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 지도부에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1급 비서관이 당일, 그것도 문자메시지 하나 덜렁 보내서 만찬에 참석하라고 할 수 있느냐는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지도부에 간담회 일정을 통보한 청와대 참모는 정무수석실 김선동 정무비서관 등이었다. 김 비서관은 초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김 비서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정이 갑자기 잡혀서) 내가 당일 전화를 드렸다. 본인과 통화가 안 되면 보좌진에게 했고, 그다음에 문자를 남겼다”고 해명했다. 김 비서관의 전화를 미처 못 받고, 보좌진에게서도 보고를 못 받은 채 문자메시지만 확인한 경우라면 화를 낼 만한 상황이었다.
당일 소집됐지만 이날 만찬 간담회에는 당에서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단, 이한구 원내대표, 당 소속 상임위원장 등이 거의 전원 참석했다. 유일한 불참자는 국회 국방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이었다. 유 의원은 “임플란트 시술 등으로 요즘 몸이 좋지 않아 불참했다”고 말했다.
사소한 의전 미숙?
유 의원은 4월 11일 열린 박 대통령과 국회 국방위, 외교통일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의 만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외통위원장인 안홍준 의원 역시 불참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과 안 위원장 측은 “지도부 만찬 때 상임위원장들이 나갔기 때문에 상임위별 회동에는 초청 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유 의원은 지도부 만찬에 나오지 않아 초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연락 받은 바 없다”고 했다.
이번 일은 사소한 의전 미숙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초반부터 여당과 청와대가 충돌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과거 정권 초기에는 여당과 청와대 간 사소한 마찰은 있었지만 한동안 밀월 기간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과 조각(組閣), 청와대 인선 과정에서 잔뜩 뿔이 난 여당 일부에서 새 정부 출범 한 달여 만에 청와대를 공격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첫 당·정·청 회의가 열린 3월 30일 상황은 당-청 간 파워게임의 전초전 성격이 짙다. 특히 유승민·한선교·김재원 의원 등이 청와대를 매섭게 질타했다. 박 대통령과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호흡을 맞춰온 ‘원조 친박(親박근혜)’들이 새 정부 들어 국정 컨트롤타워에 앉은 ‘신참’들에게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라”고 혼내는 모양새였다. 압권은 ‘친박계의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유 의원이었다.
“잘할 것 같지 않아요”

4월 5일 법무부·안전행정부 업무보고회의 직전 김동연 총리실 국무조정실장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이정현 정무수석(왼쪽부터)이 담소하고 있다.
유 의원은 또 “여당 의원들에게까지 이렇게 전도하듯이 하는데, 어떻게 국민과의 소통이 잘될 수 있겠느냐. 지금 대통령 지지도가 41%로 추락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오늘 회의는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전략을 찾아내는 회의가 돼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인사 문제부터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했다”며 “결정적으로 유승민 의원이 쓴소리를 하면서 다른 의원들도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을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귀띔했다. 다른 참석자도 “유 의원이 쓴소리 한번 잘했다는 의원이 많았다”고 전했다.
유 의원의 생각을 듣기 위해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1호 인사(대통령직인수위 첫 인사)에 대해 한마디했는데 안 고쳐지는 것을 보고 입을 닫았다”고 했다. 또 “대한민국 보수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 가슴 아프다”고도 했다. 4월 12일 유 의원과 통화를 했다. 그는 “요즘은 언론 인터뷰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 당·정·청 회의에서 유민봉 수석을 거세게 몰아세웠는데요.
“개인적으로 유 수석을 전혀 모릅니다. 그때 처음 봤죠. 선입관 같은 게 있을 수 없는 상황인데 그날 이야기하는 거 보니 너무 한심하고… 그렇게 해서야 이처럼 중대한 시기에 경제도 안보도 뭐가 제대로 되겠는가라고 생각했죠.”
▼ 당 지도부 만찬에는 왜 가지 않았나요.
“몸도 아프고….”
▼ 몸도 마음도?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