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 ‘커피빈’을 운영하는 ○○○는 1998년과 2000년에 2건의 커피빈 관련 상표를 등록했다. 2001년 서울 청담동에 1호점을 개설했고, 2009년 말까지 총 188개의 매장을 열었다. 그런데 2009년 9월 (주)△△△이 ‘커피빈 칸타빌’이라는 이름의 상표를 등록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는 “커피빈 칸타빌은 커피빈의 유사상표”라며 상표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커피빈 칸타빌의 손을 들어줬다. 커피빈 상표가 등록된 2000년에는 상표 ‘커피빈’의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에 일반인이 커피콩의 영어식 표현인 ‘커피빈’과 다르게 인식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커피빈 칸타빌이 등록할 당시에 먼저 등록한 커피빈이 일반인에게 충분한 식별력을 갖추고 있었다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커피빈 칸타빌이 상표를 등록한 2009년에는 이미 ○○○가 많은 매장을 가지고 있었고, 커피빈이 ‘콩다방’이라는 별칭으로도 널리 불리고 있었던 만큼 식별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판결은 선등록 상표의 식별력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법원 2013.3.28. 선고 2011후835 판결]
■ 정치적 성격을 띤 플래시몹도 사전신고를 해야 하는지 여부
청년실업 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 ○○○ 준비위원장인 김모 씨는 2010년 3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의 노조설립을 노동부가 반려한 데 대한 플래시몹(flash mob) 형식의 규탄 집회를 서울 명동에서 갖자”는 글을 올리고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집회가 있던 날 참가자들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행동을 개시했다. 청년실업 문제에 관한 피켓을 목에 건 사람, 기타를 치고 컵라면을 먹으면서 생활고를 표현하는 사람, 상복을 입고 앉아 있는 사람도 있었다. 김 씨는 상복을 입고 “○○○ 노동조합 설립신고 허하시오”라고 기재된 피켓을 목에 건 채 “정부는 청년실업 해결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모임을 주도했다.
검찰은 김 씨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사전에 집회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김 씨는 “플래시몹은 순수한 예술행위이기 때문에 신고대상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1, 2심은 모두 김 씨에게 벌금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예술, 종교 등을 위한 집회는 사전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이 있지만, 본 사건 모임은 사실상 정치·사회적인 구호를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의도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사전신고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2013.3.28. 선고 2011도239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