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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특집 | ‘이 후보 이래서 대통령 절대 안 된다’ ①

‘박정희 딸’ 못 벗어난 역사인식의 不在

박근혜 不可論

  • 박동천│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정희 딸’ 못 벗어난 역사인식의 不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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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딸’ 못 벗어난 역사인식의 不在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0월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33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분향하고 있다.

박근혜의 정치의식에서는 민주정치와 전제(專制)정치가 분간되지 않는다.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억압을 정당화했던 박정희 모델이 그의 마음속에 하나의 모범답안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16세기 엘리자베스 튜더 여왕과 박근혜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비견하면서 ‘공주’와 ‘여왕’이라는 단어를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들먹이는 추종자들의 행태, 그리고 그러한 행태를 비판하고 교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영광인 줄 알고 받아들이는 박근혜 본인의 태도만 봐도, 권력의 공공성에 대한 무지가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이는 그가 자주 동원하는 ‘국민의 뜻’이라는 수사를 통해 표출된다. 박정희가 ‘국민의 뜻’을 말할 때, 그 의미는 결국 자신이 해석한 ‘국민의 뜻’에 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국민 가운데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뜻은 ‘국민의 뜻’이 아니라 ‘일부 몰지각한 자들의 뜻’에 불과했다. 독재자가 ‘국민의 뜻’이라는 수사를 이렇게 제멋대로 왜곡한 경우는 레닌이나 히틀러, 그리고 김일성을 비롯해 드물지 않다.

공적 권력을 사유화하는 자들은 이와 같은 일방적인 수사를 대체로 애용한다. 박지만에 관련된 의혹을 “동생이 아니라고 하니 그것으로 끝”이라 일축하고, 정수장학회 관련 의혹을 “이미 정리된 사안이므로 끝”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태도가 바로 이러한 수사의 연장에 해당한다. ‘국민의 뜻’을 열심히 선전하지만, 정작 국민 가운데 누구의 뜻이냐는 질문에는 권력에 의한 억압으로 대응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박근혜의 치명적인 결함은 디테일에 관한 이해력의 결핍이다. 역사의식이 퇴행적이라든지, 박정희 가문의 사적인 한풀이를 정치공동체의 미래보다 우선으로 여기는 결함은 대통령의 임기가 5년으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덜 치명적일 수 있다. 어쨌든 5년 동안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넘어갈 수만 있다면, 공동체에 대한 해악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쟁점 사안의 세세한 진상 및 그 사안이 다른 사안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면, 대통령이 되어 공동체의 현안을 해결하기는커녕 5년 내내 막대한 문제를 자초할 수밖에 없다.

진상 파악이 안 된다



박근혜가 디테일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증거는 무척 많은데, 두 가지만 예로 든다. 최근 경제민주화라는 구호를 둘러싸고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벌이는 갈등이 하나의 좋은 예다. 순환출자를 기존이든 신규든 상관없이 제한해야 한다는 김종인의 주장을 박근혜는 “수조 원의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묵살했다. 그런데 기존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는 데 왜 수조 원의 예산이 들어갈까? 이런 식의 어법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무상급식 정책에 반대하면서 3조 원이 들어간다고 선전했던 말투보다도 근거 없는 매터도(matador)에 불과하다.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된 소모적인 말다툼도 마찬가지다. 노무현이 김정일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국회 다수를 차지한 새누리당이 요구해서 대화록을 열람하면 금방 밝혀질 일이다. 하지만 회담장에서 무슨 말이 오갔든지, 서해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한다는 얘기는 곧 노무현이 NLL을 수호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김정일로 하여금 NLL을 인정하게끔 유도했다는 뜻이 된다. NLL을 중심으로 남측과 북측이 같은 면적의 바다를 공동어로구역으로 내놓자는 합의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NLL 포기”라 하는 것은 마치 비무장지대 설정을 “휴전선 포기”라 하는 것과 같다.

박근혜가 이런 사정들을 알면서도 순전히 선거 전략으로 왜곡하는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 스스로 사안의 진상을 조사해서 파악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주변에서 왜곡된 정보를 전할 때 잘못된 견해인 줄 모르고 받아들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것은 대통령으로서 참으로 결정적인 결함이고, 아버지 박정희를 아무리 모방하려 해도 모방할 수 없는 지점이다.

우선, 사안의 진상을 스스로 확인할 능력이 없는 지도자는 귀가 얇아서 참모와 관료들에게 휘둘리는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앞에 언급한 권력의 사유화 문제가 여기에 직접 결부된다. 권력이란 대통령이라는 직위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의 관료들과 국회의원들과 검찰의 직위에서도 나온다. 이들 모두가 권력을 사유화해서 이권과 결탁할 유혹을 끊임없이 받는다. 대통령이 사안의 진상을 파악할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면, 이들의 권력 남용을 제어할 길이 사실상 전무하다.

새누리당과 보수 기득권에 대해 현재 박근혜가 누리는 듯한 리더십은 전적으로 선거판에서 표를 얻을 수 있는 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선거에서 박근혜의 효용은 끝난다. 차기 대통령에 나설 수도 없거니와, 이후에 전개될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선거에서도 박근혜 간판으로 보수 세력이 득표를 호소할 염치는 더 이상 없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실정(失政)을 저질러 민심 이반이 발생한다면, 당장 새누리당에서부터 격심한 내분이 일어날 것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지도자가 세부사항에 주목해서 사안의 진상을 파악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외교무대 국익 손상

이와 같은 정권이 지탱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여론 조작뿐이다. 이는 다시 말해, 언론계의 권력에도 박근혜가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통한다. 보수 언론계의 배후에는 자본의 권력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박근혜가 집권하는 날 언론계와 재벌의 사익은 그야말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게 될 것이다.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어떻든 몇 가지 쟁점에 관해 진실과 이치에 입각한 조정이 반드시 요구되는데, 세목을 파악할 능력이 없는 박근혜에게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나아가 정상 차원의 외교에서도 국익의 손상을 심각하게 초래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는 사회적 쟁점과 관련해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를 되뇔 뿐, 그 이상을 파고드는 질문에 답변할 능력이 없다. 국내 정치에서는 우호적인 언론 환경 덕택으로 답변이 막혔을 때 논의를 접어버릴 수가 있지만, 국제적인 무대에서는 이와 같은 전술이 통할 리가 없다.

‘박정희 딸’ 못 벗어난 역사인식의 不在
박동천

1958년 전남 목포 출생

국민대 정치학과 졸업, 미국 일리노이대 정치학 박사

현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프레시안에‘박동천 칼럼’연재

저서 ‘곽노현 버리기’ ‘플라톤 정치철학의 해체’ ‘깨어 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등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에서 주요 국가의 반열에 들어 있는 만큼, 미국과 유럽과 일본과 중국 등 최고 수준의 지성과 수사학과 노회함으로 무장한 각국의 지도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이런 무대에서는 임기응변의 화술이 필요하지만, 박근혜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스스로 핵심을 꿰뚫어 파악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처음 듣는 얘기가 나오는 순간 말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나라다. 두 마리 토끼를 빨리 잡은 만큼, 이제부터는 과거와 같은 급성장은 불가능하다. 이제는 사회적 자원을 공평하게 분배함으로써, 내수시장을 육성하는 동시에 5000만 국민 개개인의 잠재력을 키워나갈 새로운 사회질서를 창출해야 할 때다. 박근혜는 이와 같은 과업에 가장 부적합한 후보다.

신동아 201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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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천│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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