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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승패 가를 격전지 PK 민심 르포

“새누리당이고 박근혜고 다 치아뿐다카이”
“문재인 안철수 저그들이 언제부터 부산 챙노?”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정재락 기자│raks@donga.com

대선 승패 가를 격전지 PK 민심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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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PK 홀대론’을 얘기하는 시민이 많았다. 연산동 KNN 방송국 앞에서 만난 김철용씨(52)의 말이다.

“부산 사람들이 왜 (PK 연고의 프로야구 구단인) 롯데자이언츠에 열광하느냐? 실업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김해공항이 포화상태가 돼 가덕도 신공항 지으려고 노력했는데 갑자기 경남 밀양이 유치전에 뛰어들어 물 건너갔죠. 부산저축은행사태 때는 힘 있는 놈들은 (영업정지 전날에) 미리 돈 빼가고 서민만 죽어났죠. 부산은 수산업으로 간신히 먹고사는데 해양수산부 없앴죠. 젊은 사람들은 전부 서울이나 울산으로 갑니다. 이런 데도 또 뽑아달라니까 시민은 머리 아프죠. 20년 넘게 새누리당을 지지한 결과죠.”

그의 말은 맞다. 부산은 5년 연속 전국 최하위 고용률(55.9%,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을 보이는 곳이다. 실업률 3.7%(2011년 8월), 젊은 층의 인구유출(2분기 6919명)은 전국 최고다.

기자가 이곳에서 만난 시민 24명은 대체로 국정능력과 인물 됨됨이, 지도력 측면에선 박 후보를, 정권교체 필요성과 인간적인 측면에선 문 후보를, 신선함과 국민과의 소통 측면에선 안 후보를 높이 평가했다. 박 후보 지지자는 7명, 문 후보와 안 후보 지지자는 각각 4명이었다. 7명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새누리당 지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은 부산의 상업·금융 중심지인 서면 일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면시장 옆 서면로 68번길은 부산의 특미인 돼지국밥 전문점이 몰려 있는 곳. 5500원짜리 돼지국밥 한 그릇에 반주를 곁들이는 일용직 근로자부터 돼지 수육으로 부서 회식을 하는 넥타이부대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女대통령 자체가 정치쇄신”

이곳에서 만난 시민도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지만 이를 곧 ‘지지 철회’로 단정할 수는 없을 듯했다. ‘자식이 밉다고 호적에서 팔 수 있나’ 하는 지역 정서도 여전했다. 정치쇄신을 할 때까지 ‘지지를 유보한다’는 정서도 엿보였다. 박 후보 지지자인 배병영 씨(71)의 말이다.

“지금은 부산 민심이 나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투표장에 갈 때는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을 하게 돼 있다. 문·안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얼마나 표로 연결될지는 의문이다. 부산의 주류 정서는 새누리당 지지다. ‘노풍(盧風·노무현 바람)’ ‘문풍(文風·문재인 바람)’이 부산을 대표하는 정서도 아니다. 만약 야권 단일 후보가 박 후보를 바짝 추격해오면 자칫 정통 보수층의 표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 선거 결과가 기대된다.”

PK지역의 나쁜 경제사정은 전통적인 새누리당 지지층의 이탈을 가속화했지만, 박 후보 입장에선 반드시 악재만은 아닌 듯했다. 40대 후반의 김정숙 씨는 “산업화를 이룬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기질을 물려받은 박 후보는 포퓰리즘이나 부정부패에 빠지지 않고 부산 경제, 나라 경제를 다시 살릴 거 같다”며 “경제는 나쁜데 복지만 얘기하는 후보와는 다르지 않으냐”고 말했다.

한 유명 돼지국밥집에서 회식을 하는 A사 직원들의 대화 속에는 복잡한 부산 민심이 녹아 있었다. 카드회사에 다닌다는 직장 동료 6명은 술이 불콰해진 얼굴로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인하와 포인트 혜택 축소에 대해 얘기했다. 30~50대 남성 4명과 30대, 40대 여직원 각 1명이었다.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자.

기자 : “곧 대선인데, 지지 후보는 결정했나요?”

남자 1(50대) : “아무래도 박근혜가 낫죠. 남자 둘이 쩨쩨하게 단일화해서 여자 한 명 이기려드는 모습이 ‘부산 스타일’은 아니에요. ‘노통(노무현 전 대통령)’이 잘한 점도 있지만 국정운영서는 전반적으로 불안했잖아요? 문 후보는 비서실장이었고요. ‘친노 세력’이 5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으면 또 불안해질 거 같아요.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논란만 봐도 그래요.”

“월급 올려주는 후보 찍는다”

남자 2(50대) : “(손사래를 치며) 그동안 새누리당이 해준 게 뭐 있나. 나는 월급 올려주는 후보 찍으련다.”

남자2(40대) : “민주화운동을 한 우리 세대는 문 후보 지지자가 많아요. ‘노통’을 밀어줬는데 잘 마무리하지 못한 거 같아 아쉽기도 해요. 그래도 의리 있고 솔직한 문 후보를 한 번 더 밀어줄 겁니다.”

여자 1 : “안 후보는 어때요?”

남자 2 : “문 후보는 부산서 변호사 생활했지만 안 후보는 대학 때부터 줄곧 서울에서 활동했잖아. (대선) 후보가 되어서야 고향이 부산인 걸 알았지, 거의 서울사람이라.”

남자 3(40대) : “나는 새누리당도 꼴 보기 싫지만 민주당도 아닌 거 같아요. 이놈 저놈 다 똑같으니 아예 새로운 인물 찍어봐야죠. 안 후보는 스마트해 보이고, 또 정치적으로 빚진 게 없으니까 부패도 없을 거 같고….”

여자 1(30대): “맞아요. 친구들을 만나면 안 후보 얘기를 많이 해요. 참신하고, 뭐랄까 대화가 되는 사람 같아요.”

기자: “문 후보로 단일화되면 문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입니까?”

여자 1: “그건 아니죠. 그때 가서 생각해봐야죠.”

여자 2(40대) : “미국에서도 처음 흑인 대통령 나왔는데 우리도 첫 여자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고 봐요.”

남자 4 : “난 정치는 잘 모르지만 학교 선배를 도우려고요. (경남고) 동문들 얘기를 들어보니 기수별, 지역별 동문회를 통해 돕는 거 같아요. 전통과 위계서열이 엄격한 동문회여서 드러내지는 않지만 자부심을 갖는 동문이 많아요. 선배가 나서니 도와야죠(그는 문 후보의 20년 후배라고 했다).”

남자 1 : “부산에서 대선 후보를 놓고 이렇게 의견이 나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그래도 2004년 총선이나 (부산) 동구청장 선거 결과를 생각해봐. PK에서 박풍(朴風·박근혜 바람)은 견고해.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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