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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야, 놀자! ⑤

가상의 세계에서 실력과 흥미 ‘나이스 샷’

겨울 라운드의 해방구 스크린골프

  • 정연진 │골프라이터 jyj1756@hanmail.net

가상의 세계에서 실력과 흥미 ‘나이스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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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린골프 전성시대라고 해도 허언이 아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 한 건물 건너 하나씩 스크린골프장이 성업 중이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문화코드이자 생활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귀족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스크린골프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한발 나아가 훌륭한 연습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흥미로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가상의 세계에서 실력과 흥미 ‘나이스 샷’
KPGA 1부 투어에서 활약하는 김모 프로. 그는 여러 개의 우승컵을 갖고 있는 베테랑이다. 가끔 골프 전문 방송에 출연해 빼어난 해설과 레슨 실력을 뽐낸다. 이런 김 프로가 몇 년 전 우연치 않게 스크린골프에 입문했다. 가상 라운드를 마친 그의 첫 반응은 “매우 흥미롭다”였다. 그 다음 대중화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 골프장에서의 짜릿함을 느낄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김 프로의 예상은 빗나갔다. 스크린골프는 불과 몇 년 사이에 무시하지 못할 문화이자 산업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런 사례를 꼽을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금융권이 스폰서로 명함을 내미는가 하면, 아파트 단지 내 부녀회가 주최하는 대회도 생겨났다. 스크린골프 붐 조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업체는 뜨거운 관심 속에 지난 5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찬성론자와 비교우위론자의 공허한 논쟁

스크린골프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초점은 실제 라운드에 얼마나 가깝게 다가가느냐에 맞춰져 있다. 여기에 스크린골프만의 흥미로운 요소를 끊임없이 추가하고 있다. 하지만 골프장에서의 라운드와 분명 차이가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서는 이 대목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굳이 구분하자면 스크린골프 찬성론자와 라운드 비교우위론자라 하겠다.

경기도 수원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용정(46)씨는 열렬한 찬성론자다. 김씨는 일주일에 2~3회 스크린골프를 즐긴다. 무더운 한여름이나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는 횟수가 조금 더 늘어난다. 동반자는 대부분 직장 동료나 친구들이다. 실제 라운드는 가물에 콩 나듯이 나간다. 김씨가 찬성론자를 넘어 예찬론자가 된 이유는 너무나 명료하다.



“직장 동료를 따라 가본 이후 푹 빠졌다. 이전에 라운드를 몇 번 경험했지만,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샐러리맨인 내 입장에선 비용이나 시간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 스크린골프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 시간에 크게 얽매일 필요가 없다. 비용도 주머니 사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흥청망청 술을 먹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내게 스크린골프는 최고의 취미다.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너무 재미있어 갈 때마다 살짝 흥분된다.”

반면 중견건설사 간부인 박모(44)씨는 대표적인 비교우위론자다. 부서 특성상 골프장에 자주 가는 박씨는 핸디캡 13의 준수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는 주위의 성화에 못 이겨 스크린골프를 해봤지만, 좀처럼 흥미를 가질 수 없었다. 박씨가 보기에 스크린골프는 꼭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연을 품을 수 있다는 게 실제 라운드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는 그만큼 값어치가 있기 때문이다. 몇 평 안 되는 곳에서 하는 스크린골프는 너무 답답하다. 담배 피우는 사람까지 있으면, 차라리 고문에 가깝다. 골프 실력에도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 같다. 스크린골프 기술이 발달해도 분명 한계가 있다. 놀이나 취미 정도로 접근하는 게 적당할 것 같다.”

암기과목과 논술과목의 시너지 효과

스크린골프 찬성론자와 라운드 비교우위론자 사이에는 중간론자가 있다. 회색분자와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서로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버리자는 의견이다. 스크린골프의 장점이 라운드의 단점이 될 수 있고, 반대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역삼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강정근(51)씨는 스스로를 어디에도 속하고 싶지 않은 골프 마니아라고 부른다.

“골프장에서의 라운드가 일찍 끝나면 스크린골프로 2차를 갈 때가 있다. 근육을 풀거나 오전 라운드를 복기하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오후에 티업 시간이 잡히면 오전에 스크린골프를 통해 몸을 풀어준다. 두 경우 다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이 논쟁은 한식이 맛있느냐, 아니면 중식이 맛있느냐는 질문과 비슷한 것 같다. 상황이나 느낌에 따라 음식의 맛은 달리 느껴진다. 스크린골프와 실제 라운드를 잘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스크린골프를 암기과목에 비유할 수 있다면, 실제 라운드는 논술과목에 해당한다. 스크린골프는 대부분의 정보가 화면상에 제공된다. 어떻게 공략해야 하고 몇 번 아이언으로 샷을 해야 할지 모두 가르쳐준다. 그린에서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는 것처럼 라이를 보여줘 굳이 캐디가 필요 없다. 한마디로 족집게 강의를 해주는 셈이다.

논술과목인 라운드는 골퍼 스스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티샷을 할 때 드라이버와 3번 우드 중 어떤 것을 잡는 게 좋은지, 골퍼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똑같은 거리를 남겨두었다 하더라도 바람의 세기나 라이 상태에 따라 아이언 선택이 달라진다.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웨지를 사용하는 골퍼가 있는가 하면, 피칭을 잡는 골퍼가 있다. 캐디나 동반자라는 조언자가 있지만, 최종 선택은 온전히 골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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