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호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外

  • 담당·최호열 기자

    입력2013-04-18 1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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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 최광현·주혜영 지음, 좋은 땅, 340쪽, 1만8000원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外
    나는 에티오피아의 피부과 의사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으로 군 대체복무를 하고 있다. 두려움을 안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새 3년의 세월이 흘렀다. 에티오피아에서 군 복무를 하기로 결심했을 때 가족들은 펄펄 뛰며 반대했다. 아내는 가족동의서 사인을 거부하며 나를 막았다. 그러나 나는 아내의 필적을 도용해가며 에티오피아행을 밀어붙였다. 피부과 의사인 아내는 나를 혼자 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나를 따라가기도 쉬운 일이 아니라 몇날 며칠을 고민했다. 첫돌과 두 돌이 갓 지난 두 아이를 데려가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미안한 마음이 크다.

    에티오피아에 갈 당시만 해도 나는 멋진 계획을 많이 세웠다. 좋은 논문도 쓰고, 사업 아이템도 찾고, 국제기구 진출도 알아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나는 그저 에티오피아에 사는 한 명의 의사일 뿐이었다. 지금 내 손에 남은 건 졸저 ‘에티오피아 다이어리’와 ‘쌀람! 에티오피아’ 두 권이 전부다. 그러나 말로 표현하지 못할 보람으로 우리 부부는 지금 행복하다.

    이 책은 낯선 나라 에티오피아의 이모저모를 다룬 첫 소개서다. 우리 부부는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직접 운전해 에티오피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이 책을 준비했다. 물론 의사로 활동하며 하루하루 겪은 크고 작은 일들, 우리가 만난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뤘다.



    ‘에티오피아 다이어리-피부과 의사 부부의 아프리카 3년 살아보기’는 주로 메켈레를 중심으로 한 에티오피아 북부 도시에 대한 기록을 담았다. 또 다른 졸저 ‘쌀람! 에티오피아’(지식공감 발행)는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중심으로 남부와 동부에서의 생활을 담은 기록이다. 두 책 모두 여행지에 대한 소개뿐 아니라 우리 부부가 느낀 현지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도 자세히 소개했다.

    에티오피아 같은 오지에서 살다보니 어지간한 일은 혼자 할 수 있게 됐다. 굳이 배우려 하지 않아도 배우게 된 일이 많다. 집을 수리하고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고치는 실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가격흥정 능력과 간단한 호신술도 3년 전에는 생각지 못했을 것들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에티오피아에서 얻은 가장 큰 보람은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오만과 편견’을 버릴 수 있게 된 점이 아닐까 싶다. 가난, 질병, 빈곤, 원조 같은 단어들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게으르다”는 식의 편견을 버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에티오피아는 나일강이 시작하는 곳이다. 수많은 산과 호수를 가진 아름다운 고원의 나라다. 서구 열강의 식민 지배를 받지 않아 전통문화가 잘 보존돼 있다. 에티오피아를 돌아보다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하지만, 절대 나쁜 경험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단 한 명이라도 에티오피아를 더 찾게 된다면, 에티오피아의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광현 | 한국국제협력단 피부과 협력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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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사의 선물 | 김나위 지음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外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 열정, 팀워크를 기존의 이론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았다. 바로 살아 숨 쉬는 자연경영에서 답을 찾은 것. 생존의 위기에 처한 회사의 책임자로 발령받은 주인공이 자신과 조직에 활력, 변화, 가치를 불어넣기 위해 정원사 스티브로부터 자연경영의 지혜를 배워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선인장을 통해 개인과 조직의 현재 상태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지혜를, 대나무를 통해 최고의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을, 억새를 통해 조직의 성공은 함께했을 때 더 가치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저자는 조직성장과 인재양성 및 서비스산업 품질향상 분야의 전문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사, 178쪽, 1만2000원

    사장의 회사 vs 사원의 회사 | 데이비드 에르달 지음, 안진환 옮김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外
    200년간 이어온 영국 제지회사를 사원에게 넘긴 저자가 신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사원주주제’를 제시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원주주제로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사원주주제를 시작한 선구자 이야기와 기업 사례 등도 소개한다. 그는 사원주주제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사원들의 주인의식과 헌신성에서 찾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공유’가 인간의 본성이라는 철학적 주제에 도달한다. 이 책에서 사원주주제 기업이 만병통치약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 제도가 사업상의 문제까지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면과 인간적인 면 모두에서 사원주주제가 높은 효용을 발휘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레인메이커, 384쪽, 1만5000원

