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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숙제까지 해주는 수행비서, 레슨비·의상비 요구 땐 거부 못해

말 많고 탈 많은 예체능계 도제교육 실태

  • 김수영| 자유기고가 futhark@hanmail.net

자녀 숙제까지 해주는 수행비서, 레슨비·의상비 요구 땐 거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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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도리도 해야 한다. 스승의 날, 설과 추석 같은 명절, 크리스마스, 교수의 생일이나 공연을 챙기는 건 기본이다. 스승의 날에는 거의 대부분 회비를 걷는다. 단체선물만 해서는 결코 애제자가 될 수 없다.

클래스메이트라고 해서 다 같은 학생이 아니다. 교수의 총애를 받는 학생이 과대표가 된다. 조교는 교수의 측근이다. 일거수일투족이 관찰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 다니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렵습니다. 1학년 때부터 학점을 바닥에 깔 각오 아니라면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거죠.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면 대학원 TO(일정한 규정에 의해 정한 인원)가 있으니까 어떻게 하든 교수님의 예쁨을 받아야죠. 전공 자체가 특수하다 보니 강단에 서지 않으면 서울대나 연세대, 이화여대를 나와도 학원 선생말고는 할 게 없어요. 살길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스펙을 쌓아야 하고, 그 과정에 교수님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거죠. 대학원에 가지 않더라도 찍히면 성적이 어떻게 되겠어요?”(이화여대 음대 졸업생 A씨)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소 불합리한 일을 당하더라도 학생들은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김인혜 전 교수 딸의 대학 입학 때도 수군거림은 있었으나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교수로 있는 서울대 성악과에 지원했고, 입학 전 학교의 특정 장소를 이용했다는 구설에 올랐으나 수석으로 입학했다.

악용되는 학생 경력관리



예체능 전공자는 대학에 다니는 동안 일반 학생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경력관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각종 전시나 공연은 학생의 경력관리라기보다 교수의 경력관리가 되기 일쑤다. 때로는 교수의 사욕을 채우는 데 악용된다.

무용과 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50만원짜리 분장박스를 마련한다. 교내 공연이라 할지라도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마다 의상비와 안무비, 감사비 명목으로 돈이 든다. 작게는 몇십만원에서 많게는 몇백만원까지 교수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모두 현금으로 내기 때문에 교수는 세금 추적도 당하지 않는다. ‘졸업할 때까지 무대 경험을 몇 번 했느냐’가 학생의 역량이다. 더구나 무용단 시험을 보거나 콩쿠르에 나갈 때는 당연히 교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교수님이 무용단 시험을 치라고 하면 당장 전통, 창작, 타악(장고와 북) 레슨을 받고 각각 안무를 받아야 합니다. 레슨비는 교수님마다 다르고, 안무비도 보통 과정마다 300만~500만원이 들어가죠. 콩쿠르에 나가려고 해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학생은 4년 동안 몇천만원이 들어갈 수도 있지만, 어떤 학생은 몇억원이 들어갈 수도 있죠. 도전하는 만큼 들어가니까요.”(안무가 B씨)

이때 안무비와 레슨비뿐 아니라 무용복 비용 중 일부도 교수 손으로 들어간다. 무용의 경우 비슷한 체격, 같은 실력 조건이면 무용복이 예쁜 사람이 더 눈에 띄기 마련이다. 그렇다 보니 콩쿠르에서 실력경쟁 못지않게 번외로 무용복 경쟁이 벌어진다. 대회용 무용복은 학교를 불문하고 창작무용은 100만원, 발레 200만원, 고전무용의 경우 100만~2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교수가 추천하는 특별한 무용복은 장르를 불문하고 300만~500만원이다.

인간문화재가 이수자 시험을 보는 제자에게 직접 만들어준다는 무용복은 무려 800만~10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교수가 소개해주는 권위자에게 레슨을 받는데, 그 권위자는 교수의 스승일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들이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의상학과의 경우에는 교수로부터 “해외전시에 참관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졸업과 동시에 학교와 인연을 끊을 게 아니라면, 거절하기 힘들다. 패션위크 등의 행사에서 액세서리 박람회나 의상박람회가 있을 경우, 교수가 부스를 빌리고 거기에다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제자들의 작품도 몇 점 곁들인다. 이때 항공권 구입과 숙박에 필요한 비용은 제자가 지불한다. 전시회에 나가지 않는 학생들은 전시에 필요한 브로슈어 등 각종 인쇄물 비용을 댄다.

“교수님은 ‘부스비 안 내고 너희들 작품이 걸리는 것’이라고 하시지만, 전시에 가도 별거 없습니다. 해외 전시일 경우 홍콩이나 일본은 200만~300만원이지만, 유럽은 1주일 동안 체류하는 데 800만원 정도를 냈습니다. 몇 명 이상이면 항공권이 할인된다며 조교까지 동원해서 참여를 독려하세요.”(서울의 한 대학 의상학과 졸업생 H씨)

해외 행사가 있을 때 음악·무용·의상학과 학생 모두 항공료와 숙박비를 자신이 부담한다. 초청하는 단체나 대학에서 일정 비율의 지원금을 받거나 심지어 국내 문예진흥기금 등 각종 창작기금을 지원받더라도 그 내역에 대해서 제자들은 일절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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