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호

아내로는 충족되지 않는 ‘성적 환상’이 매춘부 부른다

웨인 루니의 섹스 스캔들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x@naver.com|

    입력2010-10-05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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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인 유부남 축구스타 웨인 루니가 매춘을 하다 들켰다. 왜 유명인(celebrity)은 온 세상에 공개되어 큰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성매매를 감행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그런 행동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어떠한 과학적 비밀이 감춰져 있는 것은 아닐까.
    아내로는 충족되지 않는 ‘성적 환상’이 매춘부 부른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 이어 또 한 명의 스포츠 스타가 섹스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영국의 명문 축구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선수인 웨인 루니다. 20대의 혈기 왕성한 루니는 지난해 아내 콜린이 임신 중이던 약 5개월 동안 최소 7회 이상 매춘부인 제니 톰슨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만날 때마다 약 1000파운드(약 180만원)씩 줬다고 한다.

    아내 임신 기간 중 외도

    유명인의 섹스 스캔들은 당사자 간에 은밀하게 진행되는 일이어서 밝혀내기가 어려운 일이지만 일단 세상에 공개됐을 땐 일파만파의 파장을 낳는다. 또한 다른 스캔들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오게 된다.

    영국의 대중지들은 제니 톰슨이 루니 외에 13명의 축구 스타와도 성관계를 맺었으며 루니 역시 제니 톰슨 및 톰슨의 친구인 헬렌우드와 한 침대에서 ‘스리섬’을 가졌다고 추가로 폭로했다. 역대 섹스 스캔들의 목록을 뽑고 누구누구가 섹스 스캔들로 이혼했고 이혼 위기에 처해 있다는 히스토리(history) 기사도 곁들여진다. 우즈 사례에서처럼 루니 부부가 이제 이혼 위기에 처해 있다는 추측 기사도 나온다. 우즈처럼 루니도 ‘섹스 중독증’이라는 전문가의 진단도 등장한다. 이혼하면 위자료가 얼마나 될까 하는 기사도 빠지지 않는다.

    당사자로서는 참으로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참다못한 루니는 제발 우리 가족을 더 이상 고통스럽게 만들지 말고 사생활을 존중해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다. 우즈도 사생활을 보호해달라고 소리쳤지만 결국 이혼하고야 말았다. 언론이 루니의 요청을 귀담아들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유명 인사의 섹스 스캔들은 많은 이의 관심을 끌고 클릭을 하게 만든다. 평소엔 해외 축구 스타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도 들춰보게 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은, 도대체 부족한 것 하나 없을 듯한 인물이 왜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성매매를 하는 것일까? 또 우리는 자신과 별 상관도 없는 그들의 추문에 왜 관심을 갖는 것일까?

    최근 국내에선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남성들이 여성을 상대로 한 성매매 사이트를 만들었다가 적발되었다. 여성이 남성을 사는 것이므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아직 성을 사는 사람은 주로 남성이다. 솔직한 답변을 얻기가 쉽지 않은 문제라서 그런지, 성을 사는 남성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천양지차다. 전체 남성의 10여%만 성을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반면 90%가 넘는다는 결과도 있다.

    아무튼 연구자들은 대체로 성 매수가 병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어떤 특정한 성향이나 기질, 혹은 사회적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주로 성을 매수한다면 병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성 매수는 그렇지 않다. 성 매수자의 나이, 직업, 거주지, 지위는 천차만별이다. 타이거 우즈나 루니 같은 유명 인사는 강박적으로 섹스를 추구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이유로 섹스중독증이라는 병명이 붙기도 하지만 그것은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줄 변명거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일 개연성이 더 높다.

    성(性)을 사는 생물학적 이유

    남성이 성매매를 통해서라도 섹스를 추구하는 데에는 진화론적인 이유가 있다. 가능한 한 많은 자손을 퍼뜨리려는 무의식적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지구상에 처음 등장할 당시 완전한 일부일처형 종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인간의 본능과 제도가 충돌하는 셈이다.

    그러나 매춘부에게서 자식을 얻으려는 이유로 성을 매수하는 유명 인사는 없을 것이다. 무의식적 본능을 떠나 성을 사는 이유를 들라고 할 때 연구자들은 대개 두 가지를 꼽는다.