    6·25,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 류제승 지음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外
    현 육군 중장이자 역사학 박사인 저자가 6·25전쟁을 심층 규명한 책이다. 6·25전쟁은 한국인의 몸과 마음에 상흔을 남긴 비극적 사건이자 현대 한국 사회의 성격과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건이다. 하지만 전후 세대에게는 낯설고 ‘오래된 역사’로 잊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서도 6·25전쟁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필수적인 일임에도 전쟁의 실체와 진상은 충분히 규명되지 못했다. ‘북한 소련 중국의 전쟁 기획과 수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6·25전쟁이 단지 과거가 아니라 오늘에까지 이어지는 사건이며, 널리 알려져 있지만 숨은 영역이 많은 전쟁이라는 인식 위에서, 전쟁의 이면에 얽히고설킨 역사적·정치적 진실과 군사적 전술·전략을 분석하고 있다. 책세상, 328쪽, 1만7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한국사회와 그 적들 | 이나미 지음, 추수밭, 304쪽, 1만5000원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外
    분석심리학자로서, 개인적인 생각을 지면이나 강연에서 드러내다보면 분석 상황에 방해가 될 때가 있다. 의사의 사생활이나 의견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을수록, 내담자들이 철저하게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기가 더 용이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분석가의 책을 읽으면 분석가에게 투사하는 전이(Transference)현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전이현상 역시 분석의 좋은 재료가 되기 때문에 꼭 치료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석가의 글에 영향을 받아 지적인 측면만 너무 강조한다든지, 혹시라도 자신의 문제를 외부에 노출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20여 년 전, 처음 책을 낼 때는 이런 복잡한 상황까지 예측하지는 못했다. 시부모님을 모시며 아이 둘을 키우는 여자 정신과의사로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다급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뿐이다. 가사 도우미 없이 살림하고, 1년에 열두 번 제사를 지내면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썼던 것은 거창한 목적이 아니라 일종의 오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때만 해도 글쓰기는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작업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런저런 인연들이 내 글쓰기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놓게 된다. 이 책 역시 한 일간지에서 ‘이나미의 마음엿보기’란 칼럼 게재를 제안하지 않았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2000년 후반부터 사회가 지나치게 물질지상주의에 경도되면서 고유의 전통과 도덕은 부정하는데 새로운 가치기준도 확립되지 않은 현실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공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기회가 없다면 그저 사석에서 몇 마디하고 말았을 터이다. 개인의 콤플렉스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콤플렉스가 공고하다는 것을 임상에서 아무리 절감해도, 사회 전체의 개혁이나 변화를 가져오는 데까지 힘이 미치지 못하는 데 대한 무력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돈과 권력에 집착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지나치게 허식에 빠지고, 의식화의 노력 없이 마치 단세포처럼 행동하는 등, 의사로서 좀 더 정치한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싶어도 일개 의사가 어떻게 그 모든 것에 뭐라 말할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을 개인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의사의 한계다. 융 분석심리학을 임상에 적용하면 할수록, 사회의 집단의식과 무의식이 결국엔 개인의 자아실현과 개성화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므로 더 좌절감이 들 수도 있다.

    사회가 변하지 않고는 개인이 변할 수 없고, 개인이 변하지 않으면 집단도 변하지 않는다. 이 책이 과연 얼마나 많은 개인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부족한 면이 많은 난삽한 개인적인 생각들이 좋은 편집자들을 만나 분류되고 통합되어 세상과 소통하는 귀한 기회를 누리게 된 것이니,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훌륭한 편집자들이 나를 선택해줬듯, 훌륭한 독자들이 내 생각을 함께 나누어줬으면 하는 생각뿐이다.

    이나미 | 한국융연구소 교수, 이나미 라이프코칭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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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섭적 인생의 권유 | 최재천 지음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外
    ‘과학자의 서재’ ‘통섭의 식탁’ 등의 저서를 통해 ‘통섭의 대부’로 떠오른 최재천 교수가 사회를 향해 던진 발언을 12개 어젠다로 분류했다. 인간의 이해, 생물 다양성, 환경 살리기, 반려 동물, 그린 비즈니스, 의생학, 21세기 교육, 미래형 인재, 기획 독서, 여성 시대, 제2의 인생, 경계를 허무는 삶 등이 그것. 조곤조곤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21세기가 원하는 통섭형 인재에 다가서는 방법을 조금은 체득하게 될 것이다. 공이 날아올 때마다 재지 말고 방망이를 휘두르다보면 단타도 치고 때로는 만루 홈런도 치게 되는 것처럼, 저자는 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통섭적 인생을 살기 위한 태도를 갖추라고 조언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철학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읽어볼 것을 강추한다. 명진출판, 236쪽, 1만3000원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심리 읽기 | 오이겐 드레버만 지음, 김태희 옮김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外
    독일 심리학자인 저자는 심리학을 토대로 신데렐라의 심리를 파헤친다. 그는 신데렐라의 낮은 자존감은 병약했던 친어머니 때문에 기인했다고 말한다. 어머니를 귀찮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 동시에 자신이 태어난 것 자체가 어머니에겐 부담감으로 작용했다는 죄책감이 신데렐라의 독특한 성격을 만들었다는 것. 악녀로 치부돼온 계모에 대해서도 색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솔직한 항의로 제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차라리 고독한 침묵 속에 웅크리고 있는 소녀와 어떤 어머니가 원만하게 지낼 수 있겠는가’라고. 이외에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 ‘라푼첼’ 등 다른 동화도 낱낱이 해부해 동화에 숨은 불편한 진실들을 펼쳐 보인 뒤, 인간의 어두운 자화상을 그려낸다. 교양인, 568쪽, 2만8000원

