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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방해하려다 경찰에 덜미 잡혔다

김광준 검사 수뢰의혹 檢·警 수사 막전막후

  •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검찰, 수사 방해하려다 경찰에 덜미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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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방해하려다 경찰에 덜미 잡혔다

김수창 특임검사(왼쪽)는 “간호사(경찰)는 의사(검찰) 처방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검사가 특수3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유진그룹의 나눔로또 사업 인수합병(M·A)에 대해 내사했다는 소문에 주목했다. 유진그룹 측이 내사 무마를 부탁하며 돈을 줬을 가능성이 의심됐다. 경찰은 12일 서울중앙지검에 당시 유진그룹 및 계열사 내사·수사 여부에 대한 사실 조회와 자료 제공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은 오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아직 보고를 받은 바 없고 당시 (유진그룹에 대한) 수사나 내사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김 검사가 지난해 유진그룹의 계열사인 유진기업 주식을 사들인 뒤 3∼8개월간 보유하다 되팔아 2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사실을 파악했다. 김 검사가 미공개 공시 정보를 유진 측에서 넘겨받아 높은 수익을 올렸을 개연성이 있는 대목이다. 김 검사는 이와 별개로 2008년에도 후배 검사 2, 3명과 함께 해당 주식을 사들였다가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검사가 2008년 KTF 임원과 마카오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항공료 등 여행비를 KTF 측에서 제공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해당 임원은 경찰 조사에서 사실상 대가성 향응이었다고 시인한 상태다. 조영주 전 KTF 사장은 중계기 업체 대표에게서 납품 청탁과 함께 24억여 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2008년 10월 구속 기소됐고, 모회사인 KT 남중수 전 사장마저 유사한 혐의(배임수재)로 11월에 구속 기소됐다. 이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진행됐다. 경찰은 김 검사가 특수3부장 재직 당시 옆 부서에서 진행 중이던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KTF 측에서 편의를 제공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희팔 측근 강 씨에게 2억4000만 원을 받은 시점은 김 검사가 특수3부장일 때지만 김 검사는 이듬해인 2009년 8월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으로 이동했다. 조희팔 관련 수사를 진행한 곳이 바로 그 곳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검사의 고향이 경북 경주여서 대구지검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있는 데다 강 씨와 학교 동창이어서 주요 관리대상으로 본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은 김광준 검사가 해당지청 차장으로 재직할 당시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부부의 기업인 협박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직 국정원 직원 안모 씨(59)는 1999년 양모 씨가 운영하는 회사 주식 7000만 원어치를 사들인 뒤 양 씨에게 되팔려다 거절당하자 “투자금을 안 돌려주면 약점을 들춰내 망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 협박에 못 이긴 양 씨는 안 씨 부부에게 주식투자액과 위로금 명목으로 8억 원을 돌려줬다.



양 씨는 2009년 안 씨가 국정원에서 퇴직한 직후 이들 부부를 대구지검 서부지청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리했다. 그러자 양 씨는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고 지난해 안 씨 부부에게 실형 2년이 선고됐다. 경찰은 안 씨 부인 김모 씨가 당시 해당 지청 차장이던 김 검사의 차명계좌로 수천만 원을 보낸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 돈이 사건무마 청탁용이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김 씨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올해 4월부터 8개월간 김 검사에 대한 수사를 이 정도까지 진행하면서 검찰에 김 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거나 수사 개시 보고를 하지 않았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에 따르게 돼 있고 관련 대통령령에는 4급 이상 고위 공무원에 대한 수사는 수사 시작과 함께 검찰에 수사 개시 보고를 하도록 돼 있다. 경찰은 “검찰 간부가 연루된 대형 비리 사건이라 검찰이 사건을 빼앗아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며 “검찰도 손쓸 수 없을 만큼 수사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구체화한 뒤 검찰에 보고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비난 여론에 꿈쩍 않는 검찰

8일 김 검사에 대한 경찰의 수사상황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검찰은 경찰의 이 약점을 파고들었다. 경찰이 법규에 규정된 정식 수사 개시 보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수사가 아닌 내사일 뿐이고 따라서 검찰이 별도로 김 검사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검찰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튿날인 9일 대검찰청은 김수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50·사법시험 29회)을 김 검사 사건을 수사할 특임검사로 지명했다. 검찰은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안인 만큼 검찰이 직접 나서 신속하게 의혹을 밝히겠다”는 명분을 내걸며 검사 10명을 투입했다. 이전에 특임이 수사했던 ‘그랜저 검사’나 ‘벤츠 여검사’ 사건 때는 검사가 4, 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검찰이 사안을 매우 중대하게 여기고 있다는 신호였다.

경찰로선 도저히 맞설 수 없는 싸움이었다. 검찰의 허락 없이는 피의자를 구속하거나 압수수색을 할 수 없는 경찰이 대규모 수사 인력과 영장청구권을 가진 특임검사팀을 상대로 싸우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수사 진도는 검찰보다 한참 앞서 있긴 하지만 향후 수사 진행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경찰은 “검찰이 조직 내 비리가 드러나는 걸 사전에 차단하고 검찰 고위 간부가 경찰에서 피의자로 조사받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사건 가로채기를 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용 경찰청장도 “검찰의 부당한 수사개입이며 검찰 수사와 상관없이 경찰은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로써 동일 사건에 대해 2개의 수사기관이 동시에 수사하는 사상 초유의 이중 수사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수사권 갈등을 빚어온 검경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여론이 이번에는 검찰을 비난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김수창 특임검사는 “검찰이 직접 수사하겠다고 하는 건 이번 사건을 더 중요시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지만 현직 부장검사가 연루된 사건이라면 ‘제 식구 감싸기’란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기관이 수사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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