    아내로는 충족되지 않는 ‘성적 환상’이 매춘부 부른다

    웨인 루니가 ‘스리섬’을 가졌다고 추가로 폭로한 영국 데일리미러의 후속 기사(위). 루니의 매춘상대인 제니 톰슨(왼쪽)과 헬렌우드.

    이 분야의 전문가인 스웨덴의 스벤악셀 만손의 말에 따르면 한 부류는 어떤 고정된 관계 속에서 살아가면서 무언가 다른 관계를 추구하는 남성이다. 또 다른 부류는 성 매수를 제외한 다른 방식으로는 여성과 관계를 맺는 데 문제가 있는 남성이다.

    루니 같은 유명 인사는 전자에 속할 듯하다. 돈도 잘 벌고 유명하며 아름다운 아내도 이미 있다. 아내 입장에서는 남부러울 것 없는 남편이 왜 매춘부와 관계를 가지는지 이해가 안 될 법도 하다. 연구자들은 이런 부류에서는 ‘성적인 환상’이나 ‘성적인 소망’이 중요한 동기가 된다고 본다.

    부인이나 애인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상대이긴 하지만 환상을 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성적 욕구가 마음껏 충족되지 않는 것이다. 우선 부인이나 애인의 경우 상대를 배려하고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해야 한다. 즉 애인이나 부인은 남성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준다. 성적인 환상을 품고 있으면서도 부인이나 애인에게는 말도 꺼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매춘부는 성적인 환상, 흥분, 호기심을 충족해주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섹스와 돈을 교환하는 것이므로 인간관계에 따른 추가적 부담이 없으면서 원하는 것을 채울 수 있다.

    루니의 경우 비록 아내의 외모가 출중하다고 하지만 임신한 상태인 아내로는 충족되지 않는 자기 내부의 성적인 환상이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서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할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매춘부를 찾게 된 것일 수 있다. 그는 성적 환상을 충족하면서도 공개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같은 매춘부와 여러 번 관계를 맺는 방법을 택한 것일 수 있다.

    반면 성 매수를 제외한 다른 방식으로는 여성과 관계를 맺는 데 문제가 있는 남성은 대부분 여성에게 그리 매력을 주지 못하는 타입이다. 이들은 수줍음, 두려움, 노령, 장애 등으로 여성과 사귀기 힘든 상태다. 따라서 이들은 성 매수를 하긴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매춘부가 아니라 여성 자체다. 이들에게 매춘부는 욕망을 충족해주는 대상이라기보다는 외로움을 덜어주는 대상에 가깝다. 만손은 이들에게는 ‘여성을 지배하고 여성에게 복수하려는 갈망’도 잠재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성은 이러한 감정을 분출하는 수단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 남성이 성을 사는 이유는 더 복잡하다. 그저 순간적인 충동 때문에 성 매수를 하는 남성도 많을 것이고,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섞여서 반복해 성 매수를 하는 남성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상대인 매춘부에게 성적 쾌락의 충족만을 원하지만 다른 이는 다정함, 상냥함, 애정, 환상의 충족까지 원하기도 한다. 심지어 매춘부에게 ‘지성(知性)’을 원하는 남성도 있다고 한다.

    매춘부와의 관계설정 방법은 두 유형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여러 매춘부와 일회성 관계를 추구하는 타입이다. 다른 하나는 한 매춘부를 반복적으로 찾는 타입이다. 매춘을 하는 상당수 남성은 전자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후자도 적지 않다. 루니는 톰슨과 적어도 7회 이상 관계했으니 후자에 속하는 셈이다. 매춘을 하는 남성은 그 동기와 행동 양상이 어떠하든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다.

    섹스 스캔들의 사회적 효능?

    성 매수를 어떤 측면으로 보는지에 따라 정책도 달라진다. 일부 학자는 성 매수는 필요악이라고 본다. 그러나 다른 학자는 여성의 영혼을 내버리고 몸만 취하는 사악한 행위로 본다. 전자는 아무래도 성매매를 합법화하자는 주장에 너그러운 입장일 것이다. 후자는 성매매를 전면 금지하자는 입장을 옹호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성매매 정책도 나라마다 다르다. 다수의 국가는 법으로 성매매를 금지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성매매 자체를 건드리지는 않고 인신매매, 강압 같은 불법적인 측면만 규제한다. 독일이나 네덜란드는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있다.