    궁녀의 하루 | 박상진 지음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外
    사료를 바탕으로 조선 궁녀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 위원인 저자는 역사에 남아 있는 궁녀들의 목소리를 빌려 그들의 삶을 낱낱이 소개한다. 1부 ‘하루로 읽는 조선 궁녀의 일생’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깊은 우정을 나눴지만 임금 저주 사건에 휘말려 함께 죽음을 맞이한 기옥과 서향 등 특이한 궁녀 이야기를 조명한다. 궁녀들에게 입조심을 시키기 위해 횃불을 입 주변에 갖다 대는 ‘쥐부리 글려’풍습 등 궁녀들만의 독특한 통과의례를 적절히 녹여낸 것이 특징. 2부에선 분업으로 전문화된 궁녀들의 일을 다루고 있는데, 궁녀들의 재테크와 은밀한 성 문화가 재미있게 읽힌다. 3부에선 구한말 세계기록유산 ‘직지’를 프랑스로 가져갔던 조선 궁녀 리진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궁녀 이야기를 소개한다. 김영사, 312쪽, 1만4000원

    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콜린 파월의 실전 리더십 | 콜린 파월·토니 콜츠 지음, 샘터, 408쪽, 2만 원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外
    콜린 파월은 미국 대통령 못지않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것을 비롯해 1970년 말에는 한국 동두천에서 복무했고, 미 합참의장으로서 파나마전쟁과 걸프전쟁을 승리로 이끈 군인이다. 대통령 보좌관과 국무장관까지 포함해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까지 네 명의 대통령 정부에서 일한 전설적인 경력의 관료였다. 은퇴 후인 지금도 오바마 현 대통령이 수시로 백악관으로 불러 자문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역대 미국 대통령의 참모로서 조언자로서 인정받는 이유는 그 스스로가 강인한 지도자이자, 중대한 위기에서도 언제나 신중하고 냉철하게 문제를 해결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전쟁과 외교의 책임자로서 그가 겪은 일들은 모두 범인(凡人)들이 상상하기도 힘든 수준의 ‘실전’이었다. 이 책은 그가 현장에서 얻은 리더십에 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그가 말하는 리더십은 한마디로 압축된다. ‘리더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냉혹한 실전 현장에서 그것 말고는 없다. 부하들이 대체 가능하듯, 리더 역시 언제나 대체 가능한 존재이며 거기에는 일말의 동정도 없다.

    파월은 자신이 장성으로 진급했을 때 참모총장에게 축사로 들은 말을 소개한다. “만일 내가 여러분59명을 비행기 한 대에 태웠는데 비행기가 추락해서 생존자가 없다고 합시다. 여러분 다음으로 명단에 있는 59명 역시 여러분과 똑같이 훌륭할 겁니다. 아무 문제없습니다.”

    국무장관으로서 언론의 공세를 방어하는 역할도 그의 몫이었다. 이를 통해 그가 리더들에게 전하는 조언은 단순하고도 명확하다. “언론에 등장했을 때 위험에 처하는 건 당신뿐이다.”

    파월은 중요한 판단을 앞둔 상황에서 참모들이 자신에게 보고하는 원칙을 제시했고, 이를 책에 소개한다. “아는 것을 말하라 / 모르는 것을 말하라 / 그다음 생각하는 것을 말하라 / 늘 세 가지 중 어디에 속하는지 구분하라.”

