 언덕은 바로 내 고향이었다. 그래서 세상의 풍경화는 바로 고향의 풍경화였다.
평화로운 목가적 풍경 외에 슬픈 장면들도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우리 삶을 되돌아보며 숙연케 하는 꿈처럼 아름다운 장면들이다. 영국 시인 셸리가 ‘가장 슬픈 노래가 가장 아름다운 노래’라고 했듯이 실상 이 슬픈 그림들도 가장 아름다운 그림들이다.
전광식│고신대 교수, 독수리중고등학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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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코드 _ 롭 워커 지음, 김미옥 옮김
2001년 12월 어느 날, 마이애미의 해변에서 에너지드링크 레드불(Red Bull)의 홍보마케팅 이벤트가 열렸다. 주 내용은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로 이루어진 소수 정예부대가 풍력 카이트보드를 파고 플로리다 주 최남단 키웨스트에서 쿠바의 바라데로 해변까지 142㎞를 횡단하는 것이었다. 특이한 점은 TV나 언론사의 취재 경쟁도 없었고 관중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레드불 마케팅이 지나치게 모호해(murky) 보여 그것을 묘사하기 위해 저자는 ‘murky’와 ‘marketing’을 합성해 ‘머케팅’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이벤트 결과는 어땠을까? 몇 년 안에 레드불이 주류가 된 것을 보면 레드불의 머케팅은 의외로 먹혀들었던 듯하다. 이처럼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지배하는 욕망의 코드를 해독해야 한다. 비즈니스맵, 376쪽, 1만5000원
창업국가 _ 댄 세노르·사울 싱어 지음, 윤종록 옮김
이스라엘 하면 흔히 ‘중동 분쟁의 화약고’ ‘기독교 성지’ 등을 떠올린다. 그렇지만 알고 보면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다. 두 나라 모두 1948년에 건국되었고, 자원이 부족하며, 주변국의 위협으로 안보가 불안정하다. 또한 교육을 중시하고 과학기술 강국으로 일어서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좀 더 특별한 데가 있다. 전쟁의 포화가 가시지 않았는데도 구글, MS, 인텔 등 세계 굴지의 기업과 워런 버핏 같은 세계적인 투자가가 이스라엘에 투자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왜 그럴까? 이스라엘은 창의성을 강조하는 교육과 과학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 생산적인 군대 시스템 그리고 혁신적인 벤처창업 문화를 바탕으로 ‘21세기형 선진국’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에 우뚝 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스라엘을 가리켜 창업국가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한다. 다할미디어, 336쪽, 1만5000원
한국경제와 진보운동 _ 민경우 지음
“세계경제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선전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점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고용 사정은 달라지지 않고 있고, 자영업의 몰락은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태풍을 예고하는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까지 겹쳐 한국경제는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했다. 2000년대 이후 해외 수요에 기반한 대자본과 일부 엘리트 계층 주도의 경제성장을 대체하는 새로운 성장 모델이 출현해야 할 시점이다. 2009년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된 경제위기가 끝나더라도 다시금 위기 이전 시대로 돌아가기보다는 새로운 시대로 변모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변화도 불가피하다. 핵심은 과학기술의 혁신과 국제정치·경제 지형에 대한 적절한 위치 정립, 그리고 현대적인 과학기술과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갖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창출일 것이다.” 열다섯의공감, 287쪽, 1만5000원
전문가가 말하는 ‘이 책은…’
위기 경제학 _ 누리엘 루비니, 스티븐 미흠 지음, 허익준 옮김, 청림출판, 508쪽, 2만2000원
“경제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더 위험한 국면에 들어선 것뿐이다.”
지난 5월 금융위기의 암운이 여전히 걷히지 않았다는 비관적인 전망과, 경기가 회복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을 때 무겁게 입을 뗀 이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찌감치 예측하며 위기의 선지자로 떠오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였다. 그는 그리스·아일랜드·스페인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경제위기의 제2막’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하면서 각국의 위기대응책은 물론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 통렬히 비판했다.
