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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남 대화 몰래 듣는 게 도청 아닙니까? 내 편 아니면 敵으로 보는 노조가 MBC 망쳐”

MBC 기획홍보본부장 이진숙 6시간 격정 토로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전화로 남 대화 몰래 듣는 게 도청 아닙니까? 내 편 아니면 敵으로 보는 노조가 MBC 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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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두절미했다 이런 뜻인가?

“그렇다. 그 부분만 따 올려서 MBC가 박근혜에게 돈 주기 위해 그런 것처럼. 아주 이상하게 읽히게끔.”

이 본부장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CBS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이날 저녁 CBS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했던 이 본부장은 당초 계획에 없던 노조 인사가 같이 출연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경민(민주통합당 국회의원), 양문석(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이용마(MBC 노조 홍보국장) 씨가 CBS에 몇 번 출연했는지, CBS가 그간 어떻게 보도했는지 봐라. (MBC) 노조 건은 그때그때 보도하고, 그건 균형 잡힌 보도가 아니다. 그 사람들이 단독으로 출연할 때는 균형을 맞췄나. CBS가 (MBC) 노조 중계방송인가? 원래 노조 측 출연은 계획에 없지 않았나? 오늘 (노조가) 기자회견했다고 출연시키면 되나? 그쪽만 출연시켜라. 난 나갈 수 없다.”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흥분을 가라앉힌 이 본부장은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에 관한 얘기를 이어나갔다.



“부산일보 지분은 거의 확정적으로 매각하려고 한 것으로 안다. 부산일보는 로컬 언론이다. 부산, 경남지역 독자를 위한 지역기업이니까 최 이사장은 이 지분을 팔아서 PK 지역 대학생 반값 등록금 재원으로 쓸 생각이었다. MBC 지분 매각은 김재철 사장과 최 이사장이 이전에 만나 대화하다가 자연스럽게 논의하며 공감한 거다. 사전에 두 분의 합의가 있었다. 왜냐면 정수장학회는 MBC 지분을 30%만 가진 소주주니까 MBC 경영과 관련한 의사 결정 절차에 참여하지 못한다. 또 정수장학회 주식을 시장가격으로 환산하면 5000억~6000억 원가량 된다. 이 돈을 은행에 넣어두면 연간 이자가 200억~300억원이다. 그런데 MBC로부터 1년에 받는 돈은 20억 원 정도다. 작년에는 MBC 매출이 워낙 좋아서 (정수장학회가) 기부금을 27억 원가량 받아갔다. 노조에서는 박 후보와 관련한 사업을 도와주기 위해 MBC가 정수장학회에 기부금 낸다고 공격하지만 정수장학회 처지에서 보면 매각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다. 더구나 최필립 이사장은 김재철 사장을 경영인으로서 신뢰한다. 2011년 노조 파업을 이겨내고 시청률 1위로 끌어올리고 경영 실적 면에서도 최고의 영업이익을 내서다.”

“나는 소설 쓰지 않는다”

이 본부장은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이면서 구체적으로 해명했다. 때로는 손을 가로젖고 때로는 서류를 들었다 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소설 쓰고 싶지 않으니까”라고 말했다.

“MBC는 전국 방송이니까 지분 팔아서 전국 대학생 반값 등록금에 쓰자가 이렇게 된 거다. MBC 지분 매각 대금으로 전국이 아닌 PK 지역 대학생에게만 반값등록금 혜택을 주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한겨레가 보도한 기사에) 대학생 등록금 얘기가 4회 나오는데, PK를 언급한 건 딱 한 번이다. 부산일보 매각 대금도 반값 등록금 재원으로 쓰면 PK지역은 중복 혜택을 받게 되니까 그 돈은 난치병 환자나 독거노인을 돕든지 다른 데 쓰자, 이렇게 방향을 정한 거다. 그건 우리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정수장학회의 몫이다.”

▼ MBC 지배구조 개선안은 계속 추진되나? 예, 아니오로 답해달라

“내가 답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MBC는 이르게는 2002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껏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끊임없이 논의해왔고 역대 어느 사장도 성공하지 못했다.”

▼ 대선 끝나면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봐야 하나?

“왜 질문하는지는 알겠지만 내가 예스(Yes), 노(No)로 답할 문제는 아니다.”

11월 8일 양문석 방통위원은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의 김재철 사장 해임안 부결 개입 의혹을 폭로했다. 이날 방문진 임시이사회에서 김 사장의 해임안이 부결된 직후다. 관련 당사자들이 이를 부인하자 양 위원은 11월 11일 언론에 “(여당 측) 김충일 방문진 이사가 두 사람에게서 김 사장을 지키라는 전화를 받았다. 물증도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 김 사장 해임안 부결에 여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가 보고 듣고 아는 내용만 얘기하자면 김충일 (방문진) 이사 본인이 압력은 없었다고 부인했는데, 노조가 그렇게 주장한다. 지금 나오는 주장은 대단히 무책임한 판단이라고 본다. (해임안 부결은) 이사들의 각자 판단에 따른 것 아닌가. 노조는 사장 해임 안 시키면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그런 압박이 어디 있나. 여권에서 그런 게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으나 자기들이 공개적으로 한 압박, 압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노조를 보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이 본부장에게 전화가 잇따라 걸려왔다. MBC 사태와 관련한 대화였다. 이 본부장은 인터뷰를 중단하고 또 통화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회사가 쪼개져 있는데…” “안 나갈 게요” “노조에서 소설 쓰고 있는데…” 등의 얘기가 그의 입에서 나왔다. 인터뷰 제의가 끊이지 않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다. MBC 대변인이 아닌가.

노조는 김 사장이 취임한 후 무용가 J씨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등 20억 원 이상의 특혜를 줬다고 주장한다. 5월 MBC 노조 총파업특보를 통해 김 사장이 법인카드를, J씨가 최근까지 거주한 아파트 반경 3km 지역에서 2년간 162차례, 2500만 원가량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 김 사장은 J씨와 어떤 관계인가?

“몇 년 동안 안 사이다. 취재로 안 사이다. 업무와 관련한 두 분 관계를 얘기하자면 김 사장은 도쿄 특파원 할 때 J씨를 알았다. J씨는 최승희 춤 전수자이기도 하고, MBC 프로그램에도 출연했고, 개인공연도 하는 전통 무용가다. 두 분이 아는 관계라는 얘기는 노조가 (두 사람에 관한 의혹을) 폭로하자마자 했다. 잘 모르는 관계라고 얘기한 적 없다.”

▼ 김 사장이 사적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던데?

“그런 의혹이 끝도 없이 나오니까 방문진이 MBC에서 자체 감사를 실시해 보고하라고 했다. 관리감독 기구로서 지시한 거다. 감사 결과, 김재철 사장이 자기 명의 법인카드 두 개로 2년간 7억 원을 썼더라. 그중 5억 원은 비서실에서 공식 집행한 것이다. 워크숍 같은 공식 행사 끝나고 갖는 회식비 등 순전히 공적 경영비용으로 나갔다. 나머지 2억 원은 1년에 1억씩 쓴 거다. 일반사원이 1년에 법인카드로 1억 원을 쓰면 지나치다 할 만하지만 경영자가 그 정도 쓰는 건 지나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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