    이 밖에도 책에는 파월이 아니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극한의 현장에서 발휘되는 리더십의 정수가 담겨 있다. “화내라. 그리고 극복하라” “자존심을 자신의 상황과 지나치게 결부시키지 마라” “함부로 결정하지 마라. 곤경에 빠질 수 있다” “부정적인 상황이 좋은 결정을 막지 못하게 하라” 등으로 이어지는 ‘콜린 파월의 13가지 원칙’을 포함해, 그가 겪은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십’을 정조준하고 있다.

    실전을 겪은 자는 결코 두루뭉술하게 말하지 않는다. 헛된 희망도 주지 않으며 결코 미화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군대를 이끌었고, 가장 중대한 위기를 경험한 관료가 말하는 리더십은 그 무엇보다 생생한 교훈으로 다가온다.

    남명성│전문번역가·’본 슈프리머시’‘내 뒷마당의 제국’ 등 번역│

    스키너의 마지막 강의 | 이시형 평역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外
    미국 행동주의 심리학의 대가인 스키너(1904~1991)가 1983년 펴낸 책으로,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쓴 심리 에세이에 가깝다. 스키너는 노년에 접어드는 게 곧 ‘낯선 타국으로 떠나는 것’과 같다면서 ‘노인이라는 배역’을 새로 맡는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한 나이가 들수록 끊임없이 세상과 접촉해 외부의 도움을 얻어야 하고, 우울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바쁘게 지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체적 매력이 줄어들어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방법을 터득해야 외로움을 견딜 수 있으며, 기분 좋게 지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년학 전문가인 마거릿 본 박사가 함께 쓴 책으로,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가 번역을 맡고 장마다 짤막한 소회를 덧붙였다. 더 퀘스트, 248쪽, 1만2500원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 | 선대인경제연구소 지음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外
    20대에서 50대까지 한국인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가장 답답하다고 느끼는 경제적인 문제들은 무엇일까. 선대인경제연구소가 강연, 트위터, 홈페이지 등에서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꼭 알아야 할 38개를 추리고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고령화 시기에 오히려 실제 은퇴 시기는 계속 앞당겨지는 한국 경제의 특징, 세대적인 갈등이 경제적 문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구조적 이유, 기존의 재테크 정보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 개인의 경제적 자산과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알고 있어야 하는 경제의 기본 원리 등을 담고 있다. 이 책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근거를 하나씩 따라가다보면, 개인 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의 큰 흐름까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웅진지식하우스, 314쪽, 1만4000원

    범애와 평등 | 박희병 지음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外
    담헌 홍대용(1731~1783)은 정말 북학파의 거두였을까. 저자는 홍대용의 사상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그의 사상을 북학사상으로 부르는 것이 합당한지 따져 묻는다.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는 북학파로 불리지만 실제로 사상의 지향점과 내용은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게 저자의 분석. 박지원과 박제가가 생산력의 향상에 치중한 개혁론을 주장했다면, 홍대용은 사회적 관계의 평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 개혁안을 구상했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와 자연을 아우르는 홍대용의 평등사상에는 ‘범애’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박 교수는 “이로써 홍대용의 사상은 성리학은 말할 나위도 없고 기존의 유학을 뛰어넘는 면모를 지니게 됐다”면서 “사상의 이런 스케일과 창의성은 조선에서는 물론이려니와 근세 동아시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돌베개, 448쪽, 2만50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중국사상사 | 거자오광 지음, 일빛, 1004쪽, 5만5000원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外
    내가 학자 거자오광(葛兆光)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12월 초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였다. 그가 한국학술협의회가 주관하는 ‘2012 석학 연속강좌’에 초청돼 ‘중국의 역사적 형성과 그 정체성의 문제점’에 대해 강연을 하고 특별대담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기 때문에 얻은 영광이었다.

    내가 그를 ‘교수’라 하지 않고 ‘학자’라 한 것은 그에게서 교수라는 느낌보다는 학자라는 인상이 더욱 강하게 풍겼기 때문이다. 격(格)이 달랐던 것이다. 중국 학계에서는 그에 대한 평가가 여러 가지 있는데, “단정, 착실, 속되지 않음이 그의 분명한 개성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 아닌 정설로 자리 잡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이 책이 출판되기를 10년 이상 기다려왔다. 무던히 기다려준 것이다. 저작권 계약을 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이 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전에 묘사된 관념의 역사적 변천을 엮어낸 철학사 및 사상사의 창작 방법을 타파했고, 지식과 사상과 신앙이란 세 가지로 얽혀 있는 고리를 풀어냈으며, 엘리트와 일반의 관념적 상호 관련 속에서 중국 문명의 구성을 비롯한 발전의 복잡한 재지(才智)와 식견을 밝혀내려 시도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중국의 ‘일반 지식과 사상, 그리고 신앙세계’를 연구하고 서술한 책이다. 이 말에는 약간 색다른 의미가 담겨 있는데, 그것은 기존의 중국 철학사가 엘리트 중심의 지식과 사상을 응축한 ‘경전(經典)’을 중심으로 한 철학사였다면 ‘일반 사람들’의 지식과 사상, 그리고 그들이 믿고 의지하던 신앙의 세계까지를 포함한 중국의 철학사, 사상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존 중국 철학사가 엘리트 중심의 ‘지식사(知識史)’에 머물고 있었다면 이 책은 진정한 의미의 철학사, ‘사상사’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이 책이 중국에서 처음 출판됐을 때 반년도 안 돼서 초판 1만 권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고 한다. 전문가, 국내외 학술지, 각 매스컴은 이 책이 ‘학술사(學術史)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론적인 측면에서는 사학(史學)적인 전통과 해석의 중요한 주제에 도전장을 내밀며 ‘중국 사상사 연구’라는 새로운 장(場)을 열었다는 등으로 평하고 있다.