루비니 교수는 ‘위기 경제학’에서 경제위기는 역사를 통해 무수히 반복되어온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규정하면서 위기를 일컬어 ‘백조(white swan)’라고 정의한다. 이는 나심 탈레브가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 불가능하고 희귀한 현상으로 ‘흑조(black swan)’라고 한 비유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그는 위기란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하고 깨닫기 쉬운 현상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와 같은 불행한 수순은 역사상 주기적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격변을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새로운 경제학 개념, 즉 위기 경제학을 받아들이라고 충고한다.
그는 최근의 위기가 과거와 달리 복잡한 원인에서 초래되는 만큼 독특한 양상을 띠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일격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세계경제가 반등한 사실을 두고 섣부른 낙관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는 여전한 위험요소와 취약성으로 인해 세계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해도 U자형의 지루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루비니는 위기는 반복되지만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냉혹하다. 그는 감독관에게 거대 금융기업을 해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모든 거대 은행을 한꺼번에 분할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펼친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그는 유망한 신흥경제국 집단을 일컫는 BRIC(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군에 한국이 포함되어 ‘BRICK’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이러한 낙관적인 예측의 유일한 걸림돌이 바로 북한인데, 만일 북한이 붕괴된다면 한국은 굶주린 난민들로 넘쳐나게 될 것이라는 섬뜩한 예측을 내놓는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그의 날카로운 선견지명과 혜안이 돋보이는 이 책은 루비니 본인의 말처럼 월스트리트의 금융전문가뿐 아니라 국내외의 CEO, 무엇보다도 국제금융질서의 복잡성을 무시하는 위험한 행동을 저질러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세계 각국의 일반 투자자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분명 경제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첫걸음을 어디에서부터 내디뎌야 할지 그 해답을 찾게 해주는 책이다.
김순미│청림출판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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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성공 마흔의 지혜 _ 김원중 지음
대한민국에서 30대와 40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남녀를 불문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결혼과 육아를 비롯해 직장에서 경력을 쌓고, 집 장만과 함께 재산도 모아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30~40대는 치열한 삶의 터전에서 숨 가쁘게 살고 있기 때문에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삶 전체를 바라보면서 제어할 수 있는 ‘인생의 좌표’ 같은 것이 꼭 필요하다. 인생의 좌표가 없어 삶의 고비마다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오히려 인생 전체를 그르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생의 좌표는 어디에서 구하는 것이 좋을까? 그에 대한 답이 바로 고전에 있다. 수천 년 세월 동안 인구에 회자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에게 삶의 좌표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전은 우리가 함께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위즈덤하우스, 304쪽, 1만3000원
생각대로 _ 도린 바나작 지음, 정진영 옮김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이미 우리의 마음속에서 결정된 상태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이 원하는 또는 원하지 않는 소리를 무시하거나 심지어 자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고 싶은 것을 안다 하더라도 여러 사람과 얽혀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을 때가 생긴다. 내키지 않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은 접어두고, 남이 생각하고 결정한 대로 따르는 것이다. 혹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정확하게 알아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창조의 법칙이다. ‘생각대로’는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 삶을 진정한 내 것으로 만들고, 인생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종이책, 256쪽, 1만1500원
이웃집 사이코패스 _ 폴 롤랜드 지음, 최수묵 편역
물적 증거뿐 아니라 범인의 심리적 증거까지 찾아내 사이코패스의 가면을 벗겨내는 사람들이 미국 FBI(연방수사국) 프로파일러들이다. 국내에서도 프로파일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국내에서도 이기적이고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로 인한 아동 성폭행이나 부녀자 연쇄살인 같은 사이코패스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대체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왜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을까? 저자들은 FBI 프로파일러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프로파일링 자료를 수집 발굴해 사이코패스들의 범죄 심리 내면을 명쾌하게 해부한다. 사회부 사건기자와 데스크를 거친 역자는 유영철, 강호순 등 국내 범죄 프로파일링 사례를 모아 국내 독자도 관심 있게 읽을 수 있도록 편역했다. 연쇄살인범으로부터 우리 가족을 지키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 동아일보사, 288쪽, 1만2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