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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단

국민행복기금 ‘국민불행기금’ 될라

모럴 해저드, 형평성 훼손, 부실화 우려

  • 차은영│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chah@ewha.ac.kr

국민행복기금 ‘국민불행기금’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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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32만 명 빚 탕감, 34만 명 이자 지원”
  • ● 성실 납부자, 빚도 못 내는 극빈층 상실감 키워
  • ● 기금 부실화하면 세금으로 빚 탕감해줄 수도
  • ● 은행 희생 강요…일반 금융소비자에 피해 전가
국민행복기금 ‘국민불행기금’ 될라

박병원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은 “협약 가입 기관에서 두 차례 이상 (연체 채권을) 인수하는 것은 물리적·현실적으로 어려워서 ‘한 번’으로 한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진으로 소득이 감소하면서 생계형 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상회한 지 오래다. 이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을 줄여나가고, 그에 따라 저소득층이 고금리 대부업체 등 비은행권 금융기관으로 이동한 결과물이다. 정부가 팔짱을 끼고 방관하는 사이 가계부채의 질은 더욱 악화되고 상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0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박근혜 정부는 3월 29일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민행복기금’이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저소득·저신용층의 금융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을 비롯한 서민금융에 총 6조8000억 원가량이 공급됐다. 국민행복기금은 이런 프로그램들이 금융취약계층의 부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판단 아래 더욱 과감한 부채경감을 위해 고안됐다. 기금 조성을 통해 연체 채권을 매입하고 다중 채무자와 장기 연체자의 채무조정을 도와줌으로써 금융취약계층에게 신용회복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데 취지가 있다.

국민행복기금사업은 크게 채무 불이행자 신용회복 지원, 학자금대출 채무조정, 고금리대출의 저금리대출 전환 등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채무 불이행자 신용회복 지원 사업은 대상 채권이 2013년 2월 말 현재 연체기간 6개월 이상이고 채권 규모 1억 원 이하인 신용대출채권만 포함된다. 따라서 2012년 8월 말 이전에 빚을 연체한 사람들이 해당된다. 부실채권 정리, 신용회복 지원 등의 목적으로 설립한 공적 자산관리회사 보유 연체 채무 중 채무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남아 있는 채권도 대상이다. 보증·담보부채권이나 기존 채무조정 신청·진행 중인 채권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등록 대부업체 및 사채 채무자도 제외된다.

기금 규모 1조5000억

연체 채권의 매입은 국민행복기금과 금융회사, 대부업체 간의 협약에 따라 이뤄진다. 3월 28일 현재 국민행복기금에는 대부업체를 비롯한 협약대상 4121개 금융회사 중 97%에 해당하는 4013개 금융회사가 들어왔다. 채무 감면은 신청자의 연령, 연체기간, 소득 등의 상환능력을 평가해 최대 50%(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70%)까지 가능하다. 남은 채무는 저리로 최장 10년까지 분할 상환하도록 상환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



학자금대출 채무조정은 한국장학재단과 금융회사가 보유한 학자금대출 연체 채권을 국민행복기금에서 매입한 후 대상자별로 채무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상은 2013년 2월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연체 채권 중 상각채권이 해당된다. 대학생 연체 채무자의 상환능력 등에 따라 채무 감면율 등을 차등 적용하고 채무상환 시기를 취업 이후로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환대출사업은 금융회사 및 등록대부업체에서 20% 이상 고금리 신용대출을 받은 후 2013년 2월 말 현재 6개월 이상 성실하게 상환하고 있는 채무자가 대상이 된다. 해당자들은 10%대의 금리로 대출을 전환할 수 있다. 신용회복기금에서 운영 중인 바꿔드림론 사업은 국민행복기금에서 지속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기존 바꿔드림론의 소득·신용등급 기준이 연소득 2600만 원 이하인 데 비해 국민행복기금의 소득기준은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연소득 4000만 원 이하, 영세사업자는 4500만 원 이하로 완화됐다.

기금의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축소된 1조500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무조정을 위한 연체 채권 매입비용 8000억 원, 전환대출에 사용되는 보증재원 약 7000억 원을 합한 금액이다. 사업 초기 우선적 연체 채권 매입에 필요한 8000억 원은 신용회복기금에서 즉시 이용 가능한 5000억 원과 차입금·후순위 채권 발행 등으로 조달하고, 이후 필요한 자금은 채권 회수 수입과 전환대출 관련 보증 수수료 수입 등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의 채무 불이행자 지원사업이 제대로 운영된다면 금융회사와 대부업체에 연체 채무가 있는 134만 명 중 약 21만 명, 공적 자산관리공사에 연체 채무가 있는 211만 명 중 약 11만4000명이 채무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총 32만 명 정도가 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또한 전환대출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2017년까지 저금리 채무를 부담하는 채무자 중 약 34만 명이 이자부담 감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대다.

‘묻지마 빚 갚아주기’ 시리즈

가계부채 문제는 오랜 기간 누적돼왔고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속성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과연 국민행복기금은 역대 어느 정부도 속 시원히 풀어내지 못한 가계부채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을까. 만약 국민행복기금이 정부의 희망대로 과도한 가계부채의 완화를 통해 소비여력을 제고시킬 수 없다면 내수 부양과 경기침체 탈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오히려 금융 취약계층이 제2금융권과 비제도권 금융기관으로 더욱 몰리면서 빚의 악순환만 고도로 심화되고, 그들의 삶은 파탄지경에 이르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금융취약계층에게 경제적 회생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통합을 이룬다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고 가계부채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려면 국민행복기금과 관련해 쏟아지는 각종 문제점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발전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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