    거자오광은 연구자 대다수가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던 고고학적 유물과 갑골문(甲骨文), 한적(漢籍)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시험하려는 듯 이 한 권의 책을 집필하기 위해 1000권 이상의 원전과 연구서를 독파했다. 또한 그동안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거나 깨닫지 못했던 고인(古人)과 철인(哲人)들을 발견하고 대화하면서 자신의 사상과 지혜를 이 책에 담아냈다. 그 결과 10여 년의 노력이 세인의 주목을 받으며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번역하는 데 7년, 교열·교정하는 데 3년이 걸렸다.

    이성우 | 도서출판 일빛 매니징 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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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량유전자는 왜 살아남았을까? | 강신익 지음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外
    국내 최초의 인문의학자인 저자는 이기적 유전자는 자신의 그릇인 사람을 조종해 이득을 취하지만, 불량 유전자는 어떤 이익이나 목적도 없이 사람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의 주인공은 생로병사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몸이다. 그 몸을 가장 잘 설명하는 방법은 여전히 과학이다. 하지만 저자는 과학의 언어를 다시 인문학에 비추어본다. 생로병사의 경험적 현상을 과학적 방법으로 이해하고, 다시 그것을 인문학의 가치를 통해 이해하려고 시도했다. 궁극적으로 자연의학, 인문의학, 사회의학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될 때 우리 몸의 고통과 질병에 대한 진정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짤막한 에세이 형식의 글 34편으로 구성돼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페이퍼로드, 288쪽, 1만3500원

    인생 오십 남달리 살피고 사랑하라 | 윤재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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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중년들은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음에도 어떻게 사는 것이 참 삶의 길인지 오리무중 안개 속에 갇힌 느낌이다. 자고나면 변하는 세상에 끌려 다니느라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다. 잠깐의 위로나 얄팍한 방책이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젊은 날에는 왕성한 에너지와 주어진 과업이 삶을 이끌어왔지만, 중년 이후의 삶은 다르다. 성찰과 수신은 중년기 이후에 특히 중요해진다. 중년기는 외부가 아닌 자신 안에서 삶의 답을 찾아야 하는 시기다. 이 책은 동양고전에 대한 폭넓은 이해 위에 저자의 삶의 철학과 자세가 보태졌다. 이 책의 풀이를 따라 102편의 고전 명구를 읽다보면 나를 스스로 살피고 사물을 남달리 살피고 사랑해 삶의 지혜에 한걸음 다가서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산천재, 280쪽, 1만3500원

    국가 | 플라톤 지음, 조우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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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고전의 정점으로 불리는 플라톤의 ‘국가’는 담론의 원천이라 할 정도로 지식과 사유의 보고다. 플라톤이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정의란 무엇인가, 왜 ‘철인 통치’가 필요한가, ‘이상국가’는 어떤 국가인가, 개인과 국가는 어떤 관계인가, 교육이란 무엇인가 등 인문사회과학의 모든 주제를 담고 있다. 정의로운 나라체제와 정치가ㆍ통치자의 자질을 비롯해 교육과 경제, 모방과 예술, 도덕과 선, 철학, 종교, 신화 등의 주제를 아우르고 있다. 이 세상을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로 본 그 유명한 ‘동굴의 비유’와 ‘반지의 제왕’에 영감을 제공한 ‘기게스의 반지’ 이야기도 담고 있다. 정확하고 쉬운 번역으로 정평이 난 고(故) 조우현 연세대 철학과 교수가 번역한 것으로, 소크라테스의 육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자연스러운 대화체 번역이 특징이다. 올재, 512쪽, 8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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