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규제의 상징이 됐던 대불산업공단의 전봇대.
“민원을 제기한 후부터 실무 공무원들은 우리 회사 다른 신제품에 대한 품목 허가 신청을 최대한 지연했습니다. 심지어 제출한 서류의 문장 하나를 트집 잡아 이런저런 추가 정정까지 요구하는 통에 초조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김 사장은 “경쟁업체들은 속속 시장을 죄어오는데 행정관서의 비협조로 진도가 안 나가 속을 끓였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개발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밤을 새운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보복
서울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한 기업인 B씨도 비숫한 일을 당했다. 그는 “공무원 심기를 한번 건드렸다가 그렇게 크게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운을 뗐다. 이야기는 2006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업계의 조찬포럼에 참석했다. 그 자리엔 국회의원은 물론 해당업계 관련 부처의 국장급 공무원도 있었다. 부처 공무원의 발표를 듣고 난 그는 토론 시간에 다음과 같이 이의를 제기했다.
“○○○께서 하신 발표는 근거가 부족하다. 그렇게 되면 허위나 다름없어진다.”
그 한마디가 문제가 됐다. 이후 해당 부처에서 치밀한 보복이 들어왔다. 포럼 이후 한 달여 뒤 그 부처는 산하 연구원에 용역을 줘 해당 업체가 만든 제품이 시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취지의 연구를 시행하도록 했다. 그 부처는 이듬해 초 이를 놓고 공청회까지 열었고 그 결과를 토대로 부처는 해당 제품의 적합요건에 대한 법까지 만들어 이 회사 제품이 팔릴 수 없도록 했다.
그는 지난해 초 해당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청구 소송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지만 지난달 말 각하 처리되고 말았다. 이후 3년간 제품을 단 한 개도 생산하지 못했고 그의 회사에 납품하는 다른 하도급업체들은 줄줄이 부도를 냈다. 그는 현재 해당 부처에 100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놓고 있다. B씨는 “중앙 부처 공무원들이 너무 권위적이다. 옛날 고을 원님이나 사또도 그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