    스웨덴은 독특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이 나라는 성을 파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고 성을 사는 행위만 처벌하는 제도를 택했다. 매춘을 하는 여성이 사회적 약자이고 대개 자발적인 의사가 아니라 빚 같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성을 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매춘부를 처벌한다고 해도 별 효과가 없으니 성을 사는 쪽만 처벌하자는 것이었다.

    이 제도가 처음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되었을 때 헛소리로 치부됐다. 하지만 막상 시행되자 이 방식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매춘 행위 적발 건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매춘을 하는 여성의 수도 급감했다. 매춘부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거나 인터넷으로 매춘이 옮겨갔을 뿐이라는 반론도 있긴 하지만 최근 들어 여러 나라가 스웨덴의 정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루니의 조국인 영국도 그중 한 나라다.

    루니의 사례는 성 문제가 점점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루니의 상대인 제니 톰슨은 21세의 중산층 여성이라고 한다. 즉 가난과 같은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성매매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마약과 섹스 때문에 그 일에 뛰어든 듯하다고 한다.

    루니의 섹스 스캔들이 폭로된 직후 일부 언론은 루니의 축구 선수 생명이 끝장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감독은 사생활은 사생활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유명인은 유명세에 걸맞은 윤리 의식과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요구는 무시당했다. 그렇다면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 등에게서 계속 터져 나오는 섹스 스캔들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 점점 더 느슨해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항공기 승무원과 외도를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뉴스는 친절하게도 부인인 안젤리나 졸리가 성관계에 점점 무심해지고 있다는 해설을 달아놓았다. 그러니 외도를 해도 좋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외도의 원인을 분석한 것일까? 독자는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 세계는 부부 관계에 대해선 좀 더 엄격한 윤리 기준을 적용하는 경향이다.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의 성관계는 성폭력이라는 견해가 우세해지고 있다. 성 매매에는 관용을 보이면서 합법적인 성 관계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모순 상태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누군가의 섹스 스캔들에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단순하지만 중요한 이유는, 폭로당한 주인공은 미칠 지경이지만 그런 뉴스를 읽는 사람은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되레 호기심이 충족되는 쾌감이나 즐거움을 느끼기까지 한다. 더욱이 이러한 스캔들은 개인과 개인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해주는 수단으로 유용하다. “그 나쁜” “그 대단한”이라고 하면서 유명한 추문을 화제에 올리는 순간 대화 자리에선 도덕적 비난, 놀라움, 부러움, 감탄 같은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어색함이 확 줄어든다. 또한 남이 모르는 새로운 추문을 전하는 사람은 인기를 끈다. 그 소식을 호들갑스럽게 실감나게 이야기하는 재주까지 있다면 인기는 더욱 치솟는다.

    평생 자신과 연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먼 나라 유명 인사의 추문에 관심을 갖는 경향은 인류 사회 전체의 보편적 양상이다. 루니의 성 추문은 전세계의 관심대상이 된다. 이처럼 남의 추문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진화론적 적응 형질 때문이다. 이러한 형질은 인류의 생존과 번식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다.

    일부 연구자들은 원시 수렵채집 사회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본다. 연구에 따르면 이 사회에서 사람들은 소규모로 무리를 지어 다녔다. 그들은 구성원끼리 서로 협력하면서도 경쟁하는 관계였다. 남이 어디에서 무엇을 채집했는지, 어디에서 좋은 사냥감을 발견했는지와 같은 정보에 늘 관심을 갖는 사람, 그런 정보를 많이 알고 있고 남에게 슬쩍슬쩍 흘리는 사람은 생존에 유리했다. 그리고 지위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에 이런 사람에 대한 정보는 더 가치가 높았다. 반대로 남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무심한 사람은 일찌감치 도태됐다.

    경쟁자나 방해가 되는 자의 추문은 유용한 정보였다. 이런 추문을 서로에게 수군거리는 행동은 경쟁자의 진면목을 널리 알려 제거하는 쪽으로 사용됐다. 이런 관점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자의 추문은 더 널리 알려지고 집단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 우월한 자의 전횡을 억누르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집단 구성원 대다수의 공분을 사는 일이라면 권력 관계의 변화를 가져온다. 추문을 일으키는 자가 지배하는 위치에 오래 버티고 있으면 집단 전체가 위태로워진다.

    추문 퍼뜨리기가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고 해도 적어도 열등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들에게 심리적인 위안은 주었다. 우월한 자를 뒤에서 험담하면서 맛보는 쾌감은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데 한몫을 한다.

    세계는 압축됐지만 뇌는 그대로

    추문을 퍼뜨리고 추문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집단의 유지와 진화에 유리하기 때문에 유전형질로 체득된 것이라는 점이 이해될 수 있다. 추문 퍼뜨리기의 사회적, 심리적 기능은 주로 자기 집단 내부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지배자, 협력자, 경쟁자, 가족, 친척, 지배자의 추문은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원시인은 자신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른 부족과 관련된 추문에 대해선 그리 호기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에까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무슨 이유일까?

    연구자들은 원시 수렵채집 사회와 현대 사회의 규모가 달라졌음을 지적한다. 현대는 전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소식이 전달되는 속도도 엄청 빠르다. 영국의 장관, 미국의 상원의원, 홍콩의 연예인, 프랑스의 대통령 영부인의 추문은 터지자마자 곧바로 전달된다. 이렇게 시간적 공간적 압축이 이루어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수십만 년 동안 인류사회는 수렵채집인 사회였다. 농경이 시작되고 문명이 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1만 년 전이었고, 서양인의 세계 정복을 거쳐 세계가 하나로 이어진 것은 1세기밖에 안 되었다. 통신 기술에 힘입어 인간이 마우스 한 번 눌러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소식과 접촉할 수 있게 된 것은 1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20여 년 전만 해도 미국이나 영국에서 일어난 성 추문은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일이었다.

    인간의 뇌는 이런 급격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즉, 인간의 뇌가 처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정보의 양은 그대로인데 현대에 들어 인간에게로 전달되는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렇게 되자 인간의 뇌는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정보와 먼 외국에서 발생한 정보에 차등을 두지 않고 극소수의 정보만 처리하는 것이다.

    루니의 추문은 한국인 삶에도 영향 줘

    우리는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국내 지도자와 관련된 정보의 가치와 영국 축구 선수와 관련된 정보의 가치를 별로 구분하지 않게 된 것이다. 개체의 생존 차원에서는 분명히 전자에 더 주목해야 함에도 말이다. 향후 세계는 시공간적으로 더욱 좁혀질 것이다. 이에 따라 정보 가치의 모호성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일부 연구자의 입장에 따르면 한국인은 루니의 섹스 스캔들이 자신의 삶에도 영향을 준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기 때문에 그 스캔들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한국인은 한국 내에서 같은 한국인만 만나면서 계속 살게 되는 한국인이 아니라 여러 나라 사람들과 접촉하는 국제화된 한국인이다. 영국인, 미국인, 중국인, 일본인, 터키인, 인도인도 만나야 하는 이러한 한국인에게 루니의 섹스 스캔들은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해주는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정보가 된다. 한국인이 영국인, 터키인과 자리를 함께했을 때 루니의 섹스 스캔들만큼 대화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해줄 화제는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일부 연구자의 관점에서는 세계적인 유명인사는 자기 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에게 역할 모델이 되기 때문에 한국인도 그 유명인사의 행동이나 스캔들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상당수 한국인은 존경하는 인물을 꼽으라고 할 때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대신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를 꼽는다. 타이거 우즈나 웨인 루니의 플레이에 매료된 한국인에게 이들의 섹스 스캔들은 일상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로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루니는 타이거 우즈에 비해 섹스 스캔들로 인한 충격이 훨씬 덜한 모양이다. 우즈는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반면 루니는 섹스 스캔들로 시끌한 와중에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선수로 출전해 골까지 넣었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개인의 성격 덕분일 수도, 우즈의 전례가 있어 세계 여론이 무뎌진 덕을 본 것일 수도, 영국 사회가 미국 사회보다 도덕적인 문제에 훨씬 더 